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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Apr 20. 2024

추억이 깃든 물건

감정이 실리다.


올초 14년 된 차를 바꿨다. 걸어 다니다 보니 주차장에 오래 세워둔 탓이 컸다. 아들이 태어나던 해 구입했던 차다. 이곳저곳 우리 가족의 손때가 남아 있기도 했다. 수리를 마쳐 운행은 가능했지만 장거리 출퇴근을 해야 하는 아내를 위해 신차를 구입하며 중고차로 넘겼다. 매매상에서는 친절하게도 해외로 떠나가는 차를 사진으로 남겨주었다.


그리고 오늘은 20년 넘은 에어컨을 새것으로 교체했다. 어릴 적 아들이 앉아 있던 높이에는 로보카 폴리 스티커가 몇 개 붙어있었고 어린이집에서 만든 나비는 스위치 부분에 있었다.

고철로 넘기려 현관문 밖에 세워둔 에어컨을 아내가 한동안 바라보고 있다. 추억이 깃든 물건이기에 감정이 실린 것은 나와 마찬가지인 듯싶었다.


생명이 있고 없고는 무지한 인간이 세운 잣대일 뿐이라 했다. 군시절 스님께서 하셨던 말씀이다. 타고 다니시던 승용차에 이름을 만드셨고 타고 내리실 때마다 '잘 부탁한다'와 '수고했다'라 매번 말씀하셨다 했다. 어느 날 큰 사고가 있었고 타시던 승용차는 대파가 되었음에도 스님 본인은 말짱하셨다 했다. 다 망가진 차를 어루만지시며 네 덕에 내가 살았다 하시며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씀을 남기셨다 했다.


우리 가족은 매번 구입하는 차에 이름을 붙여 부른다. 집도 물건도 함부로 다루지 않는다. 감정을 실어서 애착이 생긴 것인지 추억과 함께해서 미련이 남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오래된 물건을 떠나보낼 때마다 묘한 감정선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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