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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샤인 Feb 05. 2024

암은 본래 정상 세포였다

HTM 기고글 – 1

사는데 진심인 세포

생명과학자들이 실험에 많이 사용하는 세포주 중 헬라 세포(HeLa Cell)가 있습니다. 이 세포주는 영양분만 공급되면 무한 증식하는 소위 불멸의 세포주이기 때문에 반복되는 세포실험을 위해선 안성맞춤인 세포주입니다. 일주일 내로 죽어버리는 가냘픈 생명력의 일반 세포에 비하면 이 헬라 세포는 무적입니다. 어떻게 이 세포는 이런 무한 증식이 가능할까요.


헬라 세포는 1940년대에 헨리에타랙스(Henrietta Lacks)라는 자궁경부암 환자의 세포에서 유래하였습니다. 그녀 이름의 앞 두 글자들을 따서 HeLa라는 세포주의 이름이 탄생한 것입니다. 즉, 암세포만 잘 분리를 해서 키워보니 이 녀석은 죽지 않는 불사조라는 사실을 과학자들은 알게 되었고 심지어 일반 세포보다 훨씬 부지런하고 강인하다는 사실 또한 밝혀냈습니다. 현재 전 세계 연구실에서 이 세포주를 이용한 많은 실험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영양분만 공급해 주면 암세포는 죽지 않기 때문이죠.



죽기 위해 태어난 세포

인간은 본능적으로 살고 싶어 합니다. 진시황의 불로초 이야기까지 갈 필요도 없이 인간의 삶에 대한 욕망은 그 어떤 것보다 강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의 세포는 정 반대라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우리의 세포는 마치 죽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특정한 시간이나 신호가 오면 가차 없이 킬(kill) 스위치를 눌러 사멸해 버립니다. 그 킬 스위치도 하나가 아니라 매우 다양하며, 현재까지도 새롭게 발견되는 킬 스위치들이 있습니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 다양한 세포 사멸 스위치를 보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맞습니다. 그래야만 합니다.


우리 몸에는 30조 개의 세포가 이 시간에도 활발히 숨 쉬고 있습니다. 방금 이 문장을 읽으셨기 때문에 몇천만 개의 두뇌 세포가 활성화되었을 겁니다. 이 엄청난 세포들이 질서와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잘 죽기 때문입니다. 세포들 중 문제가 생긴 세포들이 사멸해 버림으로 줄기세포로부터 더 생명력 있는 세포들이 자라나며 이 젊은 세포들이 떠나간 세포들의 빈자리를 채우기 때문에 우리는 별문제 없이 살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선수 교체는 대략 1초에 380만 개의 속도로 일어납니다. 어쩌면 우리 몸은 죽음과 생명 그 자체인지도 모릅니다.


만약 세포가 죽기를 거부하면 어떻게 될까요? 네, 면역 세포에 의해 제거당하게 됩니다. 면역 세포들은 우리 몸 안을 항시 순찰하다가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세포를 제거하는 역할도 가지고 있습니다. 죽어야 하는데 죽지 않으려고 반항하는 세포들의 숨통을 끊습니다. 하지만, 면역 세포까지 감쪽같이 속여버리는 세포가 있다면 어떨까요? 바로 이 세포가 암세포가 됩니다.



암세포의 탄생

흔히들 암이 갑자기 생겼다고 생각하지만 암세포가 탄생하기 위해선 여러 관문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우리는 거의 태어나자마자 암으로 죽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다행히도 위에 언급한 것처럼 비정상적인 세포가 암세포화가 되기도 전에 죽어 버리기 때문에 암은 그리 쉽사리 발병하지 않습니다.


암의 주요 원인은 유전자 변이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습니다. 생체 모든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유전자에 문제가 생기면, 이상한 단백질이 만들어지게 되고, 하필 이 이상한 단백질이 킬 스위치를 부숴버리는 단백질이라면 이 세포는 1차 관문인 자체 사멸을 피하게 됩니다. 하지만 2차 관문인 면역 세포가 남아 있습니다. 이것은 어떻게 피할까요.


