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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왑 Mar 12. 2020

코로나 Pandemic

21세기 팬데믹의 의미


    지구 상에 코로나 19 확진자가 나타난 지 어엿 3개월이 지나 4개월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그 기간 동안 해당 바이러스는 중국을 넘어 세계 각지로 퍼져 나갔습니다. 가까운 대한민국, 일본을 비롯해 주변 아시아 국가들은 물론, 중동, 유럽, 북미, 남미, 아프리카, 오세아니아까지 모든 대륙에 코로나 19 확진자가 발생한 상태입니다.


코로나 19 확진자 발생 국가의 급격한 증가


    3월 11일 기준, 총 118개 국 12만 명 가까운 수의 환자가 발생했으며 사망자는 4천 여명이 넘은 상태입니다. 현재까지 공식적인 발표상으로는 중국(8만 명), 이탈리아(만 명), 이란(8천 명) 순이며 우리나라가 7천 여명으로 뒤를 잇고 있습니다. 그 뒤로는 프랑스, 스페인이 1700여 명 정도를 기록하고 있으니, 바이러스의 근원지인 중국을 제외하고라도 상위 3개 국가가 압도적인 숫자를 기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이탈리아와 이란은 해당 대륙의 유행을 유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의 세계적 위험성을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에 확진자가 발생한 상태이고, 이란 주위의 상당수 중동 국가들에서도 확진자가 나타났습니다. 또한 지리적으로 인접한 아프리카에까지 영향을 주어 모로코, 이집트 등에 확진자가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한편 바이러스는 남미와 북미 대륙에서도 유행의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확진자 수가 천 명을 넘었으며 남미도 거의 대부분의 국가에서 확진자가 생긴 상태입니다. 국가 간 교역과 이동이 너무나 간편해진 세상이면서 동시에 바이러스 자체의 비말 감염 특징, 치명률(확진자 중 사망자 비율)이 낮은 특성 덕분에 빠른 전파가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전 세계적인 유행을 일으키고 있는 코로나 19는 사실상 Pandemic(팬데믹)의 상태에 이른 것이라는 평가 오래전부터 나왔습니다. 영한사전 상으로 Pandemic "전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하는 전염병"이라는 의미입니다. 미국 CNN 방송은 일찌감치  의미에 맞게 코로나 19 Pandemic 사태로 정의했습니다. 그런데 세계의 보건을 총괄하에 각국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WHO는 이와 달리 Pandemic 선포를 계속해서 주저했습니다. 결국 3월 11일에 선언을 했만요.


Pandemic이 아니라고 했던 WHO 사무총장, 결국 선언을 했습니다
도대체 Pandemic에 어떤 의미가 더 숨어 있길래, "전 세계적 대유행"이란 단어를 외치기까지 WHO가 그리 주저했을까요?





1. Outbreak, Endemic, Epidemic, Pandemic의 의미


    Pandemic은 보건학 적인 개념으로, 그 의미를 구체화하려면 그 용어의 친구들도 같이 알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 친구들은 Outbreak, Endemic, Epidemic입니다. 완전히 일련 상의 순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 순서로 감염병이 전개됨이 보편적이며 궁극적으로는 Pandemic에 이르게 됩니다.


    먼저, Outbreak(발발)어떠한 감염성 질병이 단기간에 특정 지역의 많은 사람들 사이에 퍼진 경우를 말합니다. Outbreak는 감염병의 양상 중 아주 흔한 현상입니다. 감염성 질환이라면 어떠한 것이든 Outbreak의 위험을 갖고 있어서 심지어는 선진국에서도 방역, 면역의 빈 공간을 틈타 Outbreak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예컨대 미국은 근래에 걸쳐 홍역 Outbreak를 매년 겪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매년 영유아들 사이에서 수족구 유행하는데 이것 Outbreak의 일환입니다. 사전에 예방주사 등으로 구성원들 사이에 집단 면역이 확보되어 있고 당국의 방역이 철저하다면, 해당 감염병은 Outbreak에서 진행을 멈추게 됩니다.



