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시나리오에 관심이 많은 당신에게
사회가 나에게 작가 타이틀을 붙여준 지 2.5년.
규모가 있는 회사에서 근무하는 작가들이라면 알겠지만 혼자서 광고 시나리오를 쓸 일은 별로 없다. 주니어들은 시니어들과 함께 작업하고, 혹여 혼자 작업했다고 하더라도 피디님들께 검수도 받고 하기 때문에... 하지만 규모가 작은 회사에 다닌다면 주니어든 시니어든 혼자서 광고 시나리오 작업을 해야 하는 일이 자주 생긴다.
나는 광고 시나리오 입문을 프리랜서로 했기 때문에 시니어 작가님의 조언을 들을 일도, 피디님의 피드백을 받을 일도 없었다. 원고를 작성해서 넘기고 멘트 수정이 오면 광고주 니즈에 맞춰서 수정해 주면 끝이었다. 지금 회사에 입사하기 전까지는. 지금 회사에 입사하면서는 피디님과 감독님의 피드백을, 꿈에 그리던 피드백을 죽기 직전까지 받고 있다. 살려줘...
지난 글에서 봤던 구성안을 다시 보자.
우선 씬 넘버를 먹이는 방법부터 보자. 커트를 먹이는 방법은 1)커트가 바뀔 때, 2)이야기가 바뀔 때로 구분 지어 볼 수 있다. 나는 이야기가 바뀔 때마다 커트를 바꾸는 편인데, 피디님이나 감독님의 스타일에 따라서 유동적으로 먹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작업한 결과 첫번째 방법으로 했다고 혼나거나 두번째 방법으로 했다고 혼난 적은 없다. 그러니 그냥 내가 내키는 대로 하고 회사에서 맞춰 달라는대로 해주면 되는 것 아닐까?라고 느슨한 마음으로 생각해 본다.
작가 입장에서 가장 먹이기 좋은 씬 넘버는 이야기의 흐름과 커트를 구성해서 적당히 끊어내는 것이다. 여기서 이 이야기가 끝일 때 끊어주고, 장면을 강조할 때 끊어주고 하는 것. 앞서 말한 두 가지를 적절하게 섞어서 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때 감을 어떻게 아는가? 그냥 무작정 많이 해보는 수밖에 없다. 가장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위에 제시한 포맷을 바탕으로 다른 광고를 따라 써 보는 것이다. 그러면 좀 감이 생긴다.
씬 넘버를 잘 먹이다 보면 광고의 플롯이 보일 것이다.
광고에서 플롯을 잡는 게 중요한 건 이야기 자체를 잘 만질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겠으나. 내 생각에는 그것만이 전부는 아닌 것 같다. 대전제를 깔아야 할 때, 광고주가 요청한 장면이나 문구를 넣어야 할 때. 이런 순간에 그것들을 '어디에 어떻게 넣어야 자연스럽게 넣을 수 있을지'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다른 광고를 따라 써 보는 것, 나도 요즘 들어서 일을 더 잘하고 싶어서 하고 있는 연습이긴 한데. 따라 하는 일을 해보면 '아! 광고 별거 아니네~' 이런 생각 오조오억번 들지만... '내가 혼자서 이걸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고 아찔해진다. 아무튼간에 입문자들의 무운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