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람은 우주니까 Jul 14. 2019

생각은 평소에 정리하자

면접 준비를 시간 들여서 따로 한다구? (도발)

카카오커머스에서 두 달 정도 인턴을 하게 됐어요! 새롭게 깨달은 점들, 느낀 점들 기록해보겠습니다 :)




 소제목에서부터 도발을 시전했습니다. 


여러분은 면접을 따로 준비하시나요?


 아무래도 새로 시작한 인턴 이야기이니까 그 출발점이었던 면접을 예로 들었어요. 여기서 '따로'라는 건, 공부나 과제를 하듯이 각 잡고 거기에 시간을 할애하는 걸 말합니다. 보통은 면접을 따로 준비합니다. 면접이 있다는 사실은 일단 서류합격이든 뭐든 이전 채용 단계에서 통과했고 이제 고지가 얼마 안 남았다는 뜻이죠. 거의 다 왔으니, 혹은 너무 절실하기 때문에라도 따로 시간을 낼 수밖에 없어요.


 자, 면접에서 보통 무엇을 준비하세요? 저는 결국 자기 자신에 관한 소개라고 생각해요. 그냥 장단점을 말하는 정도를 넘어서 이 직무와 내가 왜 잘 맞는지, 내가 해온 작업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나는 이 업무에서 마주할 역경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는지까지. 이 모든 단골 질문은 사실 자기 자신에 관한 질문이에요. 


심심풀이 뇌구조 테스트. 난 이미 집인데 왜...


 저는 (면접까지 간다는 전제 하에) 면접을 따로 준비하는 편은 아닙니다(!). 와 정말 재수 없어. 그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이번 인턴백서 3장의 제목처럼 저는 평소에 저에 관한 생각을 정리하기 때문이에요. 사실 다른 분들과 들이는 시간은 비슷할 거예요. 그냥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정리하는지 차이입니다!


자신을 평소에 정리하는 버릇을 이제부터 슬슬 소개할 텐데 제 성향이 독특해서 맞지 않는 경우도 있을 테니 그냥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고 참고만 해주세요 :)


 자투리 시간이 많아요.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할 때도, 혼밥을 할 때도, 무슨 일을 하다가 잠시 짬을 내서 쉴 때도, 자기 전 잠깐 사이에도. 모아 보면 시간이 많아요. 그리고 그 시간은 되게 의미 있게 쓰여요. 저는 이때 버릇처럼 저 자신을 고민합니다. 자연스러워서 좋아요. 저는 따로 시간을 정해놓고 무언가를 하면 확실히 신경이 쓰이거든요. 물론 무언가를 착실히 준비하는 느낌은 드는데 대신 더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는 것 같아요. 상대적으로 빨리 지치고. 근데 평소에 하는 생각은 그냥 물 흐르듯이 들어왔다가 나가니까 가끔은 언제, 뭘 생각했는지도 모를 정도예요!


 아무리 자연스럽다고 해도 사실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건 상당한 노력을 요구해요. 심리학, 뇌과학에서는 메타인지라는 영역에서 따로 다룰 만큼 범위도 넓어요. 아주 간략하고 투박하게만 소개하면 인지에 관한 인지를 메타인지라고 불러요. 자기가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무엇을 할 수 있고 없는지 파악하고 그에 따라서 어떤 전략을 세워 문제를 해결해갈 수 있는 역량이에요. 뇌에서는 전두엽이 이 역할을 담당하는데 20대 후반까지도 꾸준히 성장하는 영역이라고 합니다.



10개년 성격 변화 프로젝트


 왜 메타인지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냐면, 제 어려움을 잠깐 이야기할 수밖에 없어서 그랬어요! 저 자신을 돌아보는 버릇은 만들어진지 10년이 다 돼 가거든요. 시작은 중학교 2학년 때. 저는 그 전부터 굉장히 이기적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그다지 고려하지도 않았고 언행에 주저함이 없었어요. 필터가 없으니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말을 쉽게 던졌겠죠. 가해자는 기억을 잘 못한다는 말 맞아요. 저도 다 기억이 안 나니까. 초등학교 때는 자존심 조금만 긁혀도 싸웠으니까 솔직히 장난 아니었어요.


