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행방

연애 숨은그림 찾기

by 마음결

히가시노 게이고.


일본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많은 추리소설로 상을 수상한 바 있다...는데 나는 몰랐다. <나미아 잡화점의 비밀>을 읽었지만 역시 그때도 작가를 잘 몰랐다.


작가에 대해 이토록 무지한 상태로 잠 못 드는 어떤 밤 스마트폰에 저장되어있던 e-book으로 읽게 되었다.

그리고 단숨에 끝까지 읽어내려갔다.

연행.JPG <연애의 행방> 히가시노 게이고, 2018. 소미미디어

추리소설의 대가답게 마치 옴니버스 영화처럼 각 단편에서의 등장인물들은 계속해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


각 편에는 주인공 남녀 커플과 때론 한심한 찌질남으로 때론 불륜의 상대로 때론 존재감없는 동료로 등장하는 남녀 청춘이 있다.


그리고 그 조연들은 다른 편에서 다시 주인공이 되어 그들의 이야기라 펼쳐진다.


연애를 얘기하고 있으나 초점을 어디에 두고 한 인물을 이해하는가에 따라서 등장인물들은 속절없이 당한 바람둥이의 여자였다가 진취적인 사랑을 행해가는 여자로, 분위기 파악 못하는 지루한 남자였다가 숨겨진 매력이 발견되는 남자로, 누군가에게 잊지 못할 재회가 누군가에게는 낯뜨거운 실패로, 그렇게 변모해간다.


사실 인생이 그렇지 않은가.

한껏 예쁘게 차리고 나서는 중요한 날의 지하철에서 대낮부터 술냄새를 풍기며 휘청거리는 중년은 내게 눈살을 치푸리게 하지만, 그 중년은 오늘 인생 쓴맛을 견디지 못하고 차마제정신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어떤 날인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는 하찮게 지나가는 행인 1, 행인 2일지라도 다시 '행인 1'에 초점을 두고 살펴보면 그의 인생도 기가 막히다.


그리하여 소설 속 인물들의 속사정이라는게 익숙하기도 우습기도 안타깝기도 하여 어느새 등장인물 편이 되어 그들을 이해하고 응원하게 된다.


연애의 행방.


결국 그들의 연애는 어디로 간 것인가.


소설이 뒤로 가다보면 어느새 어떤 커플을 응원하게 되는데 그들의 처음 만남과 시작을 상기하면 참으로 별볼일 없기 짝이 없고, 그 내면에는 좌절과 실패감이 자리하고 있었다.


사랑은 감정이라 혼자 할 수도 있고, 갑자기 할 수도 있고, 상대가 죽어서도 영원히 할 수 있는 것에 비하여 연애는 그렇지 않다.

연애는 관계라서 결코 혼자 할 수도, 갑자기 할 수도, 상대가 끝난 후에 계속 할 수도 없다.


따라서 연애를 향한 이들의 고군분투는 일견 당연하기도 하고 그 결말이 결혼이라고 하여 꼭 아름다운 것만도 아니다.


구경꾼처럼 등장 인물의 연애를 따라 읽어가다가, 책을 덮고나서 자기 연애의 행방을 더듬어보는 것도 괜찮은 감상이 되겠다.


나의 연애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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