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입견이란 내 유전자 속의 빅데이터가 알려주는 촉
남편의 미국지사 발령에 따라 막 10개월이 된 큰아이를 데리고 타향살이를 했었다
한국에서 송금되는 월급은 그 당시 환율을 통해
건조기에 실수로 돌린 울소재 티셔츠 마냥
약 30% 는 줄어 버렸고
각종 공과금이나 기저귀와 같은 생필품을 사면
다음 주 월급날까지 40달러 (한화 약 오만원으)로
냉장고를 탈탈 털며 일주일을 버틴 적도 많았다
그래도 부지런하게 최저가를 알아보고 나들이를 나서주는 남편덕에
이유식을 쑤고 기저귀를 바리바리 챙겨
플로리다의 디즈니랜드도 가보고
그 당시 인기였던 류현진의 경기도 봤다
고생이 힘들수록 기억도 추억으로 미화된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 중동정세가 어지러워질 때면 더욱 떠오르는
도무지 추억이 되지 않는
선입견 가득한 에피소드가 있다
미국에서 가장 크다는 뉴욕주의 브롱스 동물원에 갔다
들어갈 때는 호기롭게 .. 성큼성큼 and 룰루랄라 였지만,
왔노라~ (동물을) 보았노라~ 더는 못 걷겠노라~~
"내가 여길 언제 또 올 수 있겠어?"라는 본전 욕구에
정말 단 한 발자국도 더 걸을 수가 없을 만큼 최선을 다해 관람을 하고
동물원에서 나올 즈음에는 탈진 지경이 되었다
다행이도 우리같이 체력이 바닥난 사람들을 위해
동물원 주차장까지 데려다 주는 순환 셔틀이 있었고 우리는 대기줄에 가서 섰다
둘러보니 우리뿐만 아니라 순환셔틀을 기다리는 긴 줄의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 모두가
곧 담가질 김장철 배추처럼 절여져 있기에
묘한 동질감에 안심하며 셔틀을 기다렸다
드디어
'다음번 셔틀에는 우리도 탈 수 있겠다'는 계산으로 마지막 체력을 쥐어짜고 긴 줄을 서 있을 때였다
커다란 검은색 모자와 롱코트를 입은 15여 명 정도의 검은 무더기의 그룹이 등장한다
남자들은 옆머리를 돌돌 말아 귀 옆으로 늘어트리고 있었고
여성들은 묘하게 어색한 *가발을 쓰고 있다
아이들은 웃음소리나 대화하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고
자기 그룹 외 타인과 절대로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길에서 모르는 사람이라도 마주치면 흔하게 하는 "Hi~"도 없다
* 정통 유대인 여성은 결혼을 하면 삭발을 하고 외출시에는 가발을 쓴다
무리 중 남자 어른 한 사람이 우리가 서 있는 줄을 관리하는 맨 앞 안전요원에게 다가가 실랑이를 시작한다
처음에는 조곤조곤 설명하던 직원이
"한숨을 쉰다 -> 고개를 떨군다 ->설득을 한다 -> 언성을 높인다 ->외면을 한다"의 과정을 X 5 반복한다
그 검은 모자의 하레디 유대인은 끈질기다....
점점 지쳐가는 안전요원...
검은 코트의 유대인은 물러서지 않는다
위의 과정을 5번 정도 더 반복한다
결국.... 안전요원은 외면하고 돌아섰다
드디어 우리차례의 셔틀이 왔으나, 검은코트의 그 사내는
유유자적 그들 무리를 이끌고, 우리를 가로질러 셔틀에 오른다
열대여섯 명의 검은 상복의 무리들은 길게 줄 선 우리를 지나, 순환 셔틀에 오른다
하지만,
뒤에 서있는 다양한 인종의 흑인, 백인, 히스패닉(라틴아메리카) 가족들과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영어가 통하지 않아서도, 그들의 새치기 탑승이 정당해서도 아니었다
벽창호 같은 무논리와 도돌이표 같이 같은 말을 반복하여
상대의 모멸감과 경멸을 통해서라도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부류의 사람들을 상대하는,그 안전요원 때문이었다
하루종일 그곳에서 "그런 사람들"로부터 지친 한 가장의 (참을 "인" 결계가 둘러진)
깊은 내면의 분노를... 긴 줄의 우리는... 느꼈기 때문이다
다양한 인종의 우리는, 한마음이 되어, 무언의 동의로
그들의 새치기에 '이의제기'를 하지 않음으로
그 안전요원을 위로했다
넷플릭스 영화 <그리고 베를린에서>라는 작품에 보면
유대인 커뮤니티에게 아이를 빼앗기고 퇴출 된 여성이 울부짓는다
"난 너희로 부터 자유를 주신 하느님께 매일 감사드린다. 왜?! 하느님이 너희들만의 것 같아?"
오직 선택된 민족만 시온에 갈 수 있다고 믿는 검은 코트의 사내에게 토해내는, 허를 찌르는 대사다
검은 옷의 유대인들은 오직 본인들만이 선택받았고 천국에 갈 수 있으니
우리를 가로질러 새치기하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겠다
그들에게 신은, 오직 그들만을 위해 존재하니까
팔레스타인에서는 불이 난 여자기숙사의 탈출구 문이 막혀서
십 대의 꽃다운 여학생들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화마에 사망했다
그러나 사고가 아니었다 문은 고의적으로 막은 것 이었다
화마를 피해 탈출하는 여학생들 앞을 가로막고 오히려 철문을 잠근 여자교장은
"부르카를 쓰지 않고 탈출한다면, 평생 맨 팔과 다리를 보여준 수치심에 괴롭게 살게 된다
수치스럽게 사는 것보다 불에 타 죽는 게 났다"며
자신이 갖고 있는 신념에 따라 꽃다운 여학생들을 죽이고
그 교장은, 그들의 교리에 따라 결국 무죄를 받았다(인남식 교수님)
하마스나 이스라엘이
어떤 신을 그 땅에 모시는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서로의 교리와 믿음에 따라 희생된
어린 생명들이 울부짖을때, 그들의 신은 대답하지 않았다
응답하지 않는 그들의 신을 대신하여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나의 신을 빌어
그들의 영면을 애도하는 것이다
선한 구두장이 야코프는 말했다
"무슨 수로, 자애롭고 전지전능한 신이
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것을 믿으라는 거지요?
-욘 포세의 <아침 그리고 저녁>을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