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명이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나은에게,
네가 엄마 배 속에 있을 때 부르는 이름이 필요하대. 그게 바로 태명이란다. 평생 쓸 이름을 정하는 것과 같이 너무 부담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몇 달간은 부를 이름이니 좀 이쁘고 멋진 이름을 짓고 싶어 고민이구나. 이럴 때는 역시 남들이 어떻게 태명을 짓는지를 알아보는 게 좋겠지? 그래서 인터넷에 물어봤어.
어느 블로그에 보니 태명 잘 짓는 법! 이라는 게시물이 있더라. 아니 무슨 운동경기도 아닌데 '잘' 지은 태명이라는 게 있는지 궁금했지만, 내용을 보니 그럴싸하더라고. 그 블로거가 이야기하는 방법을 요약하면 이래. 태몽과 연관을 지어라, 건강에 대한 소망을 담아라, 엄마 아빠의 추억을 담아, 투박하고 촌스러우면 좋다.
아무래도 아빠는 있어 보이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지 투박하고 촌스럽게 지으라는 것은 받아들일 수가 없더라. 그래서 우선은 건강해 보이는 태명을 지어보려고 했어. '튼튼이', '찰떡이'와 같이 아주 일차원적인 이름들이 떠오르더라. 사실 나쁘지 않았는데, 문제는 너무 많은 아이의 태명이라는 거였지.
이왕이면 너의 태명은 흔하지 않으면서도 듣는 순간 '오! 괜찮은데?' 하는 감탄을 자아내는 이름이었으면 좋겠어. 사실 모든 엄마 아빠들이 그런 태명을 짓고 싶어 할 거야. 왜냐면 모든 사람은 본인의 아이가 특별하다고 느끼기 때문이지. 네게 차차 알려줄 세상의 비밀이란다.
아까 그 블로그에서 이야기한 것 중에 태몽과 추억이 남았지? 나중에 자세히 알려주겠지만 너의 태몽은 꽃과 나무가 나오는 꿈이었어. 그리고 네가 배 속에 있을 때 엄마랑 아빠는 서울숲 근처에서 살고 있었단다. 요 두 가지를 생각하다 보니 아빠에게 좋은 태명이 떠올랐어!
너를 새싹이라고 부를래
꽃과 나무를 크게 식물이라고 부르는데 그 식물도 아기일 때가 있어, 그걸 우리는 '새싹'이라고 한단다. 나은이가 아름다운 꽃과 나무처럼 무럭무럭 잘 자라주길 바라며, 태명을 새싹이라고 정했어. 아빠의 생각에 엄마도 좋다고 했지. 그래서 널 새싹이라고 부르게 된 거야.
나중에 네가 결혼하고 아이를 가져 태명을 짓는 순간이 되었을 때, 아빠가 해 준 이야기를 떠올리면 좋겠다. 새싹이라는 너의 태명이 꽤나 마음에 들어도 했으면 좋겠고 말야. 엄마 아빠는 태명이 없어, 우리 어릴 때는 태명을 짓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단다. 마치 너와 우리 사이에 세대 차이가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원래 변화라는 것은 순식간에 일어나는 거란다.
태명이라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작된 거래, 네가 태어나기 20년 전인 2000년대 초반에 갑자기 유행처럼 번졌다고 한단다. 누군가 뱃속의 아가를 태명으로 부르는 게 좋아 보였던거지. 그리고 자식에게 좋은 건 다 해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라. 그 어떤 유행보다 빠르게 번졌단다.
아빠의 마음도 그랬어, 세상 좋다는 건 너에게 모두 해주고 싶어. 그것도 이왕이면 다른 사람보다 더 특별하게! 너의 태명 '새싹'이가 바로 그 첫 번째 선물이라고 생각해주려무나. 네가 이 글을 읽을 때면 어쩌면 투박하고 촌스러운 이름일지 모르지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