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대일 Aug 25. 2018

인생 책 제로투원 - 패스트파이브 사례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는 중요한 진실

스타트업 업계에 들어온 지 8년 가까이 됐는데,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 나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준 책은 제로투원이다. 열 번 정도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새로운 영감을 준다. 처음엔 ‘아, 1에서 10을 만드는 진보와 0에서 1을 만드는 혁신은 완전히 다르구나’라는 정도로 이해하고 쓱쓱 책을 넘겼는데, 두번 세번 읽다보니 각 챕터별로 너무나도 insightful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제는 마치 성경책을 읽듯이 챕터별로 그 내용을 음미하면서 이게 정확히 어떤 의미일까 곱씹어 보면서 읽게 되었다. 앞으로 100번 정도는 읽어야 할 책이라 생각된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수업을 수강한 느낌


피터 틸은 실리콘 밸리의 '대부'같은 존재이다. 독특한 이력으로도 유명한데 뉴욕 최고 로펌의 변호사에서 Credit Suisse 파생상품 트레이더를 거쳐 1999년에 Paypal을 설립했다(정확히는 Peter Thiel이 이끌던 Confinity와 Elon Musk가 이끌던 X.com의 합병. Thiel은 이때도 경쟁을 싫어했나 보다). 2002년 Paypal을 이베이에게  1.5조원에 매각하고서 그는 창업과 투자를 병행하며 전설적인 업적을 남겼다. 페이스북의 최초 외부 투자자로 50억 밸류(현재는 500조)에 투자했을 뿐만 아니라 요새 controversial하긴 하지만 20조원의 가치를 인정받는 Palantir의 공동창업자이고, 그가 Partner로 운영하는 Founders Fund는 SpaceX, Airbnb, Oscar, Stripe, Compass 등 핫한 스타트업들을 포트폴리오로 보유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그는 페이팔마피아의 리더로서 실제 대부 같은 포지셔닝을 갖고 있다.


2014년 제로투원을 출판하기 전까지 Thiel은 외부활동이 적은 편이었는데, 출판 이후 전 세계를 돌며 강연을 하고 본인의 경험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핵심은 '일반적으로 경제학에서 독점은 나쁜 것이라고 가르치지만, 성공적인 기업들은 모두 독점기업들이고 대개 그들은 독점이라는 사실을 숨긴다'는 것이다. 그가 운영하는 회사들, 투자한 회사들을 보면 놀라울 정도로 언행일치를 이루고 있다. 제로투원을 읽으면서, 그리고 회사를 운영하면서 느꼈던 점들을 정리해 본다.



1. 작게 시작해서 독점하라

독점기업은 매우 드물다. 세상에 똑똑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은 널려있고, 무언가 좋은 기회가 보인다면 모두가 달려들어 금세 경쟁시장이 되어버린다. 한편 아무도 관심이 없는 영역은 거의 풀기가 어려운 문제이거나(ex. 노화를 막는 약이 있다면 당연히 독점), 시장성 자체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 독점기업들은 어떻게 독점을 만들었을까? 대개는 아주 작은 시장에서 시작했다. 페이스북은 하버드, 스탠포드 등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서비스하면서 기능들을 업그레이드 시켰는데, 작은 시장에서는 부담 없이 다양한 테스트를 해볼 수 있기 때문에 product-market fit을 찾아가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 된다. 만약 페이스북이 주요 대학교 서비스를 통해 iteration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면 당시 충분히 컸던 마이스페이스를 꺾지 못했을 수도 있다.


패스트파이브도 유사한 경험을 했었는데, 1호점 오픈 당시 시장에는 젊은 세대를 위한 공유오피스가 없었다. 소호사무실은 주로 50-60대 은퇴한 분들이 컨설팅이란 이름으로 출근할 사무실을 제공하는 컨셉이였고, 대개는 꽉 막힌 닭장같은 업무공간에 올드한 느낌의 인테리어가 대부분이었다. 야심 차게 1호점을 오픈한 우리는 20-30대들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일하며 네트워킹을 할 수 있도록 넓은 공간에 책상을 쭉 배치했었다. 고객들이 방문했을 때 공간 컨셉에 대한 반응은 매우 좋았다. 그러나 오픈된 공간보다는 Private Office(당시 우리가 입주하기 이전 회사가 쓰던 회의실, 임원실을 2~10인실로 꾸민 공간)에 대한 반응이 훨씬 좋았다. 우리는 Private Office를 모두 팔고서 그 주말부터 바로 오픈된 공간도 방으로 바꾸는 공사를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고객의 니즈에 맞춰서 변경한 부분들이 지금의 서비스 원형이 되었다.


