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글을 쓰다 문득 주절주절
글을 쓰면서는 도통 음악을 듣지 못하는 나였다. 한 장을 쓰려면 몇 시간씩 문장 하나하나를 붙들고 쓰고 또 쓰고, 읽고 또 읽고 해야 하는데 음악을 듣는 것은 사치였다. 그런 내가 오늘은 문득 대학 시절 듣던 오래된 가요를 틀어놓았다. 나는 작곡가 오태호씨의 노래를 좋아했다. 늦은 새벽까지 공부를 하는 날이면 늘 오태호씨가 작곡한 음악을 듣고는 했다. 신기하게도 작은 가게 이야기를 쓰는 데 이 오래된 가요들이 도움이 되는 것이다.
어제 밤부터 밀린 원고를 쓰느라 책상에 앉아 있었더니 허리를 펼 수 없는 지경이다. 그렇게 가게 이야기, 가게의 마케팅 이야기를 정신없이 쓰고 있다 보면 가끔 회의가 들기도 한다. 누가 얼마나 읽는다고 이 많은 자료를 쌓아 놓고 읽고 머리를 짜내며 글을 쓰는지 바삐 자판 위를 지나던 손가락이 멈춰지곤 한다. 대체 이 fancy 한 시대에 누가 작은 가게 이야기, 소상공업을 위한 마케팅에 관심을 가질까, 싶어진다. 왜 나는 이렇게 작은 가게 이야기에만 끌리는 것일까. 그럴듯한 나의 신념 같은 것들이 이때만큼은 깊이 숨는다.
그러다 오래된 가요를 들으니 치기 어린 나의 청년 시절이 떠오른다. 그때는 분명 순수했다.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이 옳은지가 명백했다. 내 가슴 속에서, 내 머리 속에서 애매하고 명백하지 않은 것은 한 가지도 없었다. 흰색이 아니면 검은 색이었지, 회색은 없던 때였다. 무엇에 기여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무엇이 되고 싶은지 보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더 관심이 있었다. 그때는 분명 순수했다.
오래된 가요가 작은 가게 이야기에 잘 어울리는 이유를 알겠다. 나의 청년 시절처럼, 때 묻지 않은 마음이어야 써지는 이야기여서 그런가 보다. 나는 그런 일을 한 가지쯤은 하고 있어야 하나 보다. 살아 있다고, 살 만한 세상이라고,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려면 그 시절처럼 설레이게 하는 일을 하나 쯤은 하고 있어야 하나 보다.
주절주절 글 쓰는 이야기 한 토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