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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구하는 실천가 Feb 22. 2024

선택과 후회

전담과 담임 사이를 며칠 사이에 수십 번 오가면 고민했다. 삶의 질, 월급의 차이, 사람과의 관계 등등

어떤 것도 못 놓고 안절부절못하는 나는 결국 첫 번째 선택지대로 두고 말았다. 바꿀 용기도, 안 바꿀 자신도 없었기에 항상 그렇듯이 그냥 내버려 두기로 한 것이다.


행복을 생각해 보면 주어진 내 삶을 얼마나 나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는가에 달린 것 같다. 요 몇 년 내 삶의 중요한 부분을 내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깊은 물속으로 침잠한 듯한 막막한 삶을 사는 느낌이었다.

그전에는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가졌는가, 가지지 않았는가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니 내 삶의 운명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내가 힘겹더라도 내 삶의 돛단배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만 있다면 그것이 더디더라도 행복이었다. 내가 아무리 노를 저어도 나의 배는 자꾸만 방향을 찾지 못하고 뒷걸음질 치거나 엉뚱하게 밀리는 것을 어쩌지 못하는 허망한 기분을 감내하며 사는 것이야말로 행복하지 못한 삶이었다.

 

이번 방학은 공인중개사 공부를 하며 보냈다. 아무 생각 없이 강의 동영상을 보며 교재에 밑줄을 긋는 몇 시간의 공부 후에 휴식 삼아 인터넷의 바다에 들어가면 팔딱거리듯 생생한 정치, 경제, 사회, 연예계의 각종 이슈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리고 다시 강의 동영상의 세계에 들어가면 차원이 다른 아주 평온한 세상 속으로 들어온 것만 같다. 나는 이 동영상 속 세상에 있을 때 마음이 가장 평온하다. 내 주변의 힘겨운 고민들과 세상의 일들을 잊고 강사들의 능수능란한 말빨과 1.5배속의 빠른 강의를 놓치지 않으려는 나의 바쁜 색볼펜 소리만이 존재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엄마가 떠난 지 6일째다. 부엌 한 켠에는 엄마가 다 드시지 못한 간식 한 뭉치가 놓여 있다. 부엌을 오며 가며 보이는 그 간식 봉지로 인해 마음 한 구석이 아린다. 매주 내 생활 루틴은 엄마에게 맞추어져 있었다. 엄마에게 가져갈 간식들을 챙기고 면회 날짜를 예약하고 찾아가는 일상이 사라진 지금의 헛헛함에 내 손과 발은 자꾸만 빈 공간을 헛돈다. 남겨진 시간들 사이에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삶은 선택이고, 선택은 곧 후회일 때가 많다. 그래서 나의 삶은 후회로 점철되어 있다. 다른 선택을 했더라도 나의 후회는 줄어들었을지 알 수 없다. 후회 없는 선택이란 얼마나 드물고 귀한 것일까. 그래서, 어떤 후회든 짧게 하기로 했다. 후회가 짧아야 불행도 짧을 것이고, 불행이 짧을수록 행복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해야 할 선택이고, 받아들여야 할 후회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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