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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 KIM Jan 11. 2021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 책이 주는 꿈의 의미

꿈이라는 감정의 바다에서 유영하면서 잃어버린 감정을 충전하는 회복 시간

살면서 누구나 꿈을 꾸게 된다.  꿈은 어디서든 생겨나며 언제 생겼나듯이 소실된다. 때로는 판타지 세상 속으로 가기도 하고, 옛날 시대로 가기도 한다. 여러 시대를 배경으로 나는 세상을 구하기도 하고 초능력을 쓰기도 하며, 때로는 돼지를 잡아야 하는 걸 알면서도 뻔히 놔주기도 한다.  옛사랑과도 다시 한 번 로맨스에 빠지기도 하고, 때로는 섬뜩하고 무섭기도 한다. 물론 다음날 꿈은 빠르게 잊혀져 간다. 


하지만 우리는 그 꿈의 의미가 무엇인 지 궁금해 한다. 오죽하면 꿈의 의미를 풀이해주는 직업까지 생겼다. 돼지를 오른손으로 잡았는 지, 잡았다가 놓쳤는 지, 두 손으로 안았는 지, 꼬리만 잡았는 지- 아주 사소한 것 하나에도 의미가 달라진다. 이렇게 심오한 분야가 또 있을까? 심지어 이렇게 힘들게 풀이해낸 꿈의 의미를 사고 팔기도 한다. 하지만, 사고 파는 가격이 그렇게 높지 않은 것을 보면, 우리는 모두 꿈의 의미가 아주 대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하다.


꿈에서 얻어야 할 것은 뭘까?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 작가는 설레는 연애 꿈부터 예지몽, 악몽, 타인의 체험, 그리운 사람이 나오는 꿈까지 다양한 꿈을 소재로 에피소드들을 재미있게 풀어냈다. 특히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이라는 공간과 꿈을 만드는 장인들, 상점가 마을 등의 판타지 세상은 애니메이션으로도 보고 싶어질 만큼 매력적이었다.


우리는 매일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에 방문해서 원하는 꿈을 찾는다. 꿈이 매진되면 어쩔 수 없이 남겨진 꿈을 사들고 그 꿈으로 하루를 달랜다. 어떤 꿈이든 지 그 꿈에서 느끼는 감정을 후불로 지불한다.  이 설정은 참 흥미로웠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소설 안에서 가장 희귀해서 비싼 감정이 설렘인 부분이었다. 사실 설렘이라는 감정은 언제나 기분 좋아지는 소중한 감정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애써 가지려 하지 않는 감정이기도 하다. 아마 가장 기분 좋고 기대감도 큰 감정이지만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큰 것이 모두에게 부담이 되버린 것 아닐까? 두근거리고 들뜨게 되지만, 잘 되었을 때의 기분 좋음을 미리 당겨와서 느끼는 것이기 때문에 나중에 잘못되었을 때 받는 타격은 체감상 상당히 크다. 일종의 감정 대출이랄까? 참 필요한 감정이지만 언젠가부터 애써 가지지 않는 감정이 아닌가 싶다. 이런 사회 추세가 투영된 설정 아닐까 싶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감정은 말라간다. 현실에서 감정을 느끼는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스스로 자신을 지켜야 하거나 주변 사람을 배려해야만 한다. 순간적인 감정보다는 이성적인 생각을 더 많이 해야 한다. 이러지 않으면 성숙하지 못하다는 말을 듣는다. 이상한 것은 아니다. 사회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가정을 이루다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결국 감정을 필요로 하는 존재다. 어렸을 때부터 이성적으로 해야 하는 공부보다는 감정적으로 놀고 싶어서 노는 것부터가 더 즐겁지 않았던가? 우리는 이성으로만 살 수 없다. 살아가는 에너지원은 무언가를 하고 싶은, 보고 싶은, 위한 감정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작가의 말대로 이런 감정을 느끼기 위해 꿈을 구입하는 것인 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고난 뒤부터 꿈의 의미를 찾기 보다는 꿈에서 느낀 나의 감정적 만족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설레이는 꿈을 꾸거나 무서운 꿈을 꾸거나, 그리운 사람을 만나 마음이 평온해지거나- 하는 그 감정 자체가 매우 소중해졌다. 일상생활에서는 항상 이성적인 생각을 해야 했지만, 꿈에서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꿈이라는 감정의 바다에서 온전히 유영하면서 잃어버린 감정을 충전하여 회복하기로 했다.


작가가 서문에 쓴 의도와 부합하는 생각을 하게된 걸 보면, 저자와 훌륭한 교감을 한 것 아닐까?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좋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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