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 캐나다 런던에서도, 시민들은 경찰의 폭력으로 끔찍하게 죽어간 조지 플로이드를 기억하기 위해 다운타운 공원에 모여 평화로운 시위를 가졌다.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하며, 사람들은 각자 집에서 "Black Lives Matter" 등을 적은 구호물들을 가져와 삼삼오오 공원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곳에 살며 과거 몇몇의 시위에 참가했을 때와 비교해 보면, 그 규모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시민들의 참여가 높아 사실 많이 놀라왔다. 뉴스에 의하면, 이날 나온 시민들의 수는 어림잡아 약 만명. 도시 전체 인구 40 중 1명이 참가한 꼴이니, 이 도시에선 보기드물게 큰 시위였다.
친구들, 커플, 혹은 자녀를 데리고 나온 가족들, 그리고 다양한 인종적, 성적 배경의 사람들이 모여 같은 구호를 외치고 같은 제스처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다른 한쪽 팔을 치켜올리며)를 취하는 것은 내가 가진 믿음을 더 강하게 하는 느낌을 주었다. 특히나, 코비드 19의 위기 상황에서 반인종차별이라는 하나의 아젠다 아래 열정적으로 모인 시민들을 보니, 내가 만일 인종차별을 당한다면 적어도 이들은 나같은 사람의 목소리와 경험을 거부하진 않겠구나 하는 안도감도 들었다고나 할까.
많은 시위에 참여한 것은 아니지만, 캐나다에서는 시위를 하면 경찰이 그 주변에서 커다란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거리를 두고 떨어져 지켜보곤 한다. 시위대의 권리를 충분히 인정하면서 안전한 시위가 되도록 하는 것이 그들의 역할일 것이다. (물론 보수당의 하퍼가 수상이었을때는, 2010년 토론토에서 개최한 G20 회의에 반대한 시위대를 향해 꽤 문제적인 수준의 폭력적 진압이 있긴 했지만 말이다.)
조지 플로이드가 그 누구도 아닌, 경찰의 손에 죽었다는 비극을 인지해서였을까? 혹은 미국과 항상 비교하는 버릇 때문에, 캐나다 경찰은 그렇지 않다라고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이날따라 경찰들은 작은 테이블과 "Black Lives Matter"라고 적힌 글귀까지 마련해두고 시민들에게 친절하게 웃으며 마스크를 나눠주기도 헀다. 사람들에게 포즈를 취하며 본인들의 사진을 찍으라고 제스처를 취하기도 하고, 같이 찍어주기도 했다.
소수인종에 대한 폭력, 특히 국가의 에이젼트인 경찰의 폭력은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흑인의 몸에, 캐나다에서는 원주민의 몸에 가해지는 경찰의 폭력은 수도 없이 행해져왔다. 혹, 핸드폰으로 촬영되어 온라인으로 일파만파 퍼지면서 얻게된 시각적 호소력의 파급력이 이 마땅한 분노를 일으켜 시민들을 불러 모으게 한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찌됐던, 불공정하고 불평등한 인종폭력의 이야기가 더 많이 세상에 알려져야, 반인종차별에 대한 담론도 더 많은 이해와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