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강이슬입니다. 두 번째 책 <새드엔딩은 없다>의 출간 소식을 기쁜 마음으로 전해드립니다. 브런치 북 6에서 대상을 받고 <안 느끼한 산문집>을 출간한 지 약 1년 만인데요, 아직도 제가 책을 냈다는 사실이 어색하면서도 좋고 또 믿기 어렵습니다.
<새드엔딩은 없다>를 쓰면서 막힐 때면 브런치에 접속해 독자님들의 응원 댓글을 찬찬히 읽으며 힘을 얻었습니다. 덕분에 마감까지 지치지 않고 무사히, 그리고 즐겁게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쓰는 동안 행복했습니다. 독자님들께서도 읽는 동안 행복하시길.
●출판사 서평
“이따금 찾아오는 우울과 무력감과 분노와 한탄은
그저 짧은 시퀀스에 불과하다.”
여전히 뜨겁고 한층 노련해진 긍정의 시선들
《안 느끼한 산문집》에서 가진 것 하나 없는 청년이었던 강이슬 작가는 이제 서른 안팎의 어느 날을 맞은 시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서른. 그 숫자가 뭐라고 이렇게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하는 것인지. 서른의 앞과 뒤 그 어느 즈음에서 그녀는 외친다. 준비되지 않은 어른의 심정을.
하지만 사려 깊은 글들 속에서 작가는 조금씩 괜찮은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다. 가장 먼저 곳곳에서 보이는 세심한 변화와 보다 깊어진 유대가 눈에 띈다. 옥탑방에서 이사한 마당 딸린 2층 집, 그곳의 텃밭을 바라보며 망해도 괜찮은 것이 생겼다는 이상한 안심을 확인하고, 자주 죽음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 친구를 향해 “너는 죽음과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죽음과 가장 멀어지고자 반대편으로 달리는 사람”이라고 말을 정정하는 대목에서 발견할 수 있다. 강이슬 작가는 슬플 법한 삶의 코너마다 긍정의 에너지로 유연하게 턴을 한다. 이따금 찾아오는 부정적인 감정들은 그저 짧은 시퀀스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무채색의 감정이 발목을 붙잡을 때마다 스스로를 다독이며 자기 인생의 감독이 된다. 그리고 이윽고 이 우울한 장면을 결연하게 블랙코미디로 바꾼다. 우울과 슬픔이 뼈 있는 웃음으로 바뀌는 순간, 독자는 이 장면의 끝이 불안하기보다는 궁금해지고 만다. 일상이 “인생 이거, 재밌다. 다음 장면이 기대된다.”는 평이 절로 나오는 영화로 바뀌는 기적이다.
인생에 대해 무조건 긍정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자기 인생에 이토록 힘을 부여해주는 것은 꽤 가치 있고, 멋진 일이 아닐까. 이런 인생은 언제나 해피엔딩은 아니어도, 새드엔딩은 없다.
“죽기 전에 후회하는 것이 고작 반 뼘짜리 코끼리 타투였으면.”
잘 살아가는 삶, 기억이 마음이 되는 과정들
수많은 에세이 속에서 왜 강이슬의 글이 주목받았을까. 그의 글은 단지 당돌하고 유머러스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다정하고 섬세하다. 퉁명스러운 표현으로 툭 던지지만 그 안에 따뜻하게 묵혀진 단단한 연대가 있다. ‘너를 너무 사랑해’라는 말 대신 ‘데킬라를 마셔도 막걸리 쉰내가 나는 내 친구’라고 부르는 격 없는 친근함을 보라. 투박한 말 한 겹 아래에 따뜻하고 흔들림 없는 다정함이 줄곧 흐른다.
아무 때고 어떤 이야기로도 울음을 터뜨리는 울보 친구들을 바라보며, 쉽게 울 수 없는 나날 속에 별거 아닌 일에도 우는 이유는 울기 좋은 핑계로 다시 웃을 수 있기 위함이라고 한다. 옥탑방을 벗어났나 했더니 이사한 집에는 쥐가 등장하지만, 상심하기보다는 해결해야 할 퀘스트로 웃어넘기는 방식을 택한다. 늘 좋을 수만은 없는 일상의 에피소드를 긍정의 신호로 해석할 수 있는 솜씨야말로 강이슬 작가의 독보적인 매력이다.
어린 시절의 서툰 마음을 따뜻한 기억과 더 나은 날로 나아가는 용감한 한 걸음으로 환기시키는 과정에서 우리에게도 지금을 지탱하는 과거의 기억이 있음을 떠올린다. 모두에게 있을 법한 걱정과 우울과 불안의 해소법을《새드엔딩은 없다》를 통해 깨닫게 된다. 그 모든 불행을 행복으로 바꿀 수 있는 요소 역시 내 안에 있다는 것을. 강이슬 작가의 글을 읽는 것은, 기억이 단지 기억에 그치지 않고 마음이 되는 과정들을 목격하는 일이다.
강이슬은 “죽기 전에 후회하는 것이 고작 반 뼘짜리 코끼리 타투였으면” 하고 바란다. 살아가는 동안 실수도 하고 후회도 하겠지만 그 크기를 줄이겠다고 다짐하는 건, 매 순간 제 삶에 진심이겠다는 뜻이리라. 나와 내 주변을 착실히 보살피고, 그 마음을 세상으로 확장시키는 작가의 시선 덕분에 사는 게 덜 새드하게 느껴진다. 뒤로 굴러도 행복을 쟁취할 것이라는 당돌한 메시지에 다시 한번 힘을 얻는다. 강이슬의 해피엔딩을 응원하고 싶어진다.
