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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쓰 Mar 25. 2020

보고서 만들 시간에 일이나 하세요.

보고서를 만드는 것은 일하는 것이 아니다.


#보고서를 만들 시간에 일이나 하세요.

보고서를 작성해서 임원 보고를 들어갔더니 대뜸 하시는 말씀이었다. '보고서 만들 시간에 일이나 하세요.'

보고서 만들고 이걸 다듬다보면 임원 입장에서는 의사결정의 시간이 늦어진다는 것이다.

그 이후로는A4용지 홀더에 포스트잇에 보고내용을 간단히 적은 후 구두로 보고하였다. 담당 임원은 포인트에 대해서만 질문하였고, 의사결정 필요한 내용과 이에 대한 담당자의 의사결정 내용을 듣고 추가 확인이 필요한 사항이 없다면 그 자리에서 의사결정이 진행되었다.  

담당자로써는 보고서 없는 보고가 더욱 어려웠다. 내용을 모두 알아야 질문에 답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임원도 보고자료가 보고자도 볼 자료가 없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전체를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그때 이후로 알게 되었다. 보고서 만드는 것은 일하는 것이 아니다.

(그 임원은 지금은 전무가 되셨고, 지금도 회사생활에서 존경하는 분 중에 한 분이다.)



#나비효과와 복잡계이론, 그리고 심플

나비효과는 작은 나비의 날개짓이 지구 반대편에 태풍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는 카오스이론과 복잡계이론을 태동시켰다. 기업 내부의 각 개별부서의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는 나비의 날개짓과 같다. 즉, 개별 부서에서의 복잡하지만 사소한 의사결정이 기업의 발전과 성장에는 중대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현재 시대는 매우 복잡함으로 인하여 이에 따른 모든 리스크를 점검하고 대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속도에서 뒤쳐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심플함으로 바르게 실행하고, 탄성회복력으로 이 실행에 따른 피드백을 빠르게 흡수하고 배워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노키아의 몰락과 안드로이드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에 근무하던 시절, 노키아가 몰락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몰락의 이유는 여러가지가 제시되었지만 가까이서 본 이유는 단순하였다.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때문이다. 이로 인하여 신규 디스플레이 개발에만 1년 이상이 걸렸고, 급변하는 세상은 노키아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샤프의 몰락과정과 매우 유사하다. 홍콩에 OEM으로 안드로이드가 적용된 노키아 폰을 개발하였으나, 이 또한 복잡한 의사결정 끝에 노키아는 출시하지 않았다. 그것이 삼성에서 지켜본 노키아의 마지막 의사결정이었다. (이후 여러가지 의사결정이 있을 수 있었으나 퇴직으로 인하여 소식을 들을 수는 없었다.) 
 반면에 삼성전자는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단기간에 디스플레이를 적용 개발하였고, 이를 적용한 휴대폰을 빠르게 출시하였다. 그 휴대폰의 이름은 ‘갤럭시S’이다. 결과는 이미 알고 있다시피 노키아는 M/S에 매각되었고, 삼성전자는 그 후 무선사업부는 안드로이드 진영의 대표주자가 되었다.


#노키아를 죽인 ‘심플’, 핀란드를 되살린 ‘심플’

노키아가 몰락한 것은 ‘심플하지 못함’이였지만, 핀란드를 되살린 것은 ‘심플’이다. 노키아가 몰락하는 단초를 제공했던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기반으로 로비오(ROVIO)에서는 ‘앵그리버드’ 제작 발표하였다. 이를 통해 핀란드 안드로이드 게임 전성시대를 열었다. 이후 슈퍼셀(Supercell)의 클래시오브클랜과 클래시로얄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그 게임의 조작법은 매우 ‘심플’한데, 당기고 놓는 앵그리버드와 데려다 놓는 클래시오브 시리즈가 있다. 나머지 게임 진행은 프로그램이 알아서 진행한다.


#단순화는 필수적인 것을 빠르게 행하는 것

단순화는 무조건 빠르게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 아니다. 필수적인 것과 부차적인 것을 나누고, 필수적인 것을 빠르게 행하는 것이다. 이전 근무하던 기업에서는 업무 단순화가 상당히 진행되었으나, M&A를 통한 외형 확장과 이에 따른 조직문화의 충돌. 피인수기업의 눈치보기 업무방식으로 인하여,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 
필수적인 것들은 부차적인 것들이 밀려 속도가 중요한 지금 실행이 미뤄지고 있다. 물론 대기업의 특성상 현재 수준을 유지하고, 조금은 더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지 모르나 유망한 인재들이 다른 곳으로 떠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예전에 함께 했던 회사가 지금보다 더 도약하기 위해서 Top의 효율적인 의사결정은 이미 충분히 검증되었으니 이번에는 Bottom-up 방식의 단순화를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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