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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동근 변호사 Mar 18. 2023

[회사법전문변호사] 전환사채와 리픽싱조항

회사가 재정 여건 상 자금 조달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사채 발행입니다. 상법에서는 회사가 용이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신주인수권부사채(BW, Bond with Warrant)와 전환사채(CB, Convertible Bond)와 같이 투자자에게 상황에 따라 회사로부터 만기 때 상환을 받아 원금과 이자를 받거나 회사의 주주가 될 수 있는 권리를 선택하여 행사할 수 있는 형태의 사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 경우 회사는 이러한 이익을 투자자에게 주는 대신에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게 된다. 최근에는 회사가 주가 하락에 따른 리스크로부터 사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회사 주가가 하락할 경우에 사채권자의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이나 전환사채의 전환가격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리픽싱 조항이 포함된 전환사채 또는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전환사채권자 또는 신주인수권부사채권자는 사채권자로서 원금과 이자를 보장받음과 동시에 사채권 발행 이후 회사의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에 주가의 하락을 반영하여 낮아진 행사가격 또는 전환가격으로 신주를 발행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아 둘 중 하나를 택할 수 있게 됩니다. 



1. 리픽싱 조항(Refixing Clause)


전통적인 전환사채에서는 주식가치의 희석화와 관계없는 발행회사의 주가 변동은 사채권자가 부담하는 위험에 속하고 통상 주가의 하락을 이유로 전환가액을 조정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투자자가 발행회사의 주가 하락 시에도 전환권의 가치를 유지하고자 하고, 발행회사는 사채원금의 상환보다는 전환권 행사로 신주를 발행하여 자기자본을 늘리는 것을 선호하는 경우에는 주가의 하락을 반영하여 전환가액을 조정하는 리픽싱 조항(refixing clause)을 두게 됩니다. 이 조항은 통상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 일정기간마다 그 하락한 주가를 반영하여 전환가액을 조정하고 주가가 상승하는 경우 조정하지 않는 것으로 합니다. 


리픽싱 조항은 주권상장법인, 협회등록법인 및 기타의 법인이 국내 또는 해외에서 공모 또는 사모의 방법으로 발행하는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모두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주가의 변동에 따라 전환가액의 조정을 자유로이 할 수 있는 전환사채가 발행되고 있고, 이를 전환가액수정조항부전환사채(Moving Strike Convertible bond)라고 합니다 . 이러한 사채의 발행으로 발행회사는 시장환경에 따라 주식의 발행을 조절할 수 있고,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경영부진기업도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인수인도 전환권 행사를 통하여 시장가격보다 유리한 가격으로 주식을 취득할 수 있어 가격변동 리스크가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1990년대 후반부터 보유자가 일정기간 동안 가장 낮은 주가 또는 평균주가와 같은 기준 가격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전환할 수 있는 변동가격 전환주식(Floating-priced convertibles)를 발행하는 기업이 생겨났습니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변동가격 전환주식의 경우에는 일정기간 동안의 기준 가격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전환가격이 정해지기 때문에 기준 가격이 상승한 경우에는 상승한 기준 가격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전환가격이 정해진다는 측면에서, 하향 조정만을 인정하는 우리나라에서 주로 쓰이는 리픽싱 조항과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2. 희석화 방지 조항(Anti-dilution clause)과의 구별


리픽싱 조항과 구별할 개념으로 희석화 방지 조항(Anti-dilution clause)가 있습니다. 희석화 방지 조항은 주식배당과 분할, 낮은 발행 가격으로 보통주 발행, 배당 등의 사유가 발행할 경우에 가치 희석으로부터 전환사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항을 의미합니다. 주식의 희석화는 투자자가 소유한 회사 지분의 감소를 의미하는 지분율의 희석화(Percentage dilution)와 투자자가 회사에 투자한 주식의 경제적인 가치의 감소를 의미하는 경제적 희석화(Economic dilution)로 나누어 볼 수 있고, 경제적 희석화가 수반되지 않고 지분율의 희석화만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투자자들은 지분율의 희석화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만으로 일반적으로 희석화 방지 조항을 쓰지는 않습니다. 다만, 경제적 희석화가 일어나는 경우에 대비하여 투자자들은 주로 희석화 방지조항을 두게 됩니다. 