    둘째, Endemic(풍토병)특정 지역에 사는 주민들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감염병의 전개에서 꼭 수반되는 단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는 단계입니다. 왜냐하면 말라리아, 뎅기열, 콜레라 등이 대표적인 풍토병이므로 언제든지 감염 확산의 시작점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Outbreak와 Endemic의 관계는 두 가지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Endemic이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 Outbreak가 되어 유행을 일으킬 수 있고, Outbreak가 해당 지역의 Endemic으로 고착화될 수도 있습니다. 전자는 선진국에서 나타난다면, 후자는 개발도상국에서 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예컨대 에볼라 바이러스는 아프리카 지역에서 Outbreak 하고 낮은 보건의료 수준, 미흡한 위생 의식 등으로 해당 지역의 Endemic으로 고착화되었습니다.


    셋째, Epidemic(유행병)부터는 지역 사회 및 주변 국가들 사이에 보건 이슈가 되는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WHO나 미국 CDC(질병관리본부)는 Epidemic에 대해 "공동체나 지역 사회에서 급격하게 정상적인 기대의 정도를 뛰어넘는 정도의 환자 숫자가 발생한 질환" 이란 자체적인 정의를 내리고, 수시로 Epidemic의 등장 여부를 모니터링합니다. 이번 코로나 19 사태를 예로 들어보면, 중국 우한 지역에서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한 경우, 우리나라 대구 경북 지역에 확진자가 빠르게 늘어난 경우가 Epidemic에 해당하는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Pandemic(세계적 대유행)은 역학 용어사전(dictionary of epidemiology)에 "세계 각 지역에서 국경을 뛰어넘어 광범위하게 퍼져 많은 숫자의 환자를 양산한 유행병"이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역사적으로는 흑사병(1346~1353), 7번에 걸친 콜레라 대유행(1차 1817~1824부터 7차 1961~1975), 러시아 독감(1889~1890), 스페인 독감(1918~1919), 홍콩독감(1968) 등이 있습니다. 근래의 Pandemic으로는 1976년 처음 발견된 이래 2005~2012년 정점을 찍었던 HIV/AIDS와 2009년 유행한 신종플루(swine flu, H1N1) 등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사스(SARS-CoV)나 메르스(MERS-CoV)도 전 세계적인 대유행을 일으키지는 못했습니다.



흑사병(좌) 스페인 독감(우)

 

홍콩독감 사망자(좌) 에이즈 감염자(우) 통계

 

   Outbreak부터 Pandemic으로 진행하는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구분 기준은 결국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감염되었고 감염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입니다. 그 감염병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습니다. 예컨대 가장 최근에 Pandemic으로 분류된 신종플루는 치명률이 0.02%로 매우 낮지만, Epidemic으로 분류된 에볼라 바이러스는 오히려 치명률이 25~90% 사이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대신 신종플루는 전 세계 인구 10명 당 1명 꼴로 감염을 시켰고, 에볼라 감염자 수는 전 세계적으로 약 2만 8천 여명 밖에 안됩니다.


    대게 치명률이 낮은 바이러스는 전파력이 좋고, 치명률이 높은 바이러스는 전파력이 안 좋습니다. 숙주를 살리고 있어야만(?) 비말이든, 혈액이든, 성적 접촉이든 전파 기회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앞으로도 Pandemic이 선포될 질환은 치명률이 원래 낮거나 낮아진 유형일 확률이 높으므로 이러한 질환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말 그대로 Pandemic은 곧 해결될 Pandemic(대유행) 일뿐, Catastrophe(대재앙)까지로 해석할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2. Pandemic의 더 숨은 의미


    이렇듯 오늘날 사회에서는 특정 질환이 Pandemic으로 선포되었다고 해도 단순히 현상을 설명하는 의미만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WHO의 수장은 코로나 19를 과감히 Pandemic이라고 칭할 만도 합니다. 거의 대부분의 대륙에 퍼졌고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감염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WHO 사무총장은 한동안 계속해서 Pandemic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했을까요?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여태껏 Pandemic의 의미가 국제 사회에서 어떻게 쓰였는지를 한 번 따져봐야 합니다.


    1) 가장 표면적인 이유로는 확진자 수의 차이입니다.