2. 남들이 동의하지 않는 진실

Thiel은 인터뷰에서 'What important truth do very few people agree with you on?'이란 질문을 많이 한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대답하는 '사실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와 같은 명제는 유효하지 않다고 얘기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99.9%의 사람들이 철석같이 믿고 있는데 사실은 그 반대가 진실일 때 그건 엄청난 사업기회가 된다. '여행객에게 집을 빌려주고 돈을 받는다'는 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할 때 Airbnb는 부동산 하나 보유하지 않고 Hilton보다 가치 있는 회사가 되었다. 특히 업계의 전문가들이 확실하다고 믿는 것 중에 반대의 진실이 있다면 그 지점이 바로 혁신의 변곡점이라 생각한다.


Thiel이 나에게 저 질문을 한다면 나는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유오피스는 소규모의 회사들이 잠깐 머무르는 곳이라고 생각하는데(그래서 니치마켓이라고 생각), 사실은 정반대다. 공유오피스는 회사 규모에 상관없이 기존 오피스를 대체해 나갈 것이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리고 이게 지금의 성장세가 앞으로 10년 동안 지속될 거란 믿음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진실은 10년 뒤에 밝혀질 것이다)


3. 거듭제곱의 법칙

복리의 마술은 주로 가치투자에서 많이 사용되는 개념인데, 스타트업 비즈니스에 있어서도 복리의 마술이 적용된다고 얘기한다. 벤처투자에서 300억의 돈을 10개의 업체에게 30억씩 투자했을 때 업체별 수익률이 대개는 정규분포를 그릴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1개의 대박 업체가 전체 펀드의 수익률을 결정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극단적인 분포를 보인다. 핵심은 '기하급수적 성장을 절대로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메시지인데,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초기엔 비슷한 곡선을 보이지만 거듭제곱의 커브에 올라타는 순간 넘사벽 수준으로 뛰어오른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맥락에서 패스트파이브는 올해와 내년이 Thiel이 말한 '중요한 타이밍'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초창기에도 매년 2배, 3배씩 성장을 하긴 했지만 절대적인 수치로 봤을 때는 의미를 부여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매출도 세 자리, 입주자도 만 명을 바라보고 있어서 2배, 3배의 성장이 주는 무게감이 굉장히 크다. 물론 그만큼 복잡도도 거듭제곱으로 높아져서 챌린징 한 일이 많지만 즐겁게 일 하고 있다.


4. 마피아를 만들어라

이 부분은 너무 공감도 되고, 감명 깊어서 직접 옮겨본다.


우리는 이력서를 꼼꼼히 검토하거나 단순히 가장 재능 있는 사람들을 고용해 마피아를 만든 것이 아니다. 그런 식으로 접근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는 뉴욕에 있는 로펌에서 근무할 때 나도 직접 목격한 적이 있다. (중략) 하루 종일 함께 시간을 보냈지만, 사무실 밖에서는 서로 할 얘기가 별로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 같았다.

 서로 좋아하지조차 않는 사람들과 왜 함께 일하는 걸까? (중략) 처음부터 나는 페이팔이 거래 관계가 아니라 단단히 엮인 관계가 되길 바랐다. (중략) 그래서 처음부터 우리는 실제로 즐겁게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을 채용했다. 재능도 있어야 하지만, 특히 '우리'라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신나게 생각해야 했다. '페이팔 마피아'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회사에서 왜 사람들이랑 친하게 지내? 회사는 회사일뿐이야. 그냥 조용히 다니는 게 최고야'라는 말을 당당하게 하며, 쿨한 듯한 모습을 보인다. 회사의 유형마다 다르겠지만 스타트업에서는 적어도 핵심 인력이라면 마피아와 같은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본다. 정서적 유대감이 없으면 팀웍이 발휘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는 건 라이프스타일의 일종으로 볼 수 있는데 같이 있으면 신나지 않는 사람과 어떻게 같이 일을 할 수 있겠는가



* 패스트파이브(www.fastfive.co.kr)와 함께 독점기업을 만들어 갈 분들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채용 문의는 ceo@fastfive.co.kr 로 부탁드립니다:)


- 커뮤니티매니저: 패스트파이브의 핵심 직군으로 전반적인 호점관리(세일즈, CS, 커뮤니티 빌딩 등)를 수행 

- 사업개발: 주거서비스, 리테일(카페, 휘트니스 등) 등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

- 부동산 담당: 패스트파이브의 신규호점 매물을 발굴하고, 건물매입 및 디벨로퍼와의 협업 주도

- 투자 담당: 장기적인 관점에서 패스트파이브의 경쟁력을 높여 줄 스타트업에 Seed 투자(1~3억 규모)

- 브랜드마케팅: 당장의 lead generation, 전환율 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브랜드 가치를 생성

- 공간디자이너: 감각적인 라운지, Bar, 회의실 등 패스트파이브의 공간경쟁력을 높여 줄 디자이너

- VMD: 신규호점의 전체적인 공간구성, 가구 select, 디테일한 요소 등을 관리

작가의 이전글 VC 투자유치 과정에 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