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변호사의 삶
새 직장과 함께하는 삶의 루틴에 익숙해지다
새로운 직장에 익숙해졌다. 정확히는 새로운 직장에 다니며 생활을 영위하는 방식, 시간을 꾸리는 방식에 익숙해졌다고 해야겠다.
05:45 기상
출근시각에 맞추려면 매일 적어도 6시 반에 집을 나서야만 하는데, 이직 초반에는 부지런을 떨며 5시 반에 일어나다가 이제는 6시가 다 되어 몸을 일으키곤 한다. 물론 알람을 듣고 바로 일어나지 않고 한참을 밍기적거리다 일어나는 편이라, 5시 45분쯤부터 서너 개의 알람을 맞춰두고, ‘알람을 듣고도 일어나지 않는 여유’(?)를 부리다 그때서야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다가 몇 번은 6시 20분이 다 되어서야 눈을 떴는데, 오히려 그럴 때면 대충 씻고 전날 밤에 챙겨둔 옷만 입고 후딱 준비를 끝내 살짝 일찍 집을 나서곤 한다.
07:00 출근 셔틀버스 탑승
이직 첫 달에는 출퇴근 버스에서 책을 읽거나 영어 팟캐스트를 듣곤 했는데, 두 번째 달부터는 차에 타서 안전벨트를 매기가 무섭게 잠에 들기 일쑤다. 회사를 오래 다닌 분들이 괜히 차에서 주무시는 게 아니었다. 집에서 편히 푹 자고 나서는 것보다야 불편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차에서 자는 잠이 그렇게 꿀잠일 수가 없다.
08:00-17:00 근무
집에서 출발 - [잠] - 회사 - [잠] - 복귀
이렇게 회사 일을 하는 8-5시의 앞뒤를 [잠]이라는 결계가 완벽하게 감싸고 있기에, 회사에서는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하고는 최대한 일에 집중하려고 하는 편이다. 체감상 일이 많고 바쁘게 돌아가는 느낌이라 부지런을 떨게 된다.
일을 빠르게 쳐내면 또 새로운 일이 금방 들어오곤 하는데, 아마 반대로 일을 뭉개면 그만큼 새로운 일도 덜 들어올 것으로 생각되긴 하다. 하지만 입사 초반인 만큼 아직은 많은 일을 단시간에 접하며 시행착오도 기왕이면 최대한 일찍 겪고 싶어서, 입사 이래 요령을 피우지 않고 일을 빠릿빠릿하게 수행해서 완성하는 족족 공유하고, 또 쉴 틈 없이 새로운 일을 받아 시작하는 그 무한굴레에 탑승해 있다.
17:00 퇴근 셔틀버스 탑승
[잠]의 결계를 지나 이렇게 열심히 일을 하다가, 집을 떠난 지 12시간 만에 ‘일’로부터 ‘삶’으로 건너온다. 아, 하던 일을 덜 끝내서 회사 노트북을 들고 셔틀버스에서 혹은 집에 와서 일을 한 적도 몇 번 있기는 하다. 하지만 정말 데드라인이 급해서라기보다는 다음 날 출근해서 해도 충분한데, 얼른 내 몫을 해치워서 일이 신속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고 싶은 내 욕심 때문이랄까.
18:15 퇴근 셔틀버스 하차
퇴근 직후에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크로스핏을 하는데, 수업이 끝나고 7시반에서 8시 사이에 크로스핏 박스(체육관)에서 나오곤 한다. 그러고 집밖이나 집에서 밥을 먹고, 주로 책을 읽거나 핸드폰을 하다가 잠자리에 든다.
주말
주말에는 토요일 오전 크로스핏이나 일요일 오후 요가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독서모임이나, 거의 매주 모임이 있는 지식 커뮤니티에 간다. 가족이나 친구와 긴 시간을 보낼 때도 많다. 또, 주말에는 평일에 못다잔 잠을 보충하려고는 하는데, 아무리 늦게 잠을 자도 일찍 일어나(야만 하)는 게 몸에 배어서인지 그리 늦지 않게 잠을 깨곤 한다.
이것이 직장인의 안정적인 삶인가
이런 식으로 평일 5일과 주말 2일을 보내기를 반복하다 보니 벌써 7월의 끝자락에 서있다. 하루나 한 주는 빨리 흘러가는데 막상 새로운 회사를 다닌 지는 꽤나 오래된 것처럼 느껴진다. 5월 중하순에 다녀온 동유럽 여행이 벌써 오래 전의 추억처럼 느껴질 지경이니 말이다.
시간을 자유롭게 영위할 수 있었던 학생 시절이나, 일정이나 업무로드가 불규칙적이던 로펌 근무 시절과는 사뭇 다른 안정감이 느껴진다. 이게 학부 졸업 후 곧장 9-6, 8-5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동갑 친구들이 예전부터 느껴왔을 감각이려나. 아직은 낯선 이 감각이 좋은 건지 싫은 건지 잘 모르겠다.
지금 당장이라도 더 쓰고 싶은 내용이 있지만, 자정을 넘겼다고 졸리기 시작한 나약한(?) 몸이 된 관계로 우선 여기서 마무리한다. 현재시각 00:10...
(2024년 7월 28일에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