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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일 Feb 21. 2019

조직문화 소개 - TEDx패파

일주일 중 가장 기다리는 시간

패파에는 TEDx패파라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 TED 프로그램처럼 일주일에 한 번 추첨으로 뽑힌 사람이 나와서 10~15분간 자유주제로 발표하는 자리이다. 자기만의 독특한 취미를 소개하기도 하고, 본인이 감명깊게 본 영화나 책을 소개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패션 관련 꿀팁을 공유하기도 한다.


TEDx패파를 해야겠다고 아이디어를 낸 건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회사 업무 특성 상 모두가 떨어져서 일했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은 한 공간에 모여서 미팅을 해야했다. 나와서 팀별 특이사항이나 공지사항을 발표하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사람이 많아질수록 분위기도 엄숙해지고, 힘들게 모두 모였는데 앉아서 공지사항만 듣고 가는 사람들도 생기면서 이왕이면 좀 더 가치있는 시간을 보낼 방법이 없을까 고민해봤다.


랜덤으로 팀을 짜서 미션을 수행하고 집으로 돌아가면 적어도 팀원들끼리는 더 친해지지 않을까? 먹을거리라도 준비해서 회의 전에 먹으면서 얘기라도 나누면 좋지 않을까? 등등 많은 생각들을 했고 실제로 적용도 해봤지만 썩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러다가 문득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이상적인 프로그램은 불가능하다고 인정하고, TED처럼 돌아가면서 발표를 하면 적어도 직원 모두가 한 명에 대해서는 잘 알게되고, 심지어 친해졌다는 느낌까지 받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돌아오는 미팅부터 바로 시작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경영진 두 명이 TEDx패파의 스타트를 끊었고 1년이 지난 지금 가장 패파스러운 프로그램이 되었다. 다음은 그 동안 흥미롭게 들었던 주제들이다. (메모 목적으로도 한번 정리해본다)

제비뽑기를 해서 당첨된 사람은 다음주 미팅 때 발표!


1. 여행기 (우리 회사에는 프로 여행러들이 많다)

ㄴ이집트 여행기. 이집트 현지의 호객행위 에피소드로 빵빵터짐

ㄴ오로라 탐험대. 전 직장 동료들과 오로라를 보기 위해 갔던 아이슬란드 여행기. 브이로그 영상은 보너스

ㄴ와이너리투어. 모범생처럼 살다가 문득 대학원 등록금으로 프랑스 와이너리투어까지 가게 된 썰

ㄴ싱가폴 취업기. 싱가폴에서 1년 일한 스토리를 무려 웹툰으로 그려서 재밌게 설명

ㄴ멕시코 여행기. 익숙하지 않은 멕시코에서 1년 살면서 경험한 희노애락 에피소드

ㄴ남미 여행기. 마찬가지로 충동적으로 혼자 남미 여행갔다와서 책까지 쓰게 된 썰

ㄴ중국 음식소개. 메뉴판 알아보기 어렵고 불친절한 식당이 현지인들이 가는 맛집이라는 꿀팁

ㄴ디즈니 인턴경험. 아파서 목소리가 안나올 때 '마녀에게 목소리를 빼앗겼다고' 농담하는 쇼에 대한 열망

ㄴ제주도 가족여행. 가족이 이렇게 즐겁게 놀 수 있구나라는 걸 보여준 신선한 쇼크


2. 취미 소개

ㄴ타투이스트. 얌전한 미대출신 직원이 알고보니 타투이스트라는 역대급 반전

ㄴ낚시. 도시어부가 뜨기 전부터 낚시의 매력에 빠진 여직원 이야기

ㄴ꽃꽂이. 플로리스트 여자친구의 도움을 받아 꽃꽂이 체험. 꽃 꺼내는 순간 이미 환호성

ㄴ애니메이션. 덕밍아웃하며 캐릭터보고 '귀엽지 않아요?'라는 명언을 남김

ㄴ웹툰. 어려서 만화작가가 되고 싶었고 술 없이는 살아도 만화없이 살 수 없다는 분

ㄴ요리. 직장에서 스트레스받고 늦은 퇴근 후 요리하는 취미로 살다가 김치까지 담그게 된 썰

ㄴ똥손. 이것저것 만들기를 좋아하나 워낙 똥손이라 본인이 만든 게 뭔지 맞추는 사람에게 선물 증정

ㄴ국내 여행. 국내 여행지 Top3를 추천하는 주제였으나 모든 사진에 남친이 출현해서 야유로 끝남

ㄴ바이크. 바이크로 전국일주 한 썰. 도로에서 160km 밟는 동영상보고 덜덜

ㄴ작곡. 취미로 영화작곡하는 썰. 실제 영화에 본인 음악을 입혀서 보여줘서 감동의 도가니


3. 본인의 과거 경험들 소개

ㄴ창업실패기. 소셜커머스 유행시절 열심히 준비했으나 오픈 전날 친구끼리 싸우고 폐업

ㄴ결혼식장 데코. 신라호텔에서 결혼식장 셋팅 알바하던 중 지인 결혼식을 한달동안 직접 준비했던 썰

ㄴ슬럼프에 대하여. 기자시절 유명한 심리학자 인터뷰를 했었고, 슬럼프란 '역경 후 성장'이라는 아름다운 해석

ㄴ주류 B2B영업에 대하여. 한달에 9만짝 팔아제끼던 영업사원 시절 에피소드

ㄴ덕밍아웃. 팬텀싱어를 본 후 포르테 디 콰트로 전국 콘서트 따라다니는 덕질 소개

ㄴ마카오 카지노. 카지노에서 바카라로 탕진한 썰

ㄴ출판 경험. 수많은 출판사에서 거절 당하면서 힘겹게 출간한 썰

ㄴ건축에 대하여. 건축학개론 수업에 수지같은 여자는 없다고


4. 기타 주제

ㄴ장삐쭈. 만화 더빙해서 개그로 승화. W사 얘기까지도

ㄴ글로벌 경제흐름과 공유오피스의 밝은 미래에 대한 강의

ㄴCommon stocks and Uncommon profits을 통해 본 좋은 회사의 정의 (기승전패파)

ㄴ호텔리어 출신의 포마드헤어를 하게 된 계기와 셋팅 방법 소개

ㄴ영화배우 출신이자 가장 인기있는 미국 대통령 중 한 명인 로널드 레이건 소개

ㄴ패리텔. 마리텔처럼 스크린에 단톡방 개설하고 질문을 받았으나 조롱만 당하다 끝


공유오피스는 기존에 없었던 산업이고 우리가 가는 길이 곧 공유오피스의 역사가 되고 있다. 톡톡 튀는 매력을 가진 사람들이 한 방향을 보고 열심히 뛰는 걸 보면 이게 스타트업의 매력이라 느껴지고 한편으로는 200명, 300명으로 늘어나도 TEDx패파를 할때마다 느끼는 우리만의 코어밸류는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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