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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프리웨이트존을 사랑하는가!

하나의 거울을 나누쓰며 각자의 거울로 자기다운 자유로움을 응시하는 공간

by 영지

프리웨이트존, 내가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

프리웨이트존. 요즘 나는 헬스장에 도착하면 간단히 유산소 운동을 한 뒤, 바로 이 곳 프리웨이트존 스미스머신의 바벨을 붙잡고 푸시업 50개부터 한다. 그리고 어느정도 몸이 데워(?)졌다싶으면 본격적인 근력운동을 시작한다. 퇴근 후 지친 몸과 마음의 '잠시 쉼'을 위해 내가 가장 많이 머무는 공간이 바로 이 공간이다.


정말 평범하기 그지없는 곳이 편안함을 주기까지

세련된 조명도 특별히 멋진 기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얼마전엔 천장의 시스템 에어컨 한대가 고장났는지 뚜껑이 열린채 며칠 동안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내가 운동하는 걸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었으니까. 이 공간이 어떻게 생겼을까. 아직도 근력 운동을 잘 모르는 나의 시선으로 대충 설명하자면. 데드리프트 기구 3대와 스미스머신 1대가 두 개의 벽을 차지하고 있고, 가로로 길쭉한 다른 한 면은 수십개의 검정색 덤벨들이 위풍도 당당하게 무게별로 1,2층 선반을 가득 채우고 있다.


처음 시커멓게 생긴 덤벨들을 마주했을때

내겐 부담감부터 먼저 올라왔다. '저걸 왜 들어야하지?', '아 나는 못할것 같은데', '샘이 제발 저거 들라고만 안하면 좋겠다' 등등 부정적인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채웠다. 덤벨의 외양적 이미지에 압도된나머지 심리적인 벽을 나도모르게 높다랗게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트레이너샘이 하루는 어깨운동을 덤벨로 시키면서 무게가 높아질수록 '로얄층'으로 불린다면서 "회원님, 언제까지 2층에 머무실꺼요? 로얄층 가셔야죠!"라며 나의 승부욕을 은근슬쩍 자극했다. 로얄층이란 표현이 주는 자극이 생각보다 강했는지 그 이후 덤벨만 보면 '로얄층'이란 단어와 연결되면서 조금더 무거운 덤벨에 대한 욕심도 자동적으로 생겨났다.


그리고 1년여가 지난 지금

덤벨 선반을 앞에 둔 나는 8킬로, 10킬로, 12킬로 숫자를 확인하면서 어떻게하면 더 높은 무게로 올라갈지 고민하며 오늘도 8킬로 덤벨로 어깨근육을 열심히 만드는 중이다. 그리고 덤벨 다음으로 프리웨이트존에서 내가 자주 사용하는 기구는 단연코 데드리프트다. 사실 피티수업으로 데드리프트 자세를 배우는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수업시간. 자세를 알려주는 샘은 샘대로 지치고 같은 동작을 하면서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늘지않는 실력에 스스로 '이거 포기해야하나?' 자문한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하지만, 그 길고 지리한 시행착오의 과정을 어떻게든 통과했고, 이제 60kg을 거뜬하게 드는 내모습을 거울로 구경(?)하면 신기하기도하고 살짝 뿌듯하기도 하다.


프리웨이트존은 남성전용공간일까?

프리웨이트존에서 덤벨운동과 데드리프트를 하는 여성회원을 점점 보기가 어려워진다. 시즌의 문제인지 헬스장의 문제인지는 모르겠다. 요즈음 이곳은 마치 남성전용공간마냥 매번 남자들로 북적거린다. 처음 헬스장에 피티수업을 등록하고 수업을 받을때 바로 옆에서 기구운동을 하고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남자들과 같이 운동하는 것 자체가 내겐 낯설고 부담이 좀 됐었다. 지금의 나는 이 공간의 원래 주인인듯 자연스럽게 '스윽' 빈 의자 하나를 차지하고 앉는다. 그리고 그제서야 이 공간은 남성전용이 아님이 선명하게 확인된다.


나는 왜 이 공간을 사랑하는가!

직업, 학력, 경험, 성별, 나이 등등. 각자 가진 다양한 정체성과는 무관하게, 하나의 큰 거울을 나눠쓰지만 각자 자기 앞의 거울을 통해 비쳐지는 몸에 집중하며 자기만의 자유로움(freedom)을 조용히 응시하는 공간이 바로 프리(free) 웨이트존이다. 나는 이 자유로움때문에 이 공간을 사랑한다.


내가 이 곳에서 더 자유로울수록 더 깊이 이 공간과 하나가 되어가기에...

#어센틱짐 #피티후기 #피티코칭 #웨이트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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