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와 결과는 다르다.
나는 직장생활을 16년째 하고 있고, 팀장으로서는 5년 이상 했다. 말단 실무자에서부터 중간관리자까지 해보면서 성과라는 것에 대한 판타지가 많이 깨졌었고 적지 않은 시행착오도 했다. 그리고 지금 그동안 해왔던 성과라는 것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자 한다.
우리는 본인이 속한 조직에서 성과를 내고 싶어 한다. 그 성과에 대한 보상으로 유명해지거나, 더 많은 소득을 얻어내거나, 승진하거나 하는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성과라는 게 과연 뭘까? 내가 낸 아이디어로 상품이 만들어지고 내가 깊이 개입하여 주도적으로 상품을 개발 완료하고 그 상품이 시장에서 엄청나게 좋은 반응을 얻고 큰 매출을 올리는 것일까? 그래서 누가 봐도 이건 내가 했어! 내 실력을 증명했어!라고 말하는 것일까? 천만에! 전혀 그렇지 않다.
얼마 전 회사에서 리더십 교육을 받았을 때, 특히 최근의 밀레니얼 세대들은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하다고 했다. 이로 인해 지금은 성과를 내는 조직과 리더가 인기가 많다고 한다.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할 수 있기에 밀레니얼 세대가 점차 많아지는 시대 흐름과 일치하는 결과다. 일은 열심히 하고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쏟았지만 주인공이 될 수 없는 조직과 업무라면 밀레니얼 세대들은 다른 조직으로 이동을 꾀하거나 심한 경우 이직까지도 고려한다고 한다. 개인의 욕구를 고려하면 당연하다. 하지만 조직에서는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기회부터 얻어내야 한다. 기회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주목받는 주인공이 되려는 것은 위험하다. 따라서, 조직 구성원들은 지금 나에게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인 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참고로 이전에는 인간적으로 좋은 리더가 주목받고 인기가 많았고, 그다음에는 인간적이면서 성과도 잘 내는 리더가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면 어떤 과정으로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기회부터 얻어내야 할까? 입장을 바꿔보자. 내가 사장이라면, 누구에게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할까?
당연할 말이지만 무언가를 잘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에게 기회를 줄 것이다. 만들기조차 못 하는 사람에게는 기회를 줄 수 없다. 그러면 어떤 사람이 잘 만들어내는 사람일까?
상품은 의도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 의도를 깊이 이해하고 그걸 만들어 내는 사람이 잘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너무 당연한 표현이라고 볼 수 있지만, 중요한 점은 의도를 깊이 이해하고 그걸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 결코 의도 자체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잘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의도 자체를 만들려고 하는 사람이 참 많은데, 의도를 만드는 건 주인공이 될 기회를 부여받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이걸 정확히 인지한 상태에서 의도를 깊이 이해하고 그걸 만들어 내는 사람이 잘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즉, 주인공이 될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는 사람이다. 왜 그럴까?
모든 상품은 장단점이 존재하며 때에 따라서는 단점을 개선하지 않으면서도 상품을 만들어서 출시하기도 한다. 상품을 만들 때 어떻게 만든다를 정하는 것은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이 상품은 어떤 의도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 의도에 부합하지 않은 것은 좋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취하지 않는 결정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트위터는 이미 발행된 트윗에 대해 수정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 이유는 이미 발행된 트윗을 수정하게 되면 발행된 트윗의 의미가 바뀔 수 있고 이것은 트윗의 가치가 변질될 수 있음을 의미하기에 수정 기능을 제공하고는 싶지만, 제공할 수 없다고 안내한다. 수정 기능은 왠지 꼭 필요한 기능이라고 생각되지 않을까? 오타를 낼 수도 있고, 큰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꼭 필요한 기능이 아닐까? 하지만 트위터는 제공하지 않는다.
가치와 의도를 깊이 이해해야 그에 맞는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가치와 의도를 깊이 이해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고 해도 가치를 갖기 어렵다. 왜냐하면 상품이란 철학과 의도에 의해 가치를 갖기 때문이다. 좋은 아이디어란 이 방향에 부합해야만 좋은 아이디어가 된다. 부합하지 않으면 논리적으로는 좋은 아이디어이지만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다. 적어도 트위터에서는 수정 기능을 제공하면 사용자에게 더 좋은 편의성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는 건 상품을 잘 만들어내는 사람이 될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 정말 최소한으로 발행된 지 10초 이내의 트윗만 수정 가능하게 하는 건 어떤가?라는 식의 제안을 해야만 한다. 물론, 이것도 이미 트위터에서 충분히 내부 검토를 했을 것이고 그럼에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트윗 하나의 생성 자체에 사용자가 신중히 접근하길 바라는 철학이 있다고 추정한다.
조직은 어떤 철학과 가치를 가지고 있고 이것을 기준으로 해서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 이것을 깊이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주인공이 될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한다. 그러므로 구성원으로서는 이 의도와 철학을 먼저 깊이 이해하려고 해야 한다. 그 안에서 더 나은 제안을 하고 그 의도를 실현하는데 집중해서 결과물을 빠르게 만들어 내야 한다. 그리고 이 결과물들이 축적되어 의도를 이해하는 사람으로 보일 때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다. 당신이 사장이라면, 적어도 내 사업장을 망칠 위험이 없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려고 하지 않을까?
내가 정의하는 조직에서의 성과는 의도에 맞는 결과물을 빠르게 만드는 것이다. 나의 제안을 넣는 것은 적어도 두 번째로 추구해야 한다. 첫 번째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의도를 가진 사람이 원하는 것을 빠르게 만들고, 그 방향에서 더 나은 제안을 하는 것. 이것이 성과다. 나의 제안이 반영되어야만 하고, 내가 주도적으로 만들어서 시장에 내고 좋은 반응과 큰 매출을 올려서 매출 지표로써 주인공이 되는 것은 성과가 아니다. 본인의 생각이 그렇게 정확하다면 사업을 해서 증명하고 주인공이 되는 것이 맞다. 조직에서 본인만의 제안과 주장으로 업무를 하는 것은 성과가 아니다. 개인의 삶에서도 어떤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성과이지, 이 세상 모두에게 실력이 있다고 인정받는 것은 성과가 아니지 않던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