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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heajigi May 02. 2024

덫을 놓은 것은 아니다.

쓰레기를 줄이고 싶었을 뿐이다.


어린이날이 공교롭게 휴일이다. 내일 무엇인가를 준비해야 했다. 과자, 젤리, 초코바, 쏘시지, 음료수를 준비했다. 포장된 것을 사면 편했지만 내용물이 부실했다. 주섬주섬 마트에서 사 와서 또 포장을 할까 하다 그만두었다. 이미 포장된 물건에 또 포장이라니 쓰레기가 너무 많아졌다. 잠깐 기분 좋으라고 또 쓰레기를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축하 메시지를 출력해서 과자 봉지에 붙였다. 나머지 간식들은 학생들 책상에 개별적으로 쌓아 올렸다. 다 분배하고 보니 내일 아침 시끌시끌한 교실이 그려진다.

아차 싶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냥 학생들을 믿어보는 수밖에!

물론 그러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 것을 짐작하고 일어날 일을 머릿속으로 그리긴 했다.


이 말을 들은 아내는 내가 덫을 놓은 거냐며 물었다. 그럴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나 일이 생기면 결과적으로 그렇게 비칠 가능성이 없지 않았다.


본능이 이성의 통제를 벗어난 녀석들은 분명 남의 것을 탐할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이 학생들은 어리다. 어떤 방식으로든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50% 이상일 듯싶다. 마시멜로 테스트를 통과한 수치는 전체 아이들 중에서 10% 내외였기에 그 이상의 가능성으로 봐야 할 수도 있다.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나 싶다. 몸에 좋지도 않은 단것들을 사서 잠깐 기분 좋으라고 하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다고 그랬는지 후회가 밀려온다. 내일 직접 각자 나눠줄 것을 뭐하러 하나하나 책상에 쌓았는지 미련스럽다 싶다. 결국 좋아하라 벌인 일이 분란으로 번질지도 모르니 쓸데없는 걱정거리만 만들었다.


묘한 하루가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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