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의 위기 그리고 존버.
어떤 형태로든 위기를 겪게 된다고 이야기하는 40대. 크고 작은 어려움은 있었지만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기에 이 정도로 나의 40대는 수월하게 지나가나 보다 하고 있었다. 운칠기삼이라 그랬던가. 너무 운 좋게도 옮긴 지 얼마 안 된 새 회사에서 속된 말로 '대박'이 터졌고, 이렇게 나의 40대는 큰 어려움 없이 탄탄대로로 올라서나 했다.
그땐 몰랐다. 이후 다가올 수많은 일들과 압박, 그리고 처참하게 무너져 버린 나의 모습을.
치열하게 시간을 보냈다. 나도, 나를 둘러싼 그들도. 각자의 이익을 위해 또 자신들의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로 내 나름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현재를 살아냈었다. 그렇게 모인 에너지는 불안정한 줄도 모른 채 꽤나 잘 중심을 잡고 질주하고 있었고, 작은 균열은 그 중심을 송두리째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상황이 반전됐지만 각 개인들은 한결같았다. 최선을 다해서 자신과 자신들의 가족을 지켜냈고, 그 끝엔 모든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나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누구를 탓할 것도 아니었지만, 탓할 수밖에 없었다. 서운함, 실망감, 억울함 등 수많은 감정을 토해냈고, 그만큼 아니 어쩌면 그 한참 이상 난 더 고통스러워졌다. 나의 불안함은 극에 달했고, 급기야 자신감 하나 믿고 살아온 나 자신마저 부정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그렇게, 40대 나의 위기는 예외 없이 오고야 말았다.
한동안 주변을 원망하기 바빴다. 맞서 싸우기보단 피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게 편했다. 그동안 나를 지탱해 준 자신감을 순식간에 증발시켜 버린 채 이 상황이 얼른 지나가길 간절히 바라며 치열하게 현실을 외면했다.
무서웠다. 너무 외로웠고 또 괴로웠다. 나를 완전히 잃어버린 채 한없이 가라앉고 있었고, 좀처럼 바닥에 발이 닿지 않았다. 살고자 하는 나의 허우적임은 되려 날 더 빨리 바닥으로 내리 꽂았다. 불안은 멈추지 않았고, 어떻게든 이겨내 보려고 했지만 그럴수록 나의 불안은 점점 커져만 갔다.
그런 내게 구원의 손길이 하나둘 다가오기 시작했다. 악착같이 그 손길마저 거부했지만, 그들도 완강했다. 반강제적으로 불려 나가 그들과 함께 했고, 그들의 바람대로 이겨내 보고자 하는 의지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겨내 보고자 하는 의지에 도움을 준 이들에 대한 감사함이 더해지니 현실에 매몰되어 무너지는 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대로 무너질 순 없었다. 아니 이대로 무너질 이유가 없었다.
드디어, 바닥에 발이 닿았다.
상황을 반전시키기에 원망은 일체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런 사람 그런 상황들에 나는 무엇을 놓쳤던가 냉정하게 나를 돌아보았고, 초점이 나에게 맞춰지니 쓸데없이 날 지배하던 감정도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그래, 이제 버틸 수 있겠다. 아니, 이제 이겨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황이 바뀐 건 없다. 단지 그 상황을 바라보고 대하는 내가 정신없이 흔들리고 있었을 뿐이다. 지켜야 할 것도 많고, 남은 인생을 좌지우지할 중요한 40대이다 보니 그 흔들림이 더 컸지 싶다. 겨우 무너지지 않고 버텨냈고, 그렇게 나도 다른 40대처럼 이 시기를 잘 지나 보낼 자신이 생겼다.
예외없이 갑작스레 닥쳐온 위기였지만, 그 위기 덕분에 한결 단단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