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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Apr 23. 2024

신세계

오개념? 귀차니즘!

학습이 부진한 학생을 지도하란다. 예전에는 기준점을 통과하지 못한 전부를 남겼지만 이젠 절대 그러지 않는다.

딱 한 명만 잡고 늘어진다. 물론 그런다 하여 반드시 성공하는 것도 아니긴 하다. 그럼에도 여러 명을 잡고 100% 실패하는 것보다는 현명한 선택이다.


학습 의지가 없다면 절대 남기지 않는다. 발전 가능성이 그나마 높은 아이를 선택한다. 노력이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가장 적은 쪽을 취할 뿐이다. 물론 이 조차도 나만의 착각이란 사실은 매번 학생을 지도하는 첫날 진하게 느끼긴 해왔다.


초1학년 두 자릿수 빼기 한 자릿수를 완벽하게 틀릴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결국 동그라미를 그리고 지우는 방법을 설명하며 문제를 풀어보도록 했다. 이조차 실패한다면 바둑알을 사용하는 방안도 남겨두었다.


이 아이는 잘 알지도 못함에도 문제에 답만 덜렁 썼다. 단 한 문제도 시키는 방법을 이용하지 않았다. 계속 징징거리기만 했다.

옆에 두고 하나하나 풀이 과정을 확인해야 동그라미를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하는 녀석이다. 일일이 확인을 해야만 하는 손이 많이 가는 녀석이다.

잠시만 한 눈을 팔면 이해할 수 없는 수를 조합하여 답이라 써놓고 있다.

이런 신세계 수학 풀이법은 정말 볼 때마다 적응이 안 된다.

왜 이렇게 썼냐 물어보면 대답은 "그냥"이다.

오개념의 문제가 아니라 귀차니즘의 만연이 불러온 학습부진이다. 개선의 여지가 있을지 모르겠다. 주어진 일에 충실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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