 바뀌려고 한 계기가 있었어요. 저랑 비슷한 친구를 만났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객관화가 이렇게나 중요해요. 그 친구를 보니까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대놓고 저런 이야기를 하나?' 이런 생각하면서 티격태격도 많이 했어요 그런 행동 때문에. 그러다가 그 친구 없는 곳에서 다른 친구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원성도 나오고 섭섭함도 보이는데 그래, 그렇게 느낄 만도 했어요. 근데 듣다가 문득 소름이 돋았어요. 제 모습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거든요. 나는 왜 쟤랑 다르다고 생각했을까? 15살의 어린 나이에 심각하게 고민했어요.


 바뀌자. 제 인간관계에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어요. 이 결정을 할 때 했던 생각이 딱 하나 떠오르네요. '친구들한테 상처를 주면 안 되잖아.' 그렇게 내뱉은, 바뀌자는 짧디 짧은 선언이 이렇게 오래 제 삶에 파문을 일으킬지 이때는 전혀 몰랐어요. 


 그래, 바뀌어야지. 그럼 뭘 해야 하지? 음, 저를 바꾸는 계획은 의외로 간단해 보였어요.


말과 행동을 하기 전에 조금만 생각해보자!


 근데 다들 아시죠? 이거 되게 어렵잖아요. 지금 성인인데도 이러기가 아직도 어려운데 중학생은 어땠을까요? 그래서인지 중3 때부터 제 말수가 많이 적어졌습니다. 일단 생각을 더 많이 해야 했어요. 말하면서, 행동하면서 바로 판단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돌아보는 일에 익숙하지는 않았거든요. 말이나 행동에서 하루 할당량을 채워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지 그게 그렇게 답답하지는 않았습니다.


단적으로 이게 목표였어요!   ⓒ Ashley Whitlatch


 고등학생이 되고서도 비슷했어요. 사실, 더 악화됐어요. 왜 악화라고 했냐면, 너무 생각하는 사람이 돼도 문제가 생겨요. 분명 생각 끝에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 있어요. 예를 들자면, 오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잘못된 정보를 들으면 가서 확실히 말해줘야죠. 그거 아니라고, 나는 그런 거 한 적 없고 사실은 이렇다고. 아마 생각에 깊이 빠져있던 고등학교 시절 저는 그런 상황에서도 딱히 행동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러면 어떻게 되냐면, 인간관계가 잘 안 맺어져요 애초에. 나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서 바뀌려고 노력했는데 아예 사람이 많이 없어지는 상황? 당연히 피해는 안 주죠, 주변에 사람이 없으니. 그래도 그 전제는 인간관계가 어느 정도 활성화됐을 때 이야기잖아요? 그때는 참... 기분 묘했어요.


 지금 와서는 이런 고등학교 시절 제 모습이 사실 제 모습이 아니었다고 이따금 생각하기도 해요. 그전에 시원하게 말을 하고 행동하던, 저다웠던 성향을 같이 억눌러 버렸거든요. 그래도 완전히 부정할 순 없어요. 많은 걸 얻었으니까요. 특히 다양한 종류의 초연함을 갖추게 됐어요. 예를 들자면, 어색한 상황이 충분히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는 걸 알았어요. 솔직히 친해진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끼리 한없이 수다를 떨기는 어렵잖아요? 이전의 저는 그런 상황에서도 침묵을 견디기 어려웠어요. 근데 이제는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두는 편이에요. 궁금한 게 생기면 적어도 저는 언제든지 물어볼 수는 있으니까? 상대에 따라 다르긴 해요. 예전의 저처럼 뭔가 상황을 못 견디고 안절부절못하는 사람한테는 어색한 거 못 참으시냐고 괜히 한 마디 더 물어보곤 합니다 :)


 고등학교 졸업하고 저는 재수를 시작했는데 이때가 아주 중요한 전환점이었어요! 억누르던 저 자신을 좀 해방시키고 균형점을 찾아가기 시작했거든요. 생각하고 고민하는 버릇은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해서 조금은 돌아갈 필요를 느꼈죠. 이 결정도 저를 돌아본 후에 내린 결정이었어요. 다행히 재수를 하는 1년 동안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활발하고 말을 많이 건넬 수 있었던 사람들 덕분에 이후의 대학생활은 보다 쾌활하게 시작할 수 있었어요.


