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da May 29. 2021

아르바이트 첫 월급의 짜릿함은, 쓰는데서 온다.

BGM-Money, Money, Money(Mamma mia OST)




내가 어른이 되었구나라고 느꼈던 순간은 언제일까? 나는 아직도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정말 이제 성인이다라고 느꼈던 첫 순간은 20살이 되었던 무렵 첫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또 첫 월급을 받았을 때이다. 요즘 10대들은 정형화된 인생을 살기 싫어하기 때문에 각자의 인생을 본인이 선택하고 또 다들 하고싶은 것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적어도 라떼까지는 대부분의 10대들에게 학교-학원이 삶의 전부였고 그 조차도 보통 나의 선택보다는 부모님의 선택인 경우가 많았다. 아마 살고있던 집, 학원비, 생활비 등 대부분 부모님의 돈으로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하기에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수능이 끝나자마자 내가 시작한 것은 바로 '아르바이트'였다.






첫 월급을 받자마자 부모님께 건넨 말

내 첫 아르바이트 장소는 '호텔 레스토랑'이었다. 아르바이트를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사람을 많이 뽑기도 하고 쉽게 적응할만한 일이 '서빙'인데 호텔 레스토랑이 그러한 곳이었다. 물론 아침 7시까지 출근해서(여행사 조식 때문에 아침출근이 필수였다) 오후까지 일하는게 쉽지는 않았지만 몸만 쓰면 되는 일이었기에 적응하는 데 어렵지는 않았다. 그렇게 한 달 내 일한 첫 아르바이트지에서 첫 월급날이 되었다. 첫 월급을 타자마자 집에 가서 엄마에게 한 마디를 내뱉었고, 그 말을 내뱉질 말았어야 한다고, 대학시절 후회되는 말이었다고 엄마와 농담으로 이야기를 나누곤했다. 


엄마, 이제 용돈 안줘도 돼. 앞으로 내 용돈은 내가 벌어서 쓸게.



  사실 첫 월급을 받는 것에 큰 감흥은 없었다. 일한만큼 당연한 댓가를 받았다는 느낌이 컸어서. 다만 오히려 나는 첫 월급을 사용하는 그 과정에서 많은 뿌듯함을 느꼈던 것 같다. 부모님께 받은 용돈을 쓰면서 생각했던 마음 한 켠의 죄책감, 부담감을 벗고 나도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으-른 이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이제부터 내가 하고싶은 것을 내 돈으로 내가 선택한다는 것에 두근거렸던 것 같다. 마치 프린세스 메이커라는 게임처럼 이 돈으로 앞으로 무엇을 하고, 또 그게 앞으로의 나에게 영향이 있을까?에 대해서 기대감을 가지게 됐다.




내 인생은 내 돈으로 내가 알아서 할게

그러면서 대학생 때 부모님과의 심한 갈등이 생겼다. 내가 하고싶은 것과 부모님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에 대한 갈등. 예를 들어 사고싶은 것(부모님이 생각했을 때는 쓸데없는 것)을 산다거나, 내가 하고싶은 동아리에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거나, 늦게까지 놀다오는 것, 여행을 가는 것 등에 대한 갈등이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의 말을 잘 듣는 착한 자식이었기에 늦은 사춘기, 오춘기가 온 것이 부모님께는 충격이었던 것이다.

 

  이 시기에 '내 인생이니까 내가 알아서 할게!'라는 말을 정말 많이 내뱉었다. 아무리 부모님이 강경하셔도 모든건 직접 경험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똥고집과 더이상 나를 잡아둘 수 있는 것이 없었던 부모님은 내게 항복했다. 지나고 나서야 생각한거지만, 이 또한 내가 부모님께 독립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부모님도 나에게서 독립하는 필연적인 과정인 것 같다. 이 때 내가 선택한 모든 것들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또 나름대로 큰 이탈없이 잘 자라왔다고 생각한다. 부모님도 함께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나에 대한 신뢰가 쌓여 지금의 내게 별다른 터치를 하지 않게 되었다.






여기에 적지는 않았지만 내게 이외에도 수 많은 처음이 있었다. 혼자서 처음 카페를 간 날, 첫 사랑, 처음으로 큰 발표를 한 날, 첫 회사, 첫 자취. 그리고 처음은 언제나 설렘을 가져다 줬었다. 하지만 익숙해지면서 처음의 설렘은 자연스레 사라졌었다. 그리고 그 처음이 내게 익숙한 것으로 다가오고 그 안에서 지루함이든 불편함이든 처음 느낀 기분과 정 반대의 느낌으로 다가오는 순간들도 있다. 처음 돈을 벌면서 느끼는 자유로움, 뿌듯함, 성취감은 점점 지나면서 내 인생을 이제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과 압박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다만 그 처음의 선택이 없었더라면 이러한 감정도 느낄 수 없었을 거라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계속해서 내 삶에 새로운 활력을 주고 또 새로운 경험의 길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처음'에 도전하고 있다.


첫 직장, 첫 사이드 프로젝트, 첫 뮤지컬 등 지금 내가 경험하고 있는 것들의 '처음'의 설렘은 끝났고, 이 시작에 책임을 지면서 많은 감정을 견디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회하지 않는 것은 이미 '처음'을 경험한 것들이 많기 때문에 무엇인가의 '처음'을 시작하지 않은 다른 사람은 느끼지 못하는 그 다음 단계에서의 '처음'을 또 다시 느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또 들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핑크색'은 싫어, 근데 '분홍색'은 좋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