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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Sep 13. 2018

전통산업 중 제발 혁신이 일어났으면 하는 영역들

택시, 은행, 정부 그리고 주거용 부동산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정말 한숨 나오게 만드는 순간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아주 오랫동안 혁신이 일어나지 않고, 많은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있는 전통산업들이 있는데 크게 네 가지를 꼽아본다. 공개적으로 정치적 견해는 거의 밝히지 않는 편인데, 이러한 전통 영역을 혁신할 수 있는 집단이 있다면 적극 지지하고 싶다.



1. 택시

근 10년 간 수없이 많은 밤을 야근 후에 올림픽대로 위 택시 안에서 보냈는데, 불편한 점은 하나도 바뀐 게 없다. 나 포함 많은 사람들이 자주 지적하는 불편한 점들을 나열해보면


- 더럽고 냄새남 (문 여는 게 복권 긁는 느낌)

- 반말하고 불친절함 (자세히 풀면 끝이 없다. 심지어는 내비 찍어달라고 하는 걸로도 엄청 화냄)

- 난폭 운전 (이건 승객뿐 아니라 다른 운전자들에게도 위협)

- 수다쟁이 (한마디라도 반응하면 연설이 시작된다. 국회로 가세요 아저씨)


택시를 공공의 영역으로 바라보고 가격 등을 관리해야 하느냐, 자유 시장에 맡겨야 하느냐는 결코 만날 수 없는 논의 주제이지만 요새는 부쩍 위의 단점들이 더 심해진 거 같아 이제는 시장 논리에 맡겨서 다양한 사업자들의 시장 진입을 허용하고 서비스 퀄리티가 떨어지는 업체들은 자연도태되도록 했으면 한다. 당장 최소한의 요건을 두고 다양한 업체들이 택시산업에 진출하게 허용한다면 놀라운 서비스들이 많이 등장하리라 생각된다.


뒷 문을 여는 순간 복권의 결과가 나온다


2. 은행 (기업금융)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은행 쪽 분들과 만날 일들이 점점 많이 생기고 있는데, 가끔 미팅하다가 '그냥 나가버릴까?'란 충동이 드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그분들이 한창 활동하시던 시기에는 자본시장도 발달하지 않았고, 다들 은행만 바라봤기 때문에 소위 갑질을 해도 됐겠지만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주로 불편하게 느끼는 상황들은 아래와 같다. (물론 좋은 분들도 많이 계시다)


- 위험한 성희롱 발언들

- 사업에 대한 훈계

- 인생에 대한 조언

- 기타 남의 기분을 배려하지 않는 막말들


어차피 담보나 연대보증이 없으면 대출도 거의 안 해줄 거면서, 그런 얘기를 듣고 있으면 내가 뭐하러 은행 문을 두드렸을까 자괴감이 든다. 재밌는 건 그런 꼰대 같은 분들이 그렇게 사고치고 나면 수습은 착하고 유능하신 과장님 레벨들이 하신다. 고용안정성 같은 건 논외로 하고 은행의 무능한 중간관리자 및 고위급 인력들이 정리되면 혁신에 훨씬 가까워지리라 본다.


3. 정부 (성장과 고용 관점)

전통산업의 영역은 아니지만 정부에서 추진하는 사업들을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스타트업에서 목숨 걸고 밤낮으로 일해도 혁신이 생길까 말까 한데, 예산 편성과 공무원의 가이드라인으로 그런 혁신이 일어나리라 기대하는 것 같다. 정부에 있는 사람들은 민간 시장에서 만드는 혁신에 대한 존경을, 민간 시장에서는 정부에 대한 신뢰와 협조가 필요한데 지금 느껴지는 건 정부는 민간 위에 군림하는 느낌이고, 민간은 그냥 귀찮게만 하지 말아달라 정도인 것 같다.


아마 국민들도 그런 '백마 탄 초인'을 기다리는 듯 하지만 10년이 넘게 계속 속고만 있다. 도덕적으로 문제 있어도 상관없으니 잘 살게만 해달라고 했다가... 이건 너무 심하잖아, 우리는 깨끗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가... 이제는 갈 길을 잃은 것 같다. 마치 돈 욕심 없는 유능한 사업가처럼 유니콘을 기대하는 건 아닌가 싶다


4. 주거용 부동산

어디에서 어떻게 사느냐는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주거용 부동산 시장 역시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주거용 부동산이야말로 명확한 공공의 영역이고, 토지의 이용목적부터 주차대수, 용적률 제한(제한이 없으면 아무 곳이나 초고층 건물이 생길 테니) 등이 필요하지만 아무래도 국가에서 가이드라인을 정하다 보니 최대한 보수적으로 정해져 있고 자유도가 많이 떨어진다.


1인 가구든 아파트든 분명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많이 만들 수 있는데, 현재의 법규 상 새로운 걸 시도할 수 없게 모든 게 막혀 있어서 오피스텔이든 아파트든 모두 똑같은 형태로 지어진다. 따라서 입지에 따라 시세가 정해지고 일부 브랜드 아파트들이 생겨서 프리미엄을 받고 있지만 그 외에는 모두 성냥갑처럼 똑같이 생긴 집 들일뿐이다.



얼마 전 베트남 출장을 가서 Grab 덕분에 정말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반대로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택시를 타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상상이 된다. 많은 전통산업들이 하루빨리 혁신하기를 기대해 본다.


* 패스트파이브는 LIFE란 브랜드로 1인 가구 주거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2019년 2월 오픈예정). 함께 하시고 싶은 인재분들은 ceo@fastfive.co.kr 로 문의/지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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