 글이 너무 길어졌는데 생각을 많이 하기로 결정한 15살부터 시작해서, 균형을 잡기로 결정한 20살을 거쳐 지금까지도 고민은 계속하고 있어요. 솔직히 지금은 이미 버릇이 돼서 그렇게 많은 정신적 에너지가 들어가지도 않는 것 같아요. 대신 어떤 성향의 사람을 만날지 모르니 저를 돌아보는 고민은 아마 평생 해야 하나 봐요 :)



인생이 고민이라서.


 지금까지 읽어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이 고민은 제 인생사이고 자기소개예요. 어느 기업에서 어떤 자기소개 문항을 던져주든지 제 10년 고민을 벗어나지는 못했어요. 그리고 버릇이 된 이 고민은 제 성향 외에 제 관심사로도 자연스럽게 뻗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지금 관심을 기울이는 사용자경험디자인, 소셜벤처, 소외계층 이슈 등에 관한 생각도 평소에 꾸준히 하게 돼요. 문구 하나를 봐도 그렇고, 말 한마디를 들어도 그렇게 되더라고요. 그럼 기업에서 직무연관성, 역경 극복 역량... 뭘 물어봐도 할 말이 생깁니다.


예) 자신을 아주 잘 아는 사람


 저는 평소에 조금씩 쌓아왔던 저에 관한 고민들이 이번 카카오커머스 인턴 면접에서 특히 빛을 발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쓴 자기소개 문항부터, 제가 쌓고 싶은 경험, UX와 관련된 제 관심사 모두 너무 자연스럽게 풀어낼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저보다 경험이 많고 제가 가려는 길을 조금이라도 겪어보신 선배들과 인생 이야기, 관심사 이야기하는 느낌이었어요. 면접시간은 솔직히 제 예상보다 길었는데 순식간에 지나갈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저한테는 생각이라는 게 말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이미지 기반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저는 적어도 생각할 때만큼은 단어와 문장을 활용하는 경향이 강해요. 그러면 그 속에서는 당연히 논리가 세워지고 그 논리를 부연하는 내용이 붙어요. 그걸 조금만 다시 정리하면 하나의 문단이 되고 나아가 완결된 발표가 됩니다. 실제로는 생각으로 말하는 연습까지 할 수 있는 셈.


사족이지만, 사람에게는 이미지 기반의 기억처리(왼쪽 사각형), 언어 기반의 기억처리(오른쪽) 기제가 모두 있어요!


 평소에 정리한 생각은 아주 강력합니다. 누가 언제 뭘 물어봐도 답을 던질 수 있고 어떤 새로운 상황을 마주해도 머리가 하얗게 변하는 경우가 잘 없으니까요. 무엇보다 새로운 정보가 들어올 때 잘 정리할 수 있어요. 이미 다른 생각들이 자리 잡혀 있으니 새로운 생각을 거기다가 잘 엮어주면 되겠죠? 아시다시피 인턴 생활하면서 새로운 걸 정말 많이 배울 수밖에 없어요. 그때마다 엄청 어려울 텐데 생각을 미리미리 정리해 둔다면? 회의하기 전에 부랴부랴 회의자료 훑고 가서 얼 타거나 계속 이어지는 과제 흐름을 놓쳐서 곤란한 상황을 어느 정도는 방지할 수 있을 것만 같지 않나요?


아 생각은 무슨, 그냥 대중교통에서는 SNS 보고 혼밥 할 때는 맛에 집중할래. 


 좋아요! 저도 사실 요새는 되는 대로 해요. 어디까지나 이 모든 글은 다 제 성향에 맞춰 적은 제 생각이니까! 어차피 문득 계기가 생기면 각자 삶의 조그만 틈에서 생각을 하게 될 테니까요. 


 모두들 이 글을 슬쩍 거쳐 생각에 관한 생각, 한 번씩 해보시길 바라요 :)


                                                                                                                                                                    W_U


매거진의 이전글 바람을 읽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