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학교도서관 Aug 29. 2023

중1 아들의 첫 교제와결별에 대처하는 엄마의 자세 최종

5화 추리소설 독서의 힘



다음날 아들이 3교시 쉬는 시간을 잘 치뤘(?)을까 궁금해하며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하루가 지나갔다


연식이 좀 되시는 분들은.. 기억하실지 모르겠다

REF의 <이별공식> 노래처럼, 그날은 해가 참 화창했다



"햇빛 눈이 부신 날에 이별해 봤니 비 오는 날 보다 더 심해~ 작은 표정까지 숨길 수가 없잖아~~~"


부디 아들이 표정을 잘 숨겼기를... 나는 오랜만에 REF를 BGM으로 깔고 아들의 하교를 기다렸다 ㅋㅋ


그룹 REF (1995)









드디어 아들이 돌아왔다




아들 "엄마~ 영어로  표현하자면 Broken 이야"



나 "아...."(아들의 눈치를 살폈다)


허탈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완전히 망연자실한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다행이다


나 "어떻게 이야기 나눴어?"





아들을 구슬려 상황 설명을 부탁했다


3교시 쉬는 시간에 공교롭게도 담임선생님 심부름으로 어디 다녀오는 바람에 여친과 길이 엇갈렸다고 한다

그래서 얼른 교실에 다시 돌아와 보니

여친은 그 사이 다른 여자애들하고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

다가갈 수가 없었다고 한다



머뭇거리다가

4교시 한문시간 시작종이 울렸고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앉았는데

잠시 후 쪽지를 하나 받았다고 한다




"헤어지자 나는 혼자인 게 편한 거 같아"




라고 적혀있었다고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별 상황을 피해 도망갔다고 생각했을까? 대면 쪽지로 통보 ㅋ 문자 통보 보다 낫다)

아들은 쪽지를 보고 난 후 필통에 쪽지를 넣었고

한문 시간 내내 멍~~하니 앉아있었다고 한다



첫 이별의 소회치고는 담담하다



아들 "나도 헤어져보니 혼자인 게 편한 거 같기도 해 근데 쪽지 내용이 간단한 듯하면서도 내용은 핑계야"

(약간의 억울함이 비친다)



<차였다>가 좀 더 정확한 표현이겠지만

당사자의 멘털보호를 위해 <헤어졌다> 정도로 순화한 것은 모른척하자

<차였다>라고 하면 아들이 강렬히 부인하고 또 본인의 동굴로 들어가 버릴 수 있다



여친은 처음 아들의 호감을 불러일으킬 때뿐 아니라

헤어지는 절차까지도

아들이 상처받거나 반에서 큰 물의를 일으키지 않도록

헤어질 것 같은 분위기와 증거를 계속 날리며 분위기를 조성했다

기승전결이 깔끔하다

역시 미래가 기대되는 똑쟁이가 맞다



나 "너 카톡에... 오늘 78일째던데... 그래도 첫 만남 치고는 오래 사귀었다"


아들 "악!!!  나 그걸 생각 못핸네... 당장 그것부터 지워야겠어 *스크린타임 해제 해줘 얼른!!"

*IOS 기종에서 사용되는 유해매체필터링 소프트웨어로 유튜브 시청과 핸드폰게임을 제한하기위해

필터링 하고있고 해제권한이 나에게 있다




연애 중인 ENFP 중학교 1학년 아들의 카톡 대문 배경은 핑크핑크한 귀요미 이모지로 가득 차 있을 뿐 아니라

하트가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앜)

10분 뒤 바뀐 카톡 대문을 보면 누가 봐도 헤어진 중1남자의 갬성이다




좌 연애당시 카톡 대문 / 우 결별 후 카톡 대문


그날 아들의 카톡 대문 방문자 수가 90명이 넘었다

<반 아이들에게 소문이 다 났다는 것>을 수치로 확인 할 수 있었다 ㅋㅋ








학기 초에 마침 담임선생님과 통화할 일이 있어 여쭈어 봤을 때

반내 커플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셨었는데 ㅋㅋㅋ



역시나 아들과 전여친은

바로 옆자리임에도 눈도 안 마주친다고 한다

선생님의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국어 같은 모둠인데 수행평가는 어떻하려나

그나마 중학교 1학년 수행평가는 대입에 영향을 주지 않아서 다행이다



아들은 전여친과 바로 옆자리라는 껄끄러운 상황을 한 달여 더 참아야 하기는 하지만(한 달 뒤 자리 바꿈)

이 정도면 첫 연애 치고는 '누구 하나의 세상이 무너지거나 서로에게 질척이지' 않고

마무리된 것 같아서 다행이다

한동안 반에서 놀림은 피할 수 없겠지만...


아들이 큰 상처를 받지 않아서 참으로 다행이다









여친이 없어 주말에 여유시간이 많아진 아들은 나를 들들 볶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게임을 허락해 줄 호락호락한 내가 아니다

지난번 어떤 사건으로 3개월간 롤 금지다 (자세한 사항은 선수보호차원에서 말을 아끼겠다)



하여 아들을 끌고 주말에 도서관에 가서 책도 보고

2차로 서점에 가서 신간도 구매하는 등

게임도파민을 대체할 유희 대상을 찾아다녔다

덕분에 98.5%의 차은우와 오랜만에 데이트를 했다

(아들은 중학교 입학하고는 공공장소에서 손을 안 잡아 준다 대신 군대 다녀와서는 잡아준다고 기다리란다)




심사숙고 한 아들은

<모비딕>과 <해저도시 타코야키>(김청귤 연작소설집) 그리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눈에 갇힌 외딴 산장에서>(히가시노 게이고)를 골랐다



결국 히가시노의 소설부터 읽기로 했는데

내용은 억울한 여자 친구를 위해 복수해 주는 추리소설 이라 한다 (스포 죄송)

여친이 있었는데 없어진 아들이 여친을 위해 복수 해주는 내용을 거부감 없이 리뷰하는 것 보니

첫 연애의 후유증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타코야키는 연애소설이라 거절당함)



밤 12시까지 단숨에 완독 한 아들은 책 읽는 동안 게임을 찾지 않았다

그리고 새벽 1시가 넘어서까지

작가의 위대함과 소설의 반전에 대해 감탄을 토해냈다



게이고상 아리가또~~





실연에는 자고로 추리소설이라는 강려크한 경험을 추천 드리며

5부작 중학생 연애 관찰일지를 마치고자 한다




추신) 본 관찰일지는 당사자의 엄격한 검열 후 업로드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중1 아들의 첫 교제와 결별에 대처하는 엄마의 자세 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