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라의 일상
제가 생각보다 얌전하고(?) 모범적으로 살아왔어요. 술도 잘 못 마시고, 담배도 핀 적 없고 사춘기도 없었고요. 그러다 이제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 거야"라는 마음가짐으로 남은 인생을 보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버킷리스트에 무작정 적어둔 항목 중 가장 이루기 쉬웠던 '타투'를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음, 근데 막상 타투를 하려고 보니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겁이 나기도 했어요.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요. 그냥 단순히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은, 일탈이라는 감정이 꿈틀꿈틀 했을 뿐 명확한 목적은 없었습니다. 참 피곤하죠? 하고 싶은 걸 하는데 뭐 그리 목적까지 찾고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건 영구적인 거니까, 신중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도안들만 열심히 보면서 하게 된다면 어느 위치에, 어떤 타투를 할 것인지를 무려 3년을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제가 타투를 결심하게 된 계기가 생겼습니다. 목적이 생긴 거죠! "나 타투해야만 해! 이유가 있어"
바로, 저의 자존감을 위해서였습니다. 저는 자해를 자주 했어요. 언젠가부터 분노가 치밀어 오르면 우울증이 심해지고 약으로도 해결이 안 될 땐 정신줄을 놓고 손에 잡히는 대로 팔을 그어버렸어요. 무섭죠? 저도 제가 무서웠어요. 그때 누군가가 그랬어요. "팔 근처에 예쁜 타투를 하는 건 어떠세요? 그럼 나쁜 마음이 들다가도 그 타투를 보고 진정하게 될지도 몰라요"
게다가, 내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누군가의 말에 행성 모양의 미니타투를 보고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습니다. 절 위해서, 저의 존재가치를 확인하고 잊지 않기 위해 타투를 결심했습니다.
바로 이 행성 모양의 타투입니다. 손목에 미니타투를 하고 매일 눈으로 보면서 내가 태양이고, 나를 중심으로 저 행성들이 공전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로 결심한 거죠. 내가 존재해야 세상도 존재한다는 그 말을 잊지 않고 몸에 기록해 둔 겁니다. 누군가는 어린아이가 장난친 모양 같다고도 하지만, 제겐 의미 있는 타투랍니다.
별도, 행성도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데, 내가 세상에서 이렇게 소중하고 중요한 존재인데 내 팔을 긋는 멍청한 짓 따위는 하지 않게 됐어요. 마음가짐도 달라졌죠. 멋있어서, 예뻐서 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전 의미 있는 타투를 하고 싶었어요. 약 3년이 다 되어 가지만 문득문득 이 타투를 지긋이 쳐다보며 처음 타투를 하러 가던 그 마음을 다시 떠올리곤 해요.
아, 타투를 생각하시는 분들은 비용이나 아픈 것 등등에 대해 관심이 있겠군요. 미니타투의 경우 타투이스트에 따라 달라요. 6~15만 원 등 천차만별이죠. 전 수원에서 6만 원 부른 걸 깎아서(진상임) 5만 원에 하고, 한 지 2주도 안돼서 타투가 흐려져 리터치를 받았죠. 그때는 무료였어요. 아프지 않냐고요? 아파요! 근데 못 참을 정도는 아니에요. 눈물 찔끔 나올 정도도 아니에요. 주사기로 팔을 그어서 피가 나기도 하지만, 저는 미니타투라서 참을만했어요. 근데 저게 큰 타투였다면 아마 애초에 시도도 안 했을 겁니다. 작은 건 금방 끝나지만 큰 문신은 긁은 곳 또 긁고 찌르고 며칠에 걸려서 해야 한다고 들었거든요. 못해요. 무서워요.
이렇게 저의 손목에는 작고 귀여운, 그렇지만 저만의 의미가 담긴 타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소소한 일탈, 하지만 그 만족감과 행복감은 소소하지 않았어요. 보여주기 위한 것도 아니었고, 예뻐 보이려고 한 것도 아니었고, 저의 만족과 제가 늘 잊고 지내는 메시지를 상기시키기 위해서였죠.
타투에 대해 안 좋은 생각을 가진 분들도 많으신데, 개인의 취향이니 "타투충은 믿고 걸러야 함"이라는 그런 말은 들어도 그냥 넘어가시고, 또 그런 말은 개인의 취향을 존중해주지 못하는 것이니 서로 조심하면 좋을 거 같아요.
타투해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면 억울합니다. 개인의 개성과 취향을 존중해주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며- 저의 소소한 일탈기, 여기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