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도봉구 온라인 책축제 <선량한 차별주의자> 온라인 독서모임 진행
"준희님~ 온라인 독서모임 한번 진행해보실래요?"
어느 날 아침, 소파에 앉아 있던 나를 벌떡 일어나게 만든 말이다. 평소 알고 지내던 독서모임 기획자 K에게 온 전화였다. K는 이 분야의 경력이 우수한 사람이다. 여러 성향의 독서모임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능력에 매료되어 그의 모임을 참여한지 언 2년 이 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온라인 독서모임 진행이라니!! 나는 바로'정말 꼭 해보고 싶다'라는생각부터 들었다.
올해 상반기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독서모임을 비롯한 많은 문학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었다. 글을 읽고 생각을 나누며 사고를 확장시켜가던 자리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 온라인 독서모임은 안전하게 서로가 읽은 책과 개인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라 생각한다. 장비(화상채팅이 가능한)만 있다면 각자의 안전한 공간에서 독서모임을 진행할 수 있는 비대면 방식이라 참여자끼리의 감염뿐만이 아니라 교통수단으로 인한 감염까지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라인 독서모임이라면.. 기존의오프라인 독서모임과는 다르게 서로 얼굴을 대면하지 않는 방식이다. 참여자분들의 눈 대신 카메라를 봐야 하고, 목소리는 스피커를 통해 들린다. 오프라인 경험만 가지고 있던 내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막상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나의 모습을 상상해보니 뒤늦게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짧은 통화 사이에서 가능과 불가능 경계를 몇 번이나 오락가락하다 이내 뭐 어떠랴? 싶은 마음이 들었다. 다시금 독서모임을 진행하며 사람들과 생각을 나눌 수 있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다시 독서 모임을 진행할 수 있다는 말에 그동안 내가 독서모임을 얼마나 고파했는지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결국 고심 끝의 나의 대답은 "완전 YES"였다.
그렇게 나의 첫 온라인 독서모임 진행 준비가 시작되었다.
※ 체온 및 방문 QR코드 체크 등 코로나19 방역수칙을 모두 준수하며 촬영을 진행하였습니다. ※
촬영 당일, 리허설을 위해 일정보다 이른 시간 촬영장에 도착했다. 입구에서 체온과 방문 QR코드 체크 후 안전하게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잠시 1층 휴게실에 앉아 촬영 담당자님이 오시기 전에 얼른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 준비했던 발췌문과 대본을 빠르게 훑어 보았다. 바쁘게 움직이는 눈동자만큼이나 내 심장도 어찌나 빠르게 뛰던지.. 단단하게 굳은 어깨처럼 바짝 오른 긴장감을 쉽사리 풀지는 못했다.
리허설 시간이 점점 가까워지고 어느새 도착하신 담당자분들과 간단한 미팅을 진행한 후 도서관 2층 촬영 장소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벽 한쪽을 가득 채운 빔 프로젝터 화면이 보였다. 화면 속에는 영상 대화가 가능한 프로그램(구루미 비즈)이 실행되어 있었다. 곧이어 여기저기 설치된 수많은 카메라들을 발견했고, 그 많은 앵글이 향한 단상의 한 지점에는 책상과 노트북이 놓여 있었다.
'아, 저기서 내가 진행하게 되는구나.'
무척이나 낯선 광경이다. 잠시 후면 나의 눈과 입이 아닌 수많은 카메라와 핀 마이크를 통해 온라인 독서모임을 진행하게 된다. 얼른 긴장을 풀고 입을 풀어야 한다. 애써 시간을 내어준 참여자분들과 우리가 읽은 책에 대해 나눠볼 수 있는 이 뜻깊은 시간을 나는 진행자로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 나는 마음을 확고히 다잡았다. 마침내 시작 시간이 되어 모든 참여자분들이 접속했다. 모니터에는 격자로 나눠진 화면속에 나를 포함한 참여자분들의 얼굴이 모두 띄어졌다. '이제 시작이구나'. 나는 크게 숨을 한번 들이쉬고 나서 밝게 차분하게 첫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이번 온라인 독서모임의 진행을 맡게 된 허준희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거짓말같이 첫마디를 던지고 나니 그 뒤로는 실타래 풀리듯 모임은 술술 진행되었다. 참여자분들은 미리 받은 발췌문의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해 오셨고, 본인의 이야기를 곁들이며 진심 어린 의견을 들려주기도 하셨다. 초반에 버벅대던 나의 멘트와 제스처들은 어느새 유연해졌고, 참여자 한 분 한 분과의 소통도 원활하게 이어졌다. 참 신기한 경험이다. 오프라인이 아니어도 이렇게 깊은 소통이 가능하다니? 나와 참여자분들 뿐만아니라 그 공간에 있는 모두가 어느새 독서모임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렇게 단단하고 진중하게 진행된 모임은 예상진행시간을 훌쩍 넘기며 끝이 났다. 처음으로 진행해본 온라인 독서모임은 준비한 모두가 만족하며 나름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 촬영한 온라인 독서모임은 9.18(금) 도봉문화재단 유튜브로 방영될 예정입니다.
제9회 도봉구도서관 온라인 책축제 <선량한 차별주의자> 온라인 독서토론
◆ 행사 알림 ◆
#2020_도봉구_책축제_지구온도
(#지속가능한발전을_위한_도봉구_온라인_책축제)
#지속가능한발전은
2016-2030까지 15년 동안 지켜나갈 세계 공동 목표입니다.
#선량한차별주의자는
지속가능한발전의 17가지 세부과제 중5번째 발전과제 (성 평등)에 관한 넓은 의미의 토론임을 설명드립니다.
#쌍문채움도서관
서울특별시 도봉구 우이천로 340 쌍문동 청소년랜드 북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