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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미경 Aug 26. 2018

6. 자취생은 배달, 편의점음식계의 미식가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딨어?


독거인, 자취인은 참 외롭고 힘들어요.

자유와 외로움을 맞바꾼 삶을 살아야 합니다.

누군가와 함께 살면 외롭진 않지만 자유롭지 않고,

혼자 살면 자유롭긴 하지만 엄청 외롭죠. 모든 걸 다 혼자 하니까요.


예를 들자면, 여자 혼자서 자취를 하면서 산다면 어렵고 힘든 일이 많습니다. 여자 혼자서 사는 집이라는걸 들키지 않기위해 택배도 배달음식 시키기도 조심스럽죠. 밖에서 발걸음소리가 들리다 문 앞에서 멈추면 식은땀이 나요. 혼자 사는 남자분들과는 달리 여성들은 많이 공감하시더라구요.


이거말도고 사소한 것도 많아요. 팔찌를 하고싶은데 고리형이라서 혼사 못하거나, 원피스나 블라우스의 지퍼 올리거나 내릴때, 비오는 날 데리러 오라고 할 사람이 없을때, 내가 치우고 정리하지 않으면 절대 채워지지않는 수건과 비워지지않는 휴지통 및 편지함. 어느 날은 불량으로 나온 페트병 콜라가 안 열려 못 마시고 서러웠던 적도 있어요.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든건 밥을 챙겨먹는 일! 처음엔 혼자 살아도 잘 챙겨먹겠다고 마트가서 장도보고 요리도 해봤지만, 재료를 다 쓰기도 전에 상하고 유통기한이 지나버려요. 냉장고안에서 양파에서 싹이나고 무순이 자라니 냉장고가 아니라 우주인가 싶어요. 그러다보니 점차 밥도 안 해먹고 또 늘 혼자먹으니 먹기보다 생존을 위한 집어넣기에 가까워졌어요.





편의점을 SNS만큼이나 들락거리고 배달음식도 시켜서 하루이틀 끼니를 해결해요. 혼밥세트가 나왔다지만 여전히 배달음식은 비싸요. 질리고 집밥도 그립지만 오늘도 편의점을 기웃거리며 신상품이 나왔나 확인해봅니다.


자취하다보면 이제 라면 봉지 안봐도 무슨라면인지 알것만 같아요.  도시락도 추천해줄 수 있지요. 배달은 어디가 양많고 서비스가 많은지도 알게 됩니다. 편의점계의 얼리어답터가 자취생이죠.


살다보니 사는일만큼이나 먹는일도 힘드네요. "오늘 뭐먹지?"라는 고민을 이렇게 오랜시간 하게 될 줄은 어린시절엔 꿈에도 몰랐습니다. 누군가 먹는것은 전쟁이라고 하는데 정말 그래요. 자취하다보니 늘 다른반찬과 국으로 삼시세끼를 준비해주던 엄마가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오늘도 어제 배달시키고 남은 피자로 저녁을 해결하고 내일 점심은 편의점도시락을 먹으려 합니다. 혼자사는 분들, 혼자서 영양가 없고 맛없는 음식을 먹을때 아픈만큼이나 서럽지 않으시던가요? 혼자살아서 좋지만 혼자여서 힘들기도 한 이상한 종족인 저는 요즘 부쩍 외로움이 많아졌어요. 그렇지만 가족품으로 돌아가긴 싫어 힘들다고 투덜대며 공감을 바라며 혼자서 텅빈 방으로 걸어가는 저입니다.


자취생분들, 오늘 당신의 세끼는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아니 밥을 먹고 다니기는 하는거죠? 맛없어도 먹고 힘내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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