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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쓰 Feb 23. 2021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걸까? 숙여지는 걸까?

지적 허영심에 대한 이야기


나는 잘 알고 있는 걸까? 아는 척하는 걸까?


어렸을 때부터 책을 보는 것을 좋아했었고, 신문을 보는 것도 좋아했었다.

아빠가 아침마다 보는 종이 신문을 같이 보는 것이 즐거웠고, 초딩 시절 학교에서 나눠주던 어린이 신문도

좋았다.


어느새 시간이 지나고 누군가 나에게 물어보면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좋았다.

이것이 나의 지적 허영심의 시작이었을까?


많이 알고 있구나. 우리~ 는 참 아는 것도 많구나. 유식하구나.


이 말이 칭찬이었었는데, 잘 안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니 참 낯부끄러운 과거사가 되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걸까? 숙여지는 걸까?


지적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아는 척이라도 하려면 조금은 알아야 해서 무엇인가 책을 보거나, 정보를 찾게 되면 전문가라는 말이 주는 무게감이 크게 느껴진다.


한편으로는 부럽게도 느껴진다. 어느 분야에서 전문가라고 불려지고, 스스로에게도 "나는 전문가다."라고 소개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 사람이 보낸 밀도 있는 시간에 대한 존경심과 자신감이 부러웠다.


나는 그런 시간을 보내지 않았음에, 보낼 수 없었음에 반성하게도 되면서 전문가가 되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그것을 언제나 채울 수 있으련만 싶지만.





스노비즘

고상한 체하는 속물근성, 또는 출신이나 학식을 공개적으로 자랑하는 일.
이러한 유(類)의 사람을 가리키는 스노브(snob)가 어원이다.


스노비즘이라는 말을 검색하다가 알게 되었다. 브런치에 어떤 글을 써볼까 하다가도 브런치의 다른 글들은 전문가들이 쓴 글인데 내가 과연 이 플랫폼에 글을 써도 될 것인지에 대한 자기 성찰(?)이 일어나게 되었다.


어영부영 고민만 하다 보니 벌써 글을 발행하지 못한지 반년이 넘어버렸고, 브런치의 작가라는 타이틀이 참 무거운 것임을 다시 한번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담백해지고 싶다.


담백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앞으로는 그리하고 싶다.

꾸밈이 없고, 담백한 사람이 되고 싶다. 얼마나 그리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적 허영심에 대한 고민이 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


시작은 나는 지적 허영심이 있는 사람이고, 모르는 것이 많은 사람이고, 어느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다.

전문가가 되고 싶지만 아직 어느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은지도 될 수 있는지도 모른다.




2021년은 담백한 사람이 되기 위해, 비워내는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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