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비 한 May 10. 2023

"나"에 대해 생각해 보기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Copyright ⓒ J.B. Han all rights reserved. 

요즘 나의 삶을 짧게 축약하자면 바로 "엉망"이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일러스트레이터라는 꿈을 이뤘고 꿈을 이룬 다음 유지하는 것이 더욱 힘들다는 걸 깨달았다. 그림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열정은 지금에 와서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이 모습이 너무 싫었다. 옛날과 달라진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도 컸다.


나는 곧 3년 차인 일러스트레이터이다. 다양한 일과 많은 협업에 대한 관심과 열의가 있었고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열정과 행복도 이 일을 통해 느껴보았다. 하지만 저작권 양도, 점점 내려가는 단가 등 이 세계의 관행을 현실적으로 겪으며 이 직업에 대한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게 되었다. 일에는 갈등과 마찰이 일어났고 가끔은 싫어하는 일도 억지로 해야 했다. 세상에서 가장 좋아했던 일이 힘들고 짜증 나는 일이 되는 순간, 집중력을 잃고 누워서 스마트폰을 하는 시간이 길어지기 시작했고 내 하루의 지루한 시간도 길어지기 시작하니 중학생 이후로는 해보지도 않던 게임을 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는 이 모든 도피처들이 내 삶을 더욱 엉망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있는 내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는 태도

있는 내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데에 시간이 꽤 걸렸던 것 같다. 생전 이런 적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정확한 해결책도 없고, 몰랐다. 사람들이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한 번쯤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해결해 보라면 전전긍긍이다. 생각과 관념이라는 추상적인 흐름에는 뚜렷한 정답이 없다. 때문에 이런 내적·외적 갈등에 대한 해결책도 개개인이 다를 수밖에 없다. 나 또한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게 어렵다. 

짧은 직장생활 그 뒤에 꽁꽁 감춰져 있어 신비롭게 느껴지던 프리랜서라는 직업. 모두 내 인생에서는 처음 겪어보는 일들이었다. 그리고 처음 겪는 일은 보통 혼란스럽고 어렵기 마련이다. 


나는 이미 변했고 처음에 열의 있던 그 사람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미 변한 나는 과거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엉켜있던 생각들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의 나 자신을 받아들이고 현재의 나와 맞는 방식으로 살아가보려고 한다. 어차피 흘러가는 강물을 손으로 막을 수는 없다. 만물은 변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내 삶의 원동력은 이상을 펼칠 수 있는 일과 그와 관련된 목표들이다. 사회에 쓴소리를 자유롭게 하면서도 내 일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그런 삶. 과거에 일에 대한 환상과 욕심만 많은 나였다면 지금의 나는 조금씩 욕심을 덜어놓고 내가 정말 원했던 일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그 용기가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큰 위안이 된다.


앞으로 무엇을 할 것 인가?

내가 처음으로 이 일을 시작했을 때 가장 원했던 것은 바로 사회적 이슈를 나의 스타일로 담아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말 그대도 너무나 어려웠다. 사람들에게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사회·정치적 이슈를 담은 그림을 어떤 방식으로 그려내야 할지 처음에 알기 쉽지 않았다. 내 능력 또한 부족했다. 


한국은 정말 피곤한 사회가 아니던가. 참고 또 참고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일하고 나면 뿌듯함보다 찝찝함과 무기력함이 먼저 찾아오게 하는 사회다. 피곤에 찌들어 방에 조용히 누워 유튜브를 보며 웃기도 하고 동시에 "이대로 괜찮을까?" 걱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피곤한 삶에도 사람들은 망가진 2023년 사회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어쨌든 이것도 우리의 인생사이고 나와는 떨어질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나만의 방식으로 사회적 이슈와 나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싶다. 내가 살아가는 세계의 사건을 일기로 남기고 싶다.



2023/5/08 제이비한 

제이비한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jbhan_illust/?hl=ko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