전환사채 발행 이후에 준비금의 자본전입 등으로 자본구조의 변동이 발생한 경우를 예로 들면, 발행주식수가 100만주인 회사가 준비금의 자본금전입으로 100만주의 신주를 발행하면 그 이전에 비하여 1주당 주식의 가치는 발행된 신주만큼 희석되어 1/2로 감소할 것이나, 기존 주주의 경우에는 각자 가진 주식수에 비례하여 신주를 발행 받게 되어(상법 제461조 제1항, 제2항) 기존 주주의 주식가치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그러나 이 경우 전환가액을 그대로 유지하면 전환사채권자는 전환권의 행사로 받는 주식수는 동일한데 반하여 1주당 주식의 가치는 준비금의 자본금전입 이전에 비하여 1/2인 주식을 받게 되어 전환권 행사로 받게 되는 주식의 가치의 희석이 일어나고 이는 전환권의 가치의 하락을 초래하게 됩니다. 전환사채권자는 전환 전까지는 주주가 아니므로 주주와 동일하게 취급할 수는 없지만, 준비금의 자본금 전입이 주주의 부에는 영향이 없는데 전환권의 가치가 하락하도록 하는 것은 전환사채권자 입장에서는 부당하다고 보아 전환권의 가치를 유지시킬 수 있는 장치를 둘 필요가 있고, 발행회사의 입장에서도 자금 모집을 위하여 이러한 장치를 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준비금의 자본금 전입, 주식분할과 주식배당 등의 경우에 전환사채권자의 전환가액을 변경하여 전환권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희석화 방지 조항을 두게 됩니다. 


주식의 희석화를 일으킬 만한 사정이란 합병, 자본금의 감소, 주식의 분할 및 병합, 액면변경 등과 같은 자본구조가 변동하는 경우와 시가를 하회하는 가액으로 유상증자, 주식배당 및 준비금의 자본금전입을 하거나 전환사채 기타 주식관련 사채를 발행하는 경우입니다. 희석화 방지 조항은 회사가 자본금의 구조를 변화시킬 때 발생하는 주식의 희석화를 방지하기 위하여 공평의 견지에서 전환사채권자 또는 신주인수권부사채권자가 보유하였던 신주인수권의 경제적 가치가 그대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 행사가액을 하향 조정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리픽싱 조항과는 그 취지가 다릅니다.





3. 리픽싱 조항의 문제점


리픽싱 조항이 있는 경우 주가의 하락 시 전환가액이 하향 조정되어 전환으로 발행할 주식수가 증가하여 기존주주의 지분율의 희석이 심화됩니다. 기존주주의 지분가치가 희석되는 만큼 발행회사의 주가는 하락 압박을 받게 되고, 주가가 하락하면 또 다시 전환사채 또는 신주인수권부사채를 가진 이에게 발행할 주식수가 늘어나게 되어 기존주주의 지분가치는 또 희석되는 악순환이 발생합니다. 


또한 리픽싱 조항을 둔 전환사채 또는 신주인수권부사채를 가진 투자자는 발행회사의 주식을 차입하여 공매도하여 주가가 하락하도록 하고, 하락된 주가를 반영하여 전환가액을 하향조정한 후, 전환권을 행사하여 받은 주식으로 공매도시 차입한 주식을 반환하는 방법으로 수익을 올릴 수가 있는데, 이 경우 공매도가 시세조종행위가 되는 것인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이와 같은 방식의 수익 추구 행위는 발행회사 또는 그 주주의 이익과는 반대방향으로 이루어 지게 됩니다. 


