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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미경 Sep 05. 2018

7. 저는 쓰고 닳으면 버리는 부품이 아닙니다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딨어?


오늘 회사 비상계단을 가다가 잔뜩 버려진

쓰레기들을 봤어요.

또 사무실 한켠에 덩그리니 놓인 채

 '고장'이라는 딱지를 달고 있는

모니터가 눈에서 지워지지 않아요.


 꼭 언젠가 회사라는 집단에서

쓸만큼 쓰고 필요가 없어지면 건물 밖으로

강제로 튕겨나갈 내 모습같았거든요.




여러번의 해고, 당장 먹고 살기위해

저임금에도 고개 숙이며 감사하다고 일하던

저였기에 그런가봐요.


내가 일을 잘 하지 않거나 조금이라도

불만을 가지면 회사라는 큰 그림자가 내게

이렇게 말해요.


"너 아니더라도 이 자리에 올 사람은 많아"


알아요. 요즘은 일자리가 없어서 알바든,

계약직이든 그저 먹고살수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는 걸요.


그렇기에 나의 귀중한 시간을 글쓰기와

책읽기, 그림그리는 데 쓰지 않고 회사의 월급과

맞바꾸고 있는거니까요.


그러다가도 문득 그만두고 싶을때가 있어요.

언젠가 나도 고장난 모니터처럼, 쓰고 볼일을 다

끝내 떨어져 구겨지는 포스트잇처럼 될 것이란

 걸 알게 되서 그런가봐요.


그렇기에 일하다가도 사무실의 작은 내 자리에서

깊고 깊은 고민 앞에 냉소를 머금은 회의감

사로잡혀요.  

 


당장 내가 회사에서 없어져도

그 자리는 누군가 대체할 거고, 나라는 존재는

언제 있었냐는듯 잊혀질 거예요.


그래서 휴지통에 쓰레기를 버릴때마다 멈칫해요.

요즘 자꾸 그래요. 내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아요.


나는요, 아주 작은 곳이라도 내가 아니면

안 되는 그런 곳에서 지내고 싶어요.

내가 없어지면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그런 사람


형광등 교체하듯 수명이 다하면 갈아치워지는

부품이 아니라 한 개가 모자라 완성되지 못하는

퍼즐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글을 쓰나봐요. 내 글은 나만 쓸 수 있으니까. 글 속에서는 내가 있어야만 나의 글이 세상으로 나오니까, 그래서 이렇게 쓰고 있나봐요.


나는 부품이 아니라 소중한 퍼즐 한 조각이라는

 걸 각인시키려고요.


우리는 존재자체만으로도 희소한, 세상에 단

하나뿐인 퍼즐조각인데 사회속에 들어가면

흔하고 흔한 사무실 비품이 되고, 고장나고 닳으면

버려지는 부품으로 변해버려요.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언제까지 내가 회사의

부품으로 끼워져 생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난 마지막 퍼즐 한 개가 되는 인생을 포기하지 않을래요.


우리 모두 서로 다른 모양이지만 함께해야 완성되는 퍼즐조각이 되어 각자의 자리를 만들어가며 살아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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