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stream에서 Downstream으로 빠르게 이동 중
손정의 회장은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시대적 흐름'을 강조한다. 소프트뱅크의 경이적인 투자 수익률도 중국/인도와 같이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 E-commerce penetration, 카쉐어링 그리고 요새는 AI/Singularity와 같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명확한 영역에 몇 배의 레버리지를 통해 초기에 올인하는 전략을 통해 거둔 성과들이다.
패스트파이브를 운영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4년 정도 있다 보니 부동산 시장에도 그러한 시대적 흐름이 조금씩 보이는 것 같다. 요약하면 땅 사서 건물 짓고 팔아 제끼 던 'Upstream' 시장에서 컨텐츠/서비스를 통해 지어진 건물의 가치를 높이는 'Downstream'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크게 보면 공급 측면에서는 이미 개발이 많이 되어서 지방 신도시 외에는 개발할 땅도 부족하고, 수요 측면에서는 경제 저성장/경제인구 감소 등으로 인해 기반이 많이 취약해진 탓 이다. 이제는 부동산 시장에서 '시간=돈'이란 공식이 깨지고 Value를 창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되었다. 여기에 사업기회가 많은 이유는 Upstream에 익숙한 50-60대 기성세대들은 Downstream을 과소평가하기 마련이고(아직도 땅/건물사서 기다리면 2배 오르던 시절을 잊지 못한다), 부동산 투자가 아닌 소비 측면에서는 20-30대가 주요 고객이라 발생하는 비대칭에 기인한다.
그럼 Downstream에 어떤 사업 접근법들이 있는지 짤막하게 공유해본다. (꼭지 별로 자세한 내용은 별도의 포스팅으로 다뤄 보겠다)
1. 부동산도 이제는 서비스 시대
건물주가 조물주 위에 있어서 그런지 건물주들에게 '서비스'란 단어는 머리 속에 없다. 그래서 AM/PM/LM/FM 같은 대행업체를 끼기 마련이고, 그들은 건물주의 눈치를 보며 갑질을 대행한다. 패스트파이브의 경우에도 1,000평에서 3,000평을 한 번에 장기간 임대하는 우량 클라이언트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인 건물주를 만나면 한 시간 정도 정신교육을 받고 온다. '젊은 친구들이 훌륭하네. 나 때는 말이야... (중략) 사업 좀 성공했다고 술이랑 여자 가까이하면 금방 패가망신해' 그리고서는 ' (매우 높은 가격을 제시하며) 이 정도 가격이면 너무 싸게 준 거 같은데. 문재인 때문에 세금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어'. 뭐 이런 패턴이 자주 반복된다.
대행사에 맡기지 않고, 조금만 더 머리 써서, 조금만 더 부지런하게 하면 할 수 있는 게 엄청나게 많은데, 웬만한 스타트업에서의 열정만 갖고 있다면. 기존에는 그런 건물주/자산가와 스타트업 사이에 '돈'이라는 엄청나게 큰 장벽이 있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이게 슬슬 무너지고 있다. 기존 부동산 시장을 서비스 관점에서 재해석하면 많은 기회들이 있다.
2. 20-30대를 타겟팅 한 컨텐츠의 가능성
리테일 부동산 쪽에 가장 큰 쇼크를 준 건 아마도 인스타그램이다. 압구정 로데오가 20년을 갔다면, 가로수길은 10년, 요새 생기는 00길/00동 시리즈는 5년도 버티기가 어렵다. 굳이 비교하자면 예전에는 로데오 같은 브랜드가 형성되는데도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걸리고, 일단 그곳에 가서 두리번거리며 탐색하는 게 패턴이었다면 이제는 익선동, 성수동, 송리단길 같은 브랜드들이 엄청나게 빨리 형성되고 대부분 이미 인스타로 검색해서 오기 때문에 일종의 acquisition cost가 크게 줄었다.
요새 힙하다는 곳들은 강남역 사거리에 있지 않고, 구석구석 뜬금없는 입지/건물에 있는 경우가 많다. 그들의 공통점은 20-30대 트렌디 한 여심을 잡은 곳들이고 인스타를 통해 빠른 속도로 바이럴이 된다. 그러나 동네가 유명해지면 임대료가 오르는 문제가 있는데, 그래서 크게 두 가지 패턴이 있는 것 같다. 첫째는 동네보다는 특정 가게가 아예 명소가 되는 경우(임대료가 잘 안 오른다), 둘째는 아예 대지/건물의 일부를 매입(혹은 저렴한 가격에 장기계약)하고서 도시재생사업이라고도 부르는 타운을 만들어서 capital gain을 얻는 방법이 있다.
3. Upstream 플레이어와의 협업
요새 부쩍 드는 느낌 중 하나는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돈을 많이 들고 있는 대기업/중견기업들, 금융회사들 모두 어떤 곳에 투자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고 주식/채권 같은 자본시장에서 예전처럼 재미를 못 보면서 대체투자(VC/PE/헷지펀드, 부동산, 인프라)/직접투자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유오피스만 해도 이미 현대/한화/LG가 오픈을 한 상태이고, 진출을 선언하거나 몰래 준비하는 곳만 다섯 군데가 넘는다. 주거서비스도 KT/롯데에 이어 코오롱/SK 등 웬만한 대기업들이 모두 검토하고 있다고 보면 맞다.
근데 태생적으로 대기업은 새로운 걸 하기에 너무 느리고 & 올드하고, 펀드를 보유한 자산운용사는 operation 기능이 없다. 그래서 믿을만한 파트너가 필요하고 여기에 스타트업들에게 기회가 있다. 예를 들면 아이에스동서(상장사. 시가총액 1조원) 같은 회사가 아토스터디(독서실), 바운스 트램폴린 파크 같은 회사들에 투자하거나 인수하기도 하고, 이마트와 OTD(트렌디 한 셀렉다이닝)의 협업 사례, 국내 1위 이지스자산운용과 패스트파이브의 협업 사례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앞으로 이런 Angle은 점점 많아질 것이고 컨텐츠/서비스를 가진 부동산 회사는 Upstream 회사들로부터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으리라 예상된다.
Tech와 부동산은 자칫 연관성이 낮아 보이지만 Tech는 부동산의 상권 개념을 바꾸고,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고 또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측면에서 전방위적으로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나 50-60대 & Upstream 플레이어들은 그런 변화를 잘 감지하지 못하고 있고 앞으로 10년-20년 간 많은 기회들이 이쪽 분야에 있으리라 생각된다.
* 부동산 시장을 Upstream에서 Downstream으로 혁신하고 있는 국내 1위 공유오피스 패스트파이브에 관심 있으신 인재 분들은 ceo@fastfive.co.kr 로 문의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