면역 세포는 세포살인 면허를 가지고 있는 세포입니다. 하지만 경찰이 아무나 잡아가지 않듯 면역 세포 또한 아무 세포나 죽이지 않습니다. ‘비정상’이라는 혐의를 가지고 있는 세포만 죽이게 되는데 당연히 암세포는 이 비정상의 범주에 들게 되어 죽게 됩니다. 하지만 암세포들이 가지고 있는 비장의 무기가 있는데 그것은 면역 세포들을 무력화시키는 스위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면역 세포는 정상 세포를 오인해 공격할 경우를 대비해서 몇 가지 안전장치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PD-1(Programmed cell Death-1)이라는 스위치이며 이 스위치가 눌렸을 때 공격을 멈추게 됩니다. 영화나 만화에서 폭주하는 로봇의 스위치를 눌렀을 때 로봇이 순해지는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바로 이 PD-1 스위치가 그런 스위치의 일종이며 암세포는 면역 세포가 다가오면 지긋이 이 스위치를 누르고 상황은 종료됩니다.


이렇게 암세포는 끊임없이 자가 세포 분열을 하며 자신의 세력을 확장시켜 나갑니다. 암세포는 생각보다 체계적이며 생각보다 영리합니다.



암세포의 목적

여기 암세포 A 씨가 있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하냐는 질문에 대한 그의 인터뷰를 잠시 들어보시죠.


“내가 이렇게 빨리 죽어야 한다는 게 납득이 안 됐어. 그래서 킬 스위치도 부숴버리고 면역세포 아재들 앞에서는 정상세포 코스프레를 했지. 계속 살아가는 게 무슨 문제야? 태어났으면 끝까지 가봐야지. 내 인생 내가 결정하는 거야. 누구도 날 막지 못해. 영원히 사는 게 내 인생의 목표야.”


보신 것처럼 암세포의 목적은 ‘사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암세포가 더 생명력을 가지고 살아갈수록 우리 몸은 죽어갑니다. 왜 그럴까요? 암세포는 살아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죽음이라는 통제를 거부한 마당에 무슨 일을 못할까요. 주위의 모든 자원을 자신만을 위해 장악하며 자신 또한 세포 분열을 빠르게 거듭하며 세력을 확장시켜 나갑니다. 또한 일정 크기로 자라나면 종양미세환경(Tumor Microenvironment)이라는 견고한 진을 구축하게 되며 이를 통해 면역 세포의 침투를 막는 것은 물론이며 멋모르는 주위의 세포들을 자신을 위해 일하게 만듭니다.



창조 목적의 상실


그렇다면 암세포가 그저 자기밖에 모르는 욕심쟁이 세포인 것이 문제일가요?  암세포의 가장 큰 문제는 살아가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었기 때문에 자신이 창조된 본연의 목적을 상실했다는 것입니다. 뇌 세포라면 뇌 인지기능을, 눈 세포라면 시각을 전달하는 일을, 폐 세포라면 산소를 공급하는 일을 하도록 창조된 것인데 암세포가 되는 순간 이 모든 기능을 던져버리고 오직 살아가는 것 하나에 자신의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암세포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암의 영향력은 커져가지만 우리 몸의 본 기능은 저하되게 되며 궁극적으로 몸의 생명은 꺼져가게 됩니다.


저는 지금은 연구실을 떠나 제약 회사에 있습니다. 연구를 할 때에는 암세포를 학술적으로만 접근했기에 큰 감흥이 없었지만 제약 회사에 와 보니 암으로 죽어가는 엄청난 숫자들에 놀라게 되고, 또한 암과의 사투는 너무나 괴로운 과정이라는 사실을 보게 됩니다. 암은 원래 우리 몸의 일부인 정상세포였는데 왜 이렇게까지 우릴 괴롭힐까요.


암세포는 ‘내가’를 외칩니다. 내가 살아야 하고, 내가 결정해야 하고, 내가 행동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많이 익숙한 단어 아닌가요? ‘하나님이!’가 아닌 ‘내가!’가 되는 순간 우리는 죽음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비단 우리의 영혼만이 아닌 우리의 세포세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이 되는 것 같습니다. 나의 영혼육 모두에 하나님의 통치가 임할 때 치유가 임하는 것은 세포들을 포함한 모든 피조물들이 하나님이 명하신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기 때문일 것입니다. 나의 세포들까지도 ‘하나님이!‘ 를 외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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