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탓 말라!
학교에는 아이들에게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다. 미국은 이를 Head Start란 조기공교육 프로젝트로 극복해보려 했지만 실패했다. 확실한 진단을 했음에도 극복하지 못한 이유는 명확하다. 이는 교육시스템의 몫보다 양육자의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학교의 보이지 않는 장벽은 바로 언어이다. 같은 모국어를 쓰고 있음에도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가정마다 언어의 질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기에 그러하다.
고퀄리티 언어와 저퀄리티 언어가 있는 것일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상스럽고 저렴한 언어가 익숙한 이들은 그 말투를 가정에서도 고스란히 사용한다. 이런 언어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양육자의 저급한 언어에 상당히 친숙하다. 공교육이 이런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의 친숙한 언어환경을 위해 친절(?)하게 육두문자를 쓰면서 학생을 가르칠 수는 없다.
값어치 없어 보이는 언어 사용자들의 공통분모는 빈약한 어휘량이다. 200 단어 내외의 낱말로 모든 일상과 감정을 표현하는 가정환경이라면 자녀의 어휘가 풍부하기를 기대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들을 학교란 장소에서 듣고 있자면 아이들 입장에서 모국어가 외국어와 별반 차이가 없다 싶을 것이다.
많이 읽고 많은 것을 들려주는 노력하는 부모가 아니라면 학생들에게 학교는 보이지 않는 장벽 때문에 갈수록 힘들어 장소일 수밖에 없다.
공부를 못하는 자녀 탓 이전에 공부하기 수월한 환경을 제공한 부모였는지 먼저 생각해 보았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