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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의 영어 공부, 돌고 돌아 결국 TED(테드)

by 피넛버터 Nov 30. 2024


나는 영어도 좋아하고 책도 좋아하지만 '영어 학습 교재'에 대해서는 알레르기가 있다. 영어 교재에 쓰인 영어 예시 문장은 인위적이고, 죽어있는, 가짜 영어라는 느낌이 든다.  


시험 영어인 토익도 마찬가지다. 나는 대학 4학년 졸업반이 될 때 까지도 토익을 꽤나 등한시했다. 때는 2000년대 초, 당시 '영어=토익'이라는 공식이 성립될 정도로 토익의 사회적 영향력이 어마무시하던 때였다. 하지만 근거 없는 자신감에 가득 차있던 나는 토익이 무슨 제대로 된 영어를 측정한답시고 저렇게들 토익에 목을 메나 싶어 오히려 더 멀리했다. 


토익 공부는 영어를 영어로 써먹기 위한 공부도 아니고, 오직 문제 풀기 기술만 가르쳐주는 쓰레기 같은 시험이라고도 생각했다. 심지어 토익은 영어 못하는 사람들이 영어 못하는 걸 숨기기 위해 준비하는 입사용 시험이라고 여긴 적도 있다 (지금 생각하니 좀 오만했다).


하지만, 대학4학년이 되자 나도 결국은 그렇게 욕하던 토익 시험에 응시했다. 아니, 해야 했다. 제대로 된 토익 점수가 있어야 우리나라에서 그래도 멀쩡해 보이는 회사에 입사 지원이 가능하다는 현실을 내가 부정할 도리는 없었다. 아무런 회사 경력도 그리고 해외 연고도 없는 내가 한국을 떠나 갑자기 해외 취업을 할 수도 없었다.


좋든 싫든 생업 앞에선 '시험 영어'건 '이민 영어'건 일단 해야 했다. 그렇게 토익 문제집을 몇 권 사서 한참을 공부했고 대략 원하는 점수가 나오자 토익과는 헤어졌다 (시험 전날 술 먹고 친 토익 점수가 제일 높았던 것 같다. 역시 나는 토익을 신뢰할 수 없다.)


2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나는 토익의 '토'자를 들으면 '토'가 나올 것 같다. 토익 때문에 인생 망한것도 아니고 토익에 수백 갖다 부은것도 아닌데, 나는 왜 이렇게 시험용 영어가 싫을까 싶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 사회생활을 하면서 요즘도 영어를 꾸준히 공부하는 요즘 나는 영어 학습 교재는 웬만해서는 사보지 않는다. 정말 이건 이 책 아니면 이런 건 배울 수가 없다 싶은 것들은 나도 몇 권 구매했고 지금도 잘 보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책들은, 강추한다. 


정체되었다 느낄 때 늘 들춰보는 나의 최애 영어 교재정체되었다 느낄 때 늘 들춰보는 나의 최애 영어 교재


하지만 예를 들어, '딱 XX분 영어회화 '', '영어회화 XX일의 기적', 'XX개 패턴으로 끝내는 영어' 류의 책은 단 한 번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이 없다. 앞에서 밝히니 것처럼 그런 정형화된 교재 속의 영어는 죽은 영어 같아서 도무지 마음이 가지 않는다. 





https://www.ted.comhttps://www.ted.com

요즘 나의 최애 공부 소스는 TED다. 웬만큼 영어 공부 시도 좀 해봤다 하는 사람들 중 TED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내가 TED를 알게 되어 영어 공부 콘텐츠로 삼은 지 십몇 년이 지나는 동안 영화, 뉴스, 드라마 등 다른 유형의 콘텐츠로 넘어간 적도 많았다. 하지만 늘 그리고 결국 다시 TED로 돌아온다. 


TED의 장점을 열거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1. 첫 번째 장점은 '중간스럽다'는 점이다. 중간스럽다는 것은 너무 formal 하지도 않고 너무 casual 하지도 않은 딱 중간 영역의 표현과 어휘들이라는 점이다. 미리 다듬고 준비한 대본으로 발표하는 것이니 당연히 정제된 표현을 사용하고,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격식을 갖춘 정치, 경제, 학계 발표도 아니기에 일부러 어려운 표현을 사용하지도 않는다. 우리 같은 일반인이 이해하기 크게 어렵지 않고 또 따라 써먹기 좋은 영어다. 


2. 내 관심 분야의 어휘와 표현 습득에 굉장히 용이하다. 각 주제에 따라 전문 용어가 등장해서 약간 어렵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TED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강연이다 보니, 전문성을 가진 주제와 어휘도 보통의 교육을 받은 대중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명해 주기 때문에 오히려 배울 수 있는 포인트가 된다. 


3. 집중하기 딱 좋은 10분 전후의 짧은 영상이다. 영화의 경우 일단 100분은 기본이다. 대사 하나하나 곱씹고 사전 찾다가 포기하기 일쑤다. 드라마는 더 심하다, 너무 재미있기까지 해서 다음 시리즈를 계속 보다 보면 하루 가버리는 건 다반사다. TED 영상은 그다음 시리즈라는 게 없기에 그걸로 짧고 집중력 있게 학습이 가능하다. 


사실 이 외에도 글로벌한 관점을 가질 수 있다는 점, 스크립트가 제공돼서 읽기와 말하기를 동시에 학습할 수 있다는 점 등 많지만, 언급한 위 세 가지 장점은 다른 영어 콘텐츠가 따라올 수 없는 유용함을 제공한다. 


나는 IT업계에서 꽤 오래 일해왔기에 주로 IT관련 영상이나 교육과 관련된 영상을 본다. 요즘은 AI가 워낙 핫하다 보니 tech라는 이름 대신 아예 AI로 바뀌어있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이런 것만 봐도 세상의 흐름을 함께 타고 넘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실 사람들에게 TED만 한 게 없으니 다른 거에 시간낭비 말고 이거만 하세요 할 수도 없다. 이것저것 찔러보고, 똥인지 된장인지 냄새도 맡아보고 (맛보지는 맙시다) 해봐야 나한테 맞는지 오래 할만한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빨리 가려는 걸 경계해야 하는 건 모든 분야에서 마찬가지겠지만 영어도 마찬가지다. 돌아가는걸 너무 두려워 말고 여기저기 다녀봐야 한다. 


나의 경우, 20년을 돌고 돌아 결국 다시 돌아온 곳이 TED다. 이것도 지겨워지면 다른 소스로 언제든 또 떠날 수도 있다. 그래도 결국은 또 TED로 돌아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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