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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태 Apr 19. 2024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잘 지내시죠?

제삼자, 손녀의 관점으로

어릴 때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거주하시는 지역에서 살았습니다.

어른이 된 지금은 연락도 잘 주고받지 않,

특히 외할머니가 서운해하는 모습을 자주 시지만

쑥스러운 손녀는 조용히 입 다물게 네요.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이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지금보다 조금 어렸을 때입니다.


처음부터 그들의 이혼을 깊이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외할머니는 외할아버지와 달리 진취적인 성격이었고,

외할아버지는 외할머니와 달리 엄청 묵묵하신 분이었거든요.     


저는 사실 할아버지를 약간 무서워합니다.

외할아버지에 관한 기억은 그가 야구방망이를 들고 집안을 때려 부수는 것이었요.

 집안에는 저만 있었던 게 아니라 저희 엄마도 있었는데, 

눈만 꿈뻑 거리는 저와 달리, 어머니는 엄청 떠셨어요.      


그렇다고 외할아버지가 가족에게 손찌검을 하시는 분은 아니었습니다.

단지, 외할아버지에 관한 기억 때문인지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의 이혼이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성격 차이, 내가 모르는 찐 어른의 사정…. 뭐든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지요.


그러다 다시 그들의 이혼을 돌아보게 된

바다 이모와 산 이모부 이혼정했기 때문이에요.

그들의 이혼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 하고

고심하고 고심하다 보니 하루를 그냥 보낼 정도였습니다.


가족이란 불변하고 영원히 그 자리에 있다는 어린 믿음이 무너졌다거나 ...

아니면 단순히 공부하기 싫어서 딴짓할 때 사용했던 비기였을지도요.

  

엄마에게 물어봐도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이혼한 데는 큰 이유가 있지 않았습니다.

성격 차이, 단 네 글자로 정리가 되었지요.

그래서 엄마에게 추가 질문은 드리지 않았어요.


제 머릿속을 채우던 질문도 서서히 사라져 갔어요.

큰 명절마다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를 각각 뵈러 가도 크게 힘들어하시거나, 분노하시지않았거든요.      

애초에 연락도 거의 하지 않는 손녀가

꺼낼만한 주제는 더더욱 아니죠.


외할머니는 그녀만의 특기로 가게를 차리고 운영도 열심히 하셨습니다.

지금은 허리가 좋지 않으셔서 장사는 접게 되었지만,

여전히 쾌활하고 고집 있으신 성격으로 엄마의 속을 뒤집곤 합니다.     


외할아버지는 제 첫 기억에서부터 지금까지, 쭉 이발사로 계십니다.

단골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일을 하시고,

이용소 한쪽에 자리한 차가운 냉장고와 따뜻한 주방은 외할아버지 여전히 잘 계신다는 것을 증명하죠.      


그래서 우리 집안사람들은 이들의 이혼에 대해 큰 이야기를 꺼내어 놓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가 큰일 없이 잘 계신다는 사실이죠.

가끔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집안사람에게 본인들의 안부를 묻곤 합니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잘 지내시죠? 제가 보기에 두 분은 잘 계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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