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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원 Jiwon Kim Sep 11. 2024

Less is more

더하기 대신 덜어내기

오늘 내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예전에 1년 동안 건명원이라는 교육기관에 다닐 때, 모 교수님께서 본인은 매일 아침 1시간 동안 "오늘 내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하신다고 했다. 오늘 하루 하지 말아야 할 것의 리스트(Not-to-do list)를 작성해 보라고도 권하셨다.


해야 할 것의 리스트(To-do list)를 작성하고 그에 따라 살아가기도 바쁜데! 당시 나는 졸업을 앞둔 대학교 4학년으로,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것도 많다고 생각했던 때라 교수님 말씀이 잘 와닿지 않았다.


Less is more


교수님이 르 코르뷔지에와 함께 근대 건축의 개척자로 꼽히는 미스 반 데어 로에의 명언 "less is more"도 함께 소개하셨던 기억이 난다. 그는 자신의 건물에서 군더더기를 가려내 과감히 버리고, 꼭 필요한 것만을 소중하게 남겼다고. 교수님은 파르테논 신전도 개별적으로는 사소해 보이지만 꼭 필요한 벽돌들이 모여 위대한 건축물로 태어난 것처럼, 우리도 사소한 일상과 눈앞에 주어진 일에 몰입해 그 사소한 일을 위대하게 처리하자고 하셨다.


미스는 자신의 예술정신을 담은 두 명언으로도 유명하다. 하나는 ‘덜한 것이 더한 것이다’(Less is more)라는 문장이다. 자신의 건물에서 군더더기를 가려내 과감히 버리고, 꼭 필요한 것만을 소중하게 남겼다. 다른 하나는 ‘신은 사소한 것들에 있다’(God is in details)라는 문장이다. (...) 미스가 꼭 필요한 것만 남겼다면, 그것은 사소한 것이 아니라 중요한 것이다. 그의 건물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아름답고 의미가 있다. 우주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극히 사소한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 사소한 것을 무시하는 행위는 사소한 것들의 집합체인 우주를 무시하는 행위다. (...) 파르테논 신전의 수많은 벽돌 하나하나도 자신의 완벽한 크기와 위치를 알고 있다. 사소한 벽돌이 모여, 자연스럽게 위대한 파르테논 신전으로 태어났다. 사소는 위대한 전체의 종이 아니라, 주인이다. (출처 : 한국일보 기사)


마음 한 켠에 품고 지내온 덕분에


글쎄, 교수님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해야 할 것만 생각하며 지내왔다. 그 때문에 넘치는 의욕, 기억에 남지 않는 잡담, 굳이 안 해도 되는 헛수고, 불필요한 잡념에 휩쓸려온 시간이 제법 된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 "less is more"라는 명제를 모셔두고 지내온 6년이 흘러… 지난주 문득 러닝을 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일상은 일, 운동, 독서·공부, 관계로 단순화되어 있는데,
이제 와서 보니 일상에서 불필요한 것이 많이 제거된 상태구나.
매 사소한 순간에 몰입해 오롯이 나에 집중해 가고 있구나.


6년 전과 마찬가지로 아직도 하고 싶은 것이 많은 나지만, 일상을 정갈하고 단단하게 꾸려간다면 못 할 게 없겠다는 자신감이 조금 더해진 것 같다. "less is more"을 마음속에서 지우지 않은 덕분인 듯싶다. 아직 Not-to-do list를 만들어보지는 못했는데, 이제 한번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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