    코로나 19 확진자가 전 세계적으로 12만 명이 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7천 명이 넘어 매우 많은 듯하지만, 여태 Pandemic에 해당하는 질환에 비해서는 비교적 적은 확진자 및 사망자 수를 갖고 있습니다. 사망자 수를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흑사병(1346~1353): 7천5백만~2억
3차 콜레라 대유행: 1백만
러시아 독감: 1백만
스페인 독감: 2천만~5천만
홍콩독감: 1백만
HIV/AIDS: 3천6백만

물론 의약학의 발달이 이뤄지지 않았기에 대응이 미흡했던 점이 컸겠지만, 저 정도 숫자의 사망자라는 것은 그 이상의 확진자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편 신종플루 역시 2009년에 환자 수가 너무나 급속히 늘어나 WHO에서 확진자 추세 파악을 포기했을 정도였습니다. 우리나라도 당시에 약 70만 명이 감염되었을 것이라고 추정만 하고 있습니다. 지금 전 세계 코로나 19 감염자가 12만 명이라는 점에서, 과거의 Pandemic 질환은 얼마나 전파가 더 빠르고 넓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2) 또 다른 이유로 Pandemic에 대한 각국 정부의 대응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감염병에 대한 대응은 크게 2가지입니다. 하나는 봉쇄 정책이고 또 하나는 피해 최소화 정책입니다. 봉쇄 정책말 그대로 감염병이 유행하고 있는 곳을 봉쇄해 다른 곳으로 퍼지지 않게 하는 전략입니다. 피해 최소화봉쇄 정책이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로 환자 숫자가 늘어났을 때 역학 조사, 선별 진료, 격리 조치 등으로 감염자의 급격한 증가를 방지하는 것입니다.


    Epidemic으로 질병이 인식되면 각국의 정부가 봉쇄 정책을 실시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하고 도덕적으로도 정당합니다. 그래서 해당 지역의 감염병이 자국으로 넘어오지 않게 조치를 취하고 때론 그 지역을 원조하면서 감염병의 소멸을 위해 협력합니다. 코로나 19가 중국 지역에서만 유행할 때 우리나라 정부가 중국에 마스크를 원조한 조치, 우리나라에서 코로나 19 확진자 숫자가 급격히 늘자 한국인의 입국을 제한한 116개국의 조치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지원도 봉쇄 정책의 일환이다. 그러나 봉쇄되지 않았기에...


    반면 Pandemic으로 질병이 선포되면 이러한 봉쇄 정책은 무의미합니다. 왜냐하면 세계 어디에나 확진자가 있는 상황이라고 공인되었으므로, 자국을 위해 특정 국가를 봉쇄하는 등의 조치는 논리적으로나 도덕적인 당위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때는 결국 모두가 피해 최소화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피해가 큰 지역에 원조하는 분위기가 오히려 제한될 수 있고, 위험지역에 방문했을 경우 일정 기간 격리를 실시하는 당국의 조치들이 설득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Pandemic 선포를 주저했던 입장을 볼 때, WHO는 코로나 19가 아직까지 봉쇄의 영역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Pandemic을 울며 겨자 먹기로 선언한 이 시점에서도 WHO 사무총장은 특정 국가에 확진자가 몰려있음을 강조했던 것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Pandemic이란 용어가 주는 불필요한 공포감을 전 세계에 주지 않기 위해 이러한 입장을 취했던 느낌이 듭니다. Pandemic의 사전적 의미와는 달리, 그 단어가 우리에게 큰 위협감을 주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3. 앞으로는?


    결국 3월 11일, WHO가 Pandemic을 선포했습니다. 1968년 홍콩독감과 2009년 신종플루 이어 세 번째 Pandemic 선포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선포는 단순히 용어적인 의미만 있지, 앞서 말했듯이 바이러스의 치명률이 낮고 보존적 치료가 가능한 의료현장이기에 우리의 생물학적 생존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큰 지장을 주진 않을 것입니다.


     다만 현대인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꼭 생물학적 조건만 있으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경제적으로는 왕래가 더욱 제한될 거고, 사회적인 교류의 장은 더욱 위축될 것입니다. 한편,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강한 정책으로 정치적인 불안정이 올 수도 있습니다. 지구촌 사회 속을 살아가는 우리 역시 한동안은 이로부터 자유롭기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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