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대시민 Jun 25. 2022

내가 사랑하는 ISFJ

다정한 당신을 좋아해요

MBTI는 편리하다. 혈액형이나 별자리와는 다르게 정해진 질문에 따른 답을 스스로 선택하여 취합된 결과라는 점에서 나름의 신빙성을 갖추고 있고 처음 만난 이와의 유연한 스몰 토크, 단 네 글자로 나라는 사람의 테두리 정도는 설명할 수 있는 편의성 때문에 MBTI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과몰입하여 자기 자신 혹인 타인을 오해하고 단정짓는 태도만 경계하면 적당한 분량의 대화를 나누기 좋은 주제다.


지인들의 MBTI 데이터를 축적하고 보니 눈에 띄게 많은 유형이 있었는데 바로 ISFJ. ISFJ 수집가라는 타이틀이 붙어도 될 정도로 ISFJ 친구가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MBTI가 ISFJ인 사람은 대부분 내가 좋아하는 류의 다정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본디 건조하고 버석버석한 성격이라 다감하고 따뜻한 사람을 동경한다. 상냥하고 친절한 사람. 선하고 유한 사람. ISFJ는 꺼지지 않는 모닥불처럼 타닥타닥 듣기 좋은 소리를 내며 방해되지 않지만 나 언제나 너를 위해 여기 있다는 존재감 있는 온도로 곁에 자리한다.


내 주변의 ISFJ 특징을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이것은 극히 나의 좁은 바운더리 안에서 국한되는 이들의 특징이고 세상 모든 ISFJ를 대변할 수 없음을 미리 알려둔다.



1. 다정하고 사려 깊다.

ISFJ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특징이다. 다감하고 부드러운 성향의 사람들이다. 호불호가 극명하지 않고 두루두루 좋은, 둥글둥글 둥글이들이라 사람을 가려 사귀지 않는다. 상대방이 악의가 없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상냥하다. 도움을 주는 것에 기쁨을 느끼고 뱉은 말이 끼치게 될 영향력에 대해 항상 골몰하고 고민한다. 그런 신중하고 따스한 면이 ISFJ의 가장 큰 매력 같다. 통통 튀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긴장감에서 비롯되는 매력보다 내가 이 말을 하면 그 표정을 지어주리라, 내가 눈물을 흘리면 손가락으로 뺨을 쓸어주리라 하는 기대를 꼭 채워주는 사람들.



2. 너그럽다. 그러나 차갑다.

ISFJ  대표적인 특징  재미있는 것을  적이 있다. 잇프제가 손절하면 당신은 쓰레기라는 . 기회를 많이 주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기회의 제공을 생색내지 않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평판이 좋지 않아 모두가 꺼려하는 사람이라도 단지  소문만으로 사람을 싫어하지 않는다. 그럴 수도 있지,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잇프제 옆에서 복장이 터지는  매번 나였다. 그러나 이것 결코 그들이  해도 받아주는 호구라는 말과 동의어는 아니다. 확실하게 선을 넘었다 느끼면 바로 뒤돌아  자리를 떠나버리는  ISFJ.  이제   남았어, 라는 말은커녕 뉘앙스조차 풍기지 않는 잇프제들은 아니다 싶으면   않고 단칼에 인연의 실을 숭덩 잘라버린다.  차가움을 원망할  없다. 그들의 온도가 낮아지기까지 변하지도 않는 상대의 무례함을 참아내는  지난한 세월이 있었을 .



3. 본인이 착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너 정말 좋은 사람이구나, 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내가 만났던 ISFJ들은 성정이 고왔고 배려심이 깊었다. 그러나 십중팔구, 착하다는 칭찬을 들으면 그들의 고개는 좌우로 마구 돌아갔다. 그리고 오는 대답은 "내가 얼마나 별로인지 너는 모를거야.", "나 진짜 안 착해. 사람들이 왜 자꾸 나보고 착하다는지 모르겠어."와 비슷한 결이었다. 밖으로 비쳐지는 본인의 선함에 불순물이 조금이라도 섞여있으면 그것을 악으로 보는 것 같았다. 내 이익을 위해, 내 편의를 위해 선했던 순간들을 긍정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착한 사람이고 싶어 평생을 착한 척한다면 그 사람은 착한 것이라는 말이 있듯, 선함을 논할 때 동기를 되짚는 모습부터가 이미 착한 사람이라는 반증 아닐까 싶다.



4. 눈치가 빠르다.

타인의 기분과 감정에 늘 레이더를 세우고 있는 ISFJ 앞에서 작게라도 내뱉어진 한숨이나 불현듯 스친 낭패감을 감추기는 어렵다. 술자리가 파하고 집에 가는 길, 그 사람이 내게 그렇게 얘기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하지만 분위기를 망칠까봐 그냥 웃고 넘어갔다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ISFJ는 알고 있었다. 그래, 너 표정 안 좋아보이더라, 라는 그의 말에 경악하여 다 티났냐고 좌절했지만 ISFJ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그 찰나를 캐치하지 못했다. 눈치가 빠르지만 티내지 않는다. 좋은 것이든, 싫은 것이든, 나의 것이든, 남의 것이든 쉽게 아는 척하지 않는 것이 그들의 미덕이다.



5. 양면적이다.

뭐랄까. ISFJ는 알면 알수록 희한한 사람들이다. 내향적인데 외향적이다. 소심한데 대범하다. 조용한데 시끄럽다. ISFJ를 설명하는 사람들은 친밀도의 수준에 따라 서술이 다르다. 친한 사람일수록 걔는 멀쩡해보이지만 사실 제일 위험한 애라며 혀를 차는 소리에 애정이 묻어 있다. 나 또한 그렇다. ISFJ 걔 어떠냐는 말에 내 대답은 으레 한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칭찬이라는 단어로 일관된다. "걔 또라이야."



여기까지 읽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아주 편향적인 서술이라는 걸. 그래, 나는 ISFJ가 좋다. 인격적으로 성숙하고 배울 점이 많으며 같이 있으면 재밌기까지 한 그들이 좋다. ISFJ에 대한 냉철하고 객관적인 서술을 바란다면 그것은 내 글에서 당신이 충족할 수 있는 바가 아닐 것. 애인이 ISFJ라서 이런 글을 쓴 것은 절대 아니라는, 씨알도 안 먹힐 사실을 밝히며 글을 마친다.









작가의 이전글 다정소감; 김혼비를 좋아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