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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Aug 26. 2018

기업가로서 바라 본 한국 교육의 문제들

고객에 대한 서비스 정신도, 철학도 없는 0점 짜리 회사 느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티브 잡스 동영상 Top 3는 스탠포드 연설, 아이폰 발표 그리고 아래 동영상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zklbZR9025Y

앞부분의 주요 내용을 간단하게 의역하면


When you grow up you tend to get told the world is the way it is and your life is just to live your life inside the world. 

(나이가 들수록 '원래 그런 거야'란 말을 들으며 정해진 틀 안에서 살라는 얘기를 많이 듣게 됩니다)


Try not to bash into the walls too much. Try to have a nice family, have fun, save a little money. 

(너무 새로운 걸 시도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때가 되면 결혼해서 좋은 가정을 이루고, 돈도 저축하면서 사는 게 좋은 거라고)


That's a very limited life. 

(근데 그건 매우 제한된 삶입니다)


Life can be much broader once you discover one simple fact: Everything around you that you call life was made up by people that were no smarter than you and you can change it, you can influence it, you can build your own things that other people can use. 

(매우 단순한 한 가지 사실만 발견한다면 삶이 바뀔 수 있어요. 당신이 살면서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알고 보면 당신보다 똑똑하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겁니다. 당신은 그걸 바꿀 수 있고, 영향력을 끼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이 더 좋은 가치를 누릴 수 있는 무언가를 직접 만들 수 있습니다)


Once you learn that, you'll never be the same again.

(일단 이 사실을 깨달았다면 당신의 삶은 예전과 같지 않을 겁니다)


이 내용은 스타트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정말 큰 영감을 주는 메시지인데, 이번 포스팅에서 하고 싶은 얘기는 그와 관련된 건 아니고 중학교/고등학교/대학교 10년에 걸쳐서 느낀 교육 시스템에 대해서 예전에는 그냥 당연하게 받아들였다면, 이제는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볼 때(정치적 혹은 교육철학적 맥락이 아닌)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 공유해보고자 한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보낸 10년이 여러모로 참 아깝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1. '선생님 = 공무원'에서 오는 낮은 경쟁력

물론 사명감을 갖고 학생들에게 참된 교육을 하는 선생님들도 계시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냥 직업으로서 선생님을 택한 것이다. 연차에 따라 연봉도 정확하게 정해져 있고, 노후에 연금까지 보장되어 있으니 냉정하게 얘기하면 굳이 열심히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정말 깊이 있는 컨텐츠와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수업은 손에 꼽을 만큼 없었던 것 같다. 그냥 타고나길 스토리텔링에 능한 선생님들이 주로 괜찮았던 것 같고 그 외에는 개선할 의지도 거의 없었던 걸로 느껴졌다. 고등학교 때 단과 학원에서 문학 중에 시를 배웠을 때, 시가 쓰인 배경과 단어의 의미들, 시인이 하고 싶었던 메시지들을 들었을 때 주책 맞게(?) 감동이 밀려오면서 한편으로는 학교에서 국어시간에 듣는 수업은 정말 쓰레기였구나 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공교육을 사교육 수준으로 경쟁시켜서 경쟁력을 높이자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니다. 야구에 'FA로이드'란 말이 있는데, 메이저리그의 경우 많게는 수천억 원의 대박도 자주 나오는 FA 계약을 앞둔 해에는 대부분의 선수가 커리어하이 스탯을 찍는 걸 말한다. 사람은 아닌 척 해도 금전적/비금전적 동기부여에 의해 움직이기 마련이고 반대로 그런 동기부여가 없으면 복지부동할 수밖에 없다. 훌륭한 선생님들이 훌륭한 환경에서 훌륭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훌륭한 컨텐츠로 수업을 한다면 학생들에게는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큰 선물이 되겠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그런 일은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2. 학생의 관점은 제외된 운영정책과 제도들

안타깝게도 교육컨텐츠의 소비주체는 학생들이지만 그 과정과 결과에서 발생하는 after effect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심지어는 학군이 아파트 가격 차이의 가장 큰 요인이기도 할 정도이니. 메가스터디 손주은 회장이 한 인터뷰에서 '입시제도는 갈수록 이해하기 어렵게 바뀌고 있다'며 이는 기득권자에게 유리한 방향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크게 공감을 했다. 입시요강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그에 따른 스트레스는 온전히 학생들의 몫이다.


그리고 입시의 방향에 있어서 모든 과목을 잘 해야 하고, 실수를 덜 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건 굉장히 잘못됐다고 본다. 예전에 IQ 210 신동에서 실패한 천재로 전락한 김웅용 씨가 TV인터뷰에 나와서 한 얘기가 인상적이었다. '아이큐가 높다고 하니 사람들은 제가 모든 걸 잘 하길 기대하더라고요. 왜 피겨스케이팅은 못하니? 왜 그림은 못 그리니?'라고 하면서 못하는 게 있을 때마다 사람들이 실망해서 억울했다고. 한국 교육이 기대하는 게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수학에 특출 나면 그 재능을 살려줘야 하는데, 어차피 2등이나 3등이나 다 100점 맞으니, 국어나 영어도 100점 맞는 사람이 훨씬 우월한 학생이 되는 건 아이러니다. 반대로 공부에 전혀 관심 없는 학생들을 앉혀놓고 모든 과목을 가르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 생각된다.


3. 철학 없는 욕망의 바다

한국 교육이 진정한 교육이 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교육을 빙자한 욕망의 집결체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입시에 실패해서 낙오자로 찍힐까 봐 두려운 건 사실 학생이 아닌 부모로부터 시작된 거라고 본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좋은 대학 = 좋은 직업/직장 = 성공'이란 프레임을 갖고 어릴 때부터 끊임없이 주입을 시켰으리라. 근데 그런 경쟁으로 인해 잃는 게 너무 많다. 부모들은 사교육 때문에 아끼고 살면서도 노후대비를 못하고, 학생들은 그 나이 때 경험해야 할 것들, 누려야 할 것들을 거의 누리지 못하거나 죄책감을 갖고 살아야 한다.


기업을 운영하면서 좋은 점 중에 하나는 여러 가지 변수들을 직접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채용을 통해 어떤 사람과 같이 일할 지도 결정할 수 있고, 여러 가지 시스템을 고안해서 도입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교육 쪽 생각을 하면서 '사회적 합의'라는 무시무시한 단어도 떠오르고,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다양한 맥락에서 수많은 이해관계자를 움직여야 하는 이슈이니 숨이 턱턱 막힌다. 많은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고, 너무도 큰 경제적,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게 만드는 잘못된 교육이 과연 10년, 20년 뒤에는 어떻게 바뀌어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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