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
가족의 반대에도 뮤지션이 되길 꿈꾸는 10대 소년 미구엘은 ‘죽은 자들의 날’에 열리는 음악 경연 대회에 참여하고 싶어 한다. 악기가 있어야 참여할 수 있다는 말에 전설의 가수 에르네스토의 기타를 훔치려다가 저주를 받아 ‘죽은 자들의 세상’으로 가게 된다. 미구엘은 다시 이승으로 돌아가 뮤지션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멕시코의 ‘죽은 자들의 날(Day of the Dead)’은 매년 세상을 떠난 가족과 친척을 기리는 전통 명절이다. 죽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멕시코인들은 죽은 이들이 1년에 한 번 가족과 친구를 만나러 이승으로 온다고 믿는다. 그래서 제단 위에 죽은 이들이 생전에 좋아하던 것들을 놓고 꽃과 촛불로 화려하게 꾸민 뒤 축제처럼 즐긴다. 애니메이션 <코코>는 이러한 풍경을 화려한 색채로 생생하게 재현했다.
우리는 흔히, 죽고 나면 모든 것이 끝이라고 생각한다. 내 곁에 있는 모든 소중한 것들과 이별을 하므로 ‘죽음’ 하면 슬픔과 암흑이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멕시코인들의 사고방식대로라면, 생전에 날 알던 사람들이 두고두고 내 이야기를 하며 기억해 준다면 저승에서도 삶이 계속 된다. 이승에서 날 기억해 주는 이 하나 없다면, 저승에서조차 먼지처럼 사라져 ‘완전한 죽음’을 맞이한다. 우리는 죽고 나서 누구에게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 돈과 명예만을 남기는 것보다는 두고두고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될 감응을 주는 이야기를 남기는 것이 좋지 않을까.
# 미구엘은 저승에서 만난 헥터와 함께 기타를 구하러 헥터의 지인인 치치차롱 할아버지를 찾아간다. 치치차롱이 기타를 주는 대신 헥터에게 노래를 들려 달라고 한다. 노래를 듣고 난 치치차롱이 연기처럼 사라지자, 미구엘은 깜짝 놀란다.
미구엘: Wait. What happened?
헥터: He's been forgotten. When there's no one left in the living world who remembers you, you disappear from this world. We call it the final death.
미구엘: Where did he go?
헥터: No one knows.
미구엘: But I've met him. I could remember him when I go back!
헥터: No, it doesn't work like that. Our memories, they have to be passed down by those who knew us in life in the stories they tell about us.
미구엘: 어떻게 된 거예요?
헥터: 모든 사람에게 완전히 잊혀진 거야.
이승에서 날 기억해 주는 사람이 없으면 저승에서도 사라져 버리게 돼.
그야말로 ‘마지막 죽음’이지.
미구엘: 어디로 가신 거예요?
헥터: 그야 모르지.
미구엘: 내가 할아버지를 만났으니, 이승에 가서 기억해 주면 되잖아요.
헥터: 아니, 그래 봤자 소용없어. 생전에 알던 사람들이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후대에 기억을 전달해 줘야 해.
#삶에 밑줄 긋기 - 책, 영화, 미드에 밑줄을 그으며 삶을 생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