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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역마살 Nov 30. 2020

몸과 마음의 아우성

식이장애가 심해지면서  몸과 정신은 여러 변화를 겪게 되었다. 폭식과 과식빈도가 늘어날수록 마치  몸이 ‘이제 제발 그만해!’라고 외치는  같았다.

먼저, 먹으면 먹을수록 음식을  많이 갈구하게 되었다. 처음에 과식, 폭식을  때는 초콜릿   , 쿠키   개로 만족이 되었다. 그러나 폭식이 반복됨에 따라  번에 먹어야 만족이 되는 양이 늘어났다. 런던에서 폭식증이 절정을 찍을 때는 나의 식욕을 과소평가하여 마트에 연속해서  번을  적도 있다.  정도면 되겠지,  정도면 되겠지, 생각했으나 음식을 먹으면 먹을수록 허해지는 느낌이 커져서 정신없이 먹고 마트에 가서  쿠키와 , 초콜릿을 리필해 와야 했던 것이다. 도넛 더즌  판을 먹고도 배가 허했으며, 피자 라지  판과 브라우니  판을 먹고도 허해서 배달 앱을  켜야 했다. 식이장애를 앓기 전에는 외식을 해도 1인분을 다 못 먹던 나였기에 이런 변화가 더욱 놀라웠다.

둘째로, 무기력증이 심해졌다. 폭식을  때면 정신없이 노트북을 가져와서 의미 없는 유튜브 영상이나 넷플릭스를 켜 놓는다. 내가 먹는다는 사실을 먹으면서는 잊어야 마음이 편안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먹고 나면, 음식을 에너지 삼아 활동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과한 음식과 영상 시청으로 인해 뇌는 연기가  듯이 뿌옇게 변하고 잠이 오기 시작한다. 왠지 시력마저 뿌옇게 변하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상태에서는 머리를 쓰는 일은 아무것도   기에 결국 계속 흥미도 없는 영상을 의무적으로 마저 보거나 그냥 자게 된다. 결국 폭식을  날에는 폭식 이후로 생산적인 일은 하나도 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침대 위에 누워있게 되는 것이다. 무기력증이 심해질수록 당연히 그 이후에 허무감은 더 크게 오기 마련이다.

또한, 허벅지와 배에 두드러기가 생겼다. 폭식을 한 다음 날에는 허벅지  쪽과 , 배꼽  쪽에 붉게 두드러기가 올라왔다. 가렵지 않은 붉기만  두드러기였다. 처음에는 폭식과 두드러기를 연결 짓지 못하고 벌레에 물린  알았다. 그러나 가렵지도 않고, 이상하게 폭식 다음 날에만 붉은 두드러기가 올라오는 것을 보고 폭식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게 일종의 알레르기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야 말로 몸이 제발 멈추라고, 폭식은 너의 몸에 맞지 않다고, 내가 무시하지 못하게 나의 눈에 띄게 보이게 신호를 보낸  아닐까 한다.

마지막으로, 위장장애가 심해졌다. 어려서부터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가지고 있어  장이 불편했다. 식이장애와 함께 나의 장에는 더욱 가스가 차기 시작했고, 덤으로 위까지 많이 망가지게 되었다. 위가  쓰리고 아팠다. 위가 너무 아픈데도 꾸역꾸역 아이스크림을 입에 넣는 나를 보면서 생각했다. 이건 정말 나의 의지의 영역을 벗어났다. 나는 정말 미쳐버린 걸까. 장염도 자주 걸렸다. 그러나 개의치 않고 장염에 걸린 채로도 폭식을 해야겠다는 충동이 들면 배가 아픈 채로 먹었다. 그러다가 정말 죽을 것처럼 열이 펄펄 나면서 장염에 심하게 걸려야 하루 이틀 장을 쉬게 했다. 다시 장이 낫는  같으면  초콜릿을 입에 넣기 시작했다.

나는 계속해서 나를 해치고 있었다. 내 몸이 제발 그만하라고 신호를 보내는데도 무시하고 계속해서 나를 해치고 있었다. 그러나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건 내 의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내 의지를 벗어난 일처럼 느껴졌고, 나는 나의 폭식 앞에서 단지 무력하게 느껴졌다. 폭식을 고칠 생각을 하면 막막할 뿐이었다. 


사실 지금도 지금도 완전히 고치지 못했기 때문에  막막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몸과 정신은 계속해서 ‘, 제발 그만둬!’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었는데,  그걸 들었으면서도 어떻게  수가 없었다.   하나 컨트롤 하지  하는 것이 나를 약한 사람인 것처럼 느끼게 했다.  약한 사람이 아닌데, 나의 식욕과 식이장애 앞에서 나는 약한 사람이 맞았다. 내가   있는 것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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