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현 시범아파트', "걸으면 보이는 도시, 서울"
소파로를 따라 남산을 향해 걷다 보면 길 왼쪽, 북측에 범상치 않은 아우라를 풍기며 시선과 발걸음을 사로잡는 한 아파트가 보인다. 이미 각종 매체와 사진, 영화 등을 통해 대중들에게 빈번하게 노출되어 꽤나 유명해진 이 아파트의 정식 명칭은 회현 제2시민아파트 또는 회현 시범아파트이다.
1970년 4월 8일, 마포구 창전동에 지어진 와우 시민아파트가 준공 4개월 만에 붕괴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붕괴사건 당시 한창 공사 중이던 회현 제2시민아파트는 구조안전에 더욱 신경 써서 시공될 수밖에 없었고 “앞으로 아파트는 이곳을 ‘시범’ 삼아 튼튼히” 지으라는 김현옥 당시 서울시장의 지시에 유래하여 '시범아파트'로도 불리게 되었다. 하지만 시민아파트 붕괴사건 이후 서울시가 시민아파트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면서 이 아파트는 결국 이름값을 하지 못하고 누구에게도 '시범'을 보여주지 못한 채 마지막으로 지어진 그리고 오늘날 마지막으로 남은 시민아파트가 되었다.
회현 시범아파트는 매스의 구성과 재료의 쓰임이 투박하고 물성 또한 원색적이다. 콘크리트 구조체와 적벽돌 외벽면의 조합은 솔직하다 못해 적나라한데 이는 옛 아파트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이다. 반면 집주인의 삶에 맞춰 크기와 위치가 제각각이 된 창호들과 남측 고지대에서 아파트 중간층으로 직접 연결된 구름다리의 과감한 사선은 요즘 지어지는 아파트에서도 보기 힘든 세련된 건축요소이기도하다.
'걸으면 보이는 도시, 서울'을 보시면 조금 더 깔끔하게 정리된 글과 그림들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