“늘 그렇듯 ‘당장 하지 않으면 안 돼’의 시기는 어느샌가 찾아온다. 내일의 내가 하겠지. 저녁의 내가 하겠지. 서너 시간 후에는 아마 시작하지 않을까. 이것만 보고 나면 할 거야. 30분에는 시작하자. 어라? 이미 시간이 지나 있잖아…….” - 본문 중에서
살면서 누구나 한 번은 ‘현재의 나’를 위해 ‘미래의 나’를 덜컥 믿어버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마음이라도 편하면 좋겠는데, 그 또한 쉽지 않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그날’이 조금씩 조금씩 다가오고 있기 때문. 속은 타들어 가는데 눈치 없는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더 큰 불안은 이내 엄습한다. 미래의 나에게 배신당할 것 같은 공포와 두려움에서 비롯된 불안.
역시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하다 보니 어느새 마감일이 닥쳤다. “아, 딱! 하루만 더 있으면 좋겠다.” 탄식을 내뱉는데, 잠깐! 이거 데자뷔 아닌가? 지난번에도 분명 같은 생각을 한 것 같은데…….
“마감이 온다. 그리고… 현타도 온다!”
있어도 큰일, 없으면 더 큰일
나를 움직이는 힘, ‘마감’에 대하여
여기, ‘마감’을 숙명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마감 노동자 8인이 있다. 소설가 권여선, 김세희, 번역가 권남희, 방송작가 강이슬, 광고회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민철, 편집자 출신 에세이스트 이영미, 기자 출신 에세이스트 이숙명, 일러스트레이터 임진아까지. 모두 글과 그림을 업으로 삼은 작가이자 생계형 마감 노동자다.
『마감 일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마감을 향해 달리고 있는 프로마감러들의 마감 일상을 담았다. 다양한 직군만큼이나 개성 넘치는 마감 에피소드는 독자에게 읽는 맛을 선사한다. 마감일을 3주나 넘기고도 ‘숨바 섬’으로 여행을 떠나 편집자에게 편지를 보내는 작가의 능청맞음에, 종일 놀지도 않았는데 일한 것도 없다는 번역가의 자조 섞인 푸념에, 반강제로 쟁취한 청탁으로 무려 7년 만에 다시 소설을 쓰며 자발적 마감 노동자가 된 소설가의 귀여운 패기에 어쩐지 슬며시 미소가 지어진다.
“한 권 마감하고 돌아서면 마감 또 마감. 평생 이렇게 마감만 하다 인생을 마감해야 하나. 아, 남은 반편생도 뻔할 텐데, 더 살 의미가 없다, 하고 우울증이 밀려오다가, 입금 혹은 의뢰가 들어오면 우울증이 뭔가요.” - 본문 중에서
‘작가라면 작가다운 멋이 흐르고, 작품도 앉은자리에서 단숨에 완성하겠지?’ 내심 이런 모습을 기대했던 독자라면 예상 밖의 이야기에 조금 당황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생계형 마감 노동자의 고충과 속내는 물론, ‘마감’을 원동력 삼아 꾸역꾸역 삶을 밀고 나가는 작가들의 ‘짠내’ 나는 상황들을 가감 없이 펼쳐놓는다. 여덟 편의 내밀한 글을 따라가다 보면 뜻밖의 페이지에서 자신의 모습을 맞닥뜨리며 진한 공감을 하게 될 것이다.
“기필코 오늘은 마감하고 잘 거야”
마감을 대하는 태도가 곧 일과 삶을 대하는 태도
마감을 대하는 태도는 일과 삶을 대하는 태도와 맞닿아 있다. 『마감 일기』에는 각 저자들이 오랜 시간 꼬박꼬박 마감을 치르며 다져온 자신만의 작업 노하우와 루틴은 물론,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신념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태어난 이상 죽을 때까지 피할 수 없는 마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지속할지에 대한 고민과 사려 깊은 답 또한 생생하게 녹아 있다.
나의 일상이 중요한 만큼 타인의 일상을 존중하고 이 사실을 매 순간 자각하는 것, 자신의 손을 떠난 일은 필요 이상으로 자책하며 후회하지 않는 것, 일을 선택할 때 기쁨의 유무를 체크하는 것,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힘을 내고 충분한 시간을 마련하는 것, 일의 고달픔에 넋두리를 하면서도 그 일을 완벽히 마무리 짓는 것…… 그간 부지런히 마감하며 체득해온 일과 삶을 대하는 태도이자 스스로를 위한 다짐이다.
우리는 모두 마감을 한다. 꼭 글과 그림이 아니어도 학교 과제, 회사 업무, 하다못해 하루의 마감이라도. 마감이라는 단어가 유독 크고 무겁게 느껴지는 날이면, 이 책이 작은 날개가 되어줄 것이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씩씩하게 마감을 헤쳐나가는 작가들의 비장하고 귀여운 고백을 읽고 있노라면, 한결 삶이 가벼워지는 느낌일 테니 말이다.
“너무 걱정은 마세요. 마감은 끝나거나 안 끝나거나 할 겁니다. 책도 팔리거나 안 팔리거나 하겠지요. 하지만 우리 인생은 언젠가 확실히 끝이 납니다. 우리 그냥 사랑을 해요. 이 우주를, 가련한 중생을, 마감 늦는 작자들을요.”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