그리고 발행회사와 투자자가 독립적인 거래 상대방으로서 협상에 의하여 이 조항을 두기로 한 것이 아니라 전환사채를 발행회사의 대주주 또는 경영진과 특수한 관계가 있는 사람에게 발행하면서 이 조항을 두는 경우에는 편법 승계에 이용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신주인수권부사채에 리픽싱 조항이 있는 경우, 먼저 해외에서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한 후 국내의 지배주주가 신주인수권의 대부분을 인수하고, 리픽싱조항에 의하여 그 행사가액이 하향 조정된 신주인수권을 행사함으로써 회사의 지배권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또한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제3자 배정으로 발행한 후 분리형으로 헐값으로 산정된 신주인수권을 지배주주가 인수∙행사함으로써 주식의 지분율을 확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법에서 각 신주인수권부사채에 부여된 신주인수권의 행사로 인하여 발행할 주식의 발행가액의 합계액은 각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액면금액의 합계를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상법 제516조의2 제3항)을 활용하여 신주인수권부사채를 할인 발행한 후 사채액면 총액으로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신주인수권부사채를 할인발행하여 신주인수권부사채가 인수되더라도 곧바로 사채의 상환을 완료하고 신주인수권은 사채액면 그대로 행사함으로써 사채의 실제 납입금액보다 훨씬 더 많은 사채 액면금액을 기준으로 신주를 발행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점은 리픽싱 조항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신주인수권부사채나 전환사채의 성격에서 기인한 것이나, 리픽싱 조항으로 인해서 더욱 심화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의 발행 시 전환가액, 신주인수권 행사가액을 정하더라도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의 만기에 이르기까지 변동하는 주가 중 가장 낮은 가액이 실질적인 전환가액, 신주인수권 행사가액이 되어 발행 당초에 정해지는 전환가액, 신주인수권 행사가액은 명목 내지 형식에 불과하게 됩니다. 이 경우, 장차 전환권을 행사하거나 신주인수권을 행사할 경우 장차 발행할 주식의 수가 불확정하게 되어 새로 발행할 주식이 발행예정주식의 총수의 범위 내에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없게 됩니다. 


이는 상법에서 회사의 정관에 자본금을 적지 않고 회사가 발행할 주식의 총수, 즉 수권주식만을 적어두고, 회사의 설립 시에는 그 가운데 일부의 주식의 인수만 있어도 되고, 회사 설립 이후에는 이사회가 수권주식의 범위에서 수시로 신주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수권주식주의에 반하는 것이라고 볼 여지도 있습니다. 



4. 전환가액 하향의 한계


리픽싱 조항의 문제를 해소하고자 몇 가지 방안이 도입되었습니다. 먼저 기존 주주와 리픽싱 조항이 포함된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 보유자 간의 이해관계 충돌을 줄이기 위하여 상장회사의 경우 리픽싱 조항으로 조정할 수 있는 전환가액의 하한선을 정하였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이라 한다) 제165조의16 제2항에 따른 주권상장법인이 따르도록 되어 있는 금융위원회 고시인 ‘증권의 발행 및 공시에 관한 규정’에 주권상장법인의 경우 전환가액 하향조정은 원칙적으로 발행당시의 전환가액(또는 희석화 방지 조항에 의한 조정가액)의 70% 이상이 되도록 하고, 그보다 더 하향조정을 하려면 미리 정관 또는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로 조정 후 전환가액의 최저한도를 정하도록 하였습니다(증권의 발행 및 공시에 관한 규정 제5-23조 제2호). 


뿐만아니라 신주인수권부사채를 할인발행하고 신주인수권 행사 시에는 사채의 액면가를 기준으로 하여 사채납입금액의 액수보다 더 많은 주식을 발행 받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주권상장법인의 경우에는 각 신주인수권부사채에 부여된 신주인수권의 행사로 인하여 발행할 주식의 발행가액의 합계액은 각 신주인수권부사채의 발행가액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였습니다(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제5-24조 제2항).


그리고 신주인수권부사채나 전환사채가 자본 조달의 목적보다는 편법 승계의 목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주권상장법인이 전환사채 또는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하는 경우에는 그 발행 후 1년이 경과한 후에 전환할 수 있는 조건으로 발행하도록 하고, 다만 공모로 발행한 경우에는 그 발행 후 1월이 경과한 후에 전환할 수 있는 조건으로 발행하도록 하였습니다(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제5-21조 제2항, 제5-24조 제1항). 


신주인수증권만을 별도로 분리하여 양도할 수 있는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의 형태로 주로 발행이 되어 편법 승계에 이용되는 경우가 많아 2013년 5월 자본시장법을 개정하여 분리형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규율하던 주권상장법인의 경우 분리형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발행하지 못하도록 하였습니다. 이러한 개정으로 인해 중소 상장기업의 자금조달이 어렵고 우량∙유망 비상장 기업들의 상장유인이 없어진다는 문제점이 지적되어 2015년 7월 24일 자본시장법을 개정하여 대주주에 의한 편법적 활용가능성이 적은 공모의 경우에는 주권상장법인이 분리형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자본시장법 제165조의10 제2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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