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과 현실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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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을 세우는 것-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설정하는 일은 매우 즐거운 감정을 수반한다. 평생 동안 계획을 세우는 사람밖에 되지 못할 역량만을 가진 사람은 매우 행복한 사람이다 : 그러나 그는 가끔 계획 세우는 일을 쉬고 계획을 실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그리고 그때는 분노와 환멸이 밀려올 것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Ⅱ』,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미기 옮김,책세상,2019. p.60)
영화 '기생충'의 기택은 가족을 위해 완벽한 계획을 세운다. 부잣집에 들어가 한명씩 가족을 잠입시키고, 결국에는 그 집을 완전히 장악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의 계획은 치밀하고, 단계별로 철저하게 준비된다. 하지만 그의 계획은 예상치 못한 변수들로 인해 끊임없이 흔들린다. 비가 오는 날, 지하실에 숨어있던 전 주인이 나타나면서 모든 것이 꼬이기 시작한다. 기택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가족들은 끔찍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기택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계획의 중요성과 동시에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의 좌절감을 보여준다. 우리는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다양한 계획을 세운다. 학업, 직업, 결혼, 주택 마련 등 삶의 중요한 순간마다 우리는 미래를 예측하고 목표를 설정한다. 하지만 기택처럼 우리의 계획이 항상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발생하고, 우리는 계획을 수정하거나 포기해야 할 상황에 직면하기도 한다.
계획을 세우는 것은 마치 먼 여행을 떠나기 전 지도를 그리는 것과 같다. 목적지를 정하고, 가야 할 길을 미리 예상하며,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생각해 보는 과정은 설렘과 기대감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아무리 정교한 지도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실제 여행에서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갑작스러운 비바람이 몰아치거나 길이 막혀 우회해야 할 수도 있다. 이처럼 계획은 우리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지만, 현실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우리를 예기치 못했던 길로 이끈다.
계획을 세우는 것은 분명히 의미 있는 일이다. 목표를 설정하고, 단계별로 실행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우리는 더욱 명확한 목표 의식을 갖게 되고, 동기 부여를 얻을 수 있다. 또한,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문제점을 미리 예측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어 위기 상황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하지만 계획에 너무 집착하면 오히려 행동을 망설이게 되고,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우리의 계획 역시 유동적으로 변해야 한다. 계획은 딱딱한 틀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참고할 수 있는 하나의 지도일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계획을 세우는 동시에 현실에 대한 유연한 대처 능력을 길러야 한다. 계획대로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때에도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