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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와 불신 – 그들이 안티 백서가 된 이유
안티 백서(anti-vaxxer), 즉 백신 반대론자들은 백신이 발명된 이후로 꾸준히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안티 백서가 현대에 급격하게 늘어나게 된 큰 사건이 있었습니다. 1998년 2월, 영국의 의사인 앤드류 웨이크필드는 영국의 저명한 의학저널에 논문을 하나 발표합니다. 그리고 영국은 발칵 뒤집혔습니다. 당시 92%의 접종률을 자랑하던 MMR(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입니다. MMR 백신이 자폐증을 일으킨다는 뉴스는 일파만파 퍼져나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꺼리게 되었고, 안타깝게도 거의 박멸 수준으로 떨어졌던 홍역이 영국에서 다시 부활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후 과학자들이 백신과 자폐증은 관련이 없다는 반박 논문들을 냈지만 이미 대중에게 심겨진 백신에 대한 불신과 공포감은 돌이킬 수 없었습니다. 오늘날 미국에도 이 앤드류 웨이크필드의 영향을 받아 백신에 대한 불신을 가지고 안티 백서가 된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한 번 심긴 불신의 씨앗은 계속 자라기만 할 뿐, 어떠한 과학적 근거를 대더라도 음모론으로 치부되곤 맙니다. 이러한 불신으로 야기된 피해는 누가 책임져야 하는 걸까요?
불안 장사꾼을 조심하세요
작년 10월 즈음 독감 백신에 문제가 있다는 기사들이 우후죽순 쏟아졌습니다. 제 분야라 눈에 불을 켜고 정확히 문제가 무엇인지를 찾으려 기사를 정독했지만 결론은 ‘백신 때문에 문제가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백신을 맞고 문제가 생겼다’는 류의 기사들 뿐이었습니다. 진짜 문제는 그러한 기사들 때문에 작년 독감 백신 접종률이 9%나 감소했다는 사실입니다. 이 사례는 독감 백신같이 몇십 년 맞아온 검증된 백신도 공포감을 불어넣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단적인 예입니다. 하지만 독감백신 미접종으로 인해 생겼을 피해를 보도하는 곳은 없었습니다.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한국과 미국의 백신 보도의 온도 차이는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미국에서는 백신의 제조/공정과정, 백신의 작용 원리, 다행이라고 말하는 의료진들 인터뷰, 기뻐하는 백신 접종자들에 대한 뉴스들이 메인을 장식했던 방면, 한국은 백신 부족, 백신 부작용, 의료진 한계 도달 같은 부정적인 뉴스들이 포탈 메인을 장식했습니다. 특히 검증되지도 않은 백신 부작용 내용들을 속보로 내보내는 기사들을 보며 무슨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백신 부작용 기사들이 맞다면 똑같은 백신을 맞은 미국, 영국은 이미 뒤집어졌어야 했는데 말입니다.
백신 부작용에 대해
부작용이 없는 백신은 없습니다. 하지만 부작용으로 인한 실보다 획득된 면역으로 인한 득이 훨씬 더 크기에 우리 인류는 이 백신이라는 무기로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해 왔습니다. 천연두 같이 20세기에만 3-5억 명을 죽인 바이러스도 백신이 도입된 후 끝내 박멸되었습니다.
코로나19 백신은 현재 전 세계에서 30억 명이 넘게 맞은 검증된 백신입니다. 만약 코로나 백신의 부작용이 컸다면 백신의 위험성으로 전 세계가 떠들썩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5천만 명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영국도, 화이자/모더나 백신 접종 횟수가 3억 5천만회(2차 접종 포함)를 넘은 미국도 조용하기만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부작용을 걱정하고 있는 것일까요? 코로나 백신의 주요 부작용들과 그 확률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두통, 어지러움, 발열, 근육통, 메스꺼움 가장 흔하게 접하는 부작용입니다. 면역이 제대로 반응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니 오히려 감사해야 할(?) 부작용일 수도 있겠습니다. 통상 이러한 부작용은 백신의 핵심물질인 DNA나 mRNA 때문이라기보다는 이러한 핵심물질을 보호하기 위해 백신에 포함된 소위 ‘포장지’ 물질들에 의한 면역반응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포장지’ 까지도 검증된 물질이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간혹 백신 접종 후 아무 증상이 없어 면역 형성에 문제가 생겼나 걱정하시는 분이 계시는데 면역 형성과 부작용은 상관이 없으니 부작용 없음에 더 감사하시면 되겠습니다.
희귀 혈전증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얀센 백신에서 이 혈전 부작용이 보고가 되었는데 이 두 백신이 모두 아데노 바이러스 벡터 기반 백신이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합니다. 보통 혈전이 발생하면 혈소판이 늘어나는데 이 희귀 혈전의 경우 오히려 혈소판이 줄어드는, 발생빈도가 매우 적은 혈전이라 ‘희귀 혈전’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 부작용은 적절한 조치 아래 충분히 치료 가능한 부작용이며 또한 발생 확률이 매우 낮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00만 명당 3.5-6.5건(0.0005%), 얀센 백신은 100만 명당 1-2건(0.0002%)의 발생 확률입니다.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화이자 백신과 모더나 백신도 이러한 혈전 사례가 보고되었습니다. 정작 언론이 부각해야 할 점은 이 혈전 발생률이 코로나에 걸릴 경우 약 4만 배 높은 16.5% 이란 점입니다.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 일반적으로 음식, 약물, 벌에 쏘일 경우 해당 원인 물질에 대한 항체의 면역반응으로 인해 두드러기, 입술이나 눈덩이가 붓는 혈관부종, 복통, 호흡곤란, 기침, 어지러움, 혈압 감소 등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합니다. 심하면 쇼크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기 때문에 백신 업계가 가장 긴장을 많이 했던 부작용입니다. 화이자는 100만 명당 19.7건(0.002%), 아스트라제네카는 100만 명당 10건 (0.001%)의 확률로 보고됩니다. 백신 접종 후 15-20분 대기하는 것은 혹시 모를 아나필락시스 반응 때문입니다. 보통 15분 내로 접종 후 즉각적인 반응이 옵니다. 간혹 시간이 지난 후에도 나타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특정 물질에 알러지가 있으신 분들은 백신 접종 전에 의사와 미리 상의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심근염과 심낭염 외부 물질에 의한 면역 과민반응의 일종이며 심장 근육에 염증이 생기는 부작용입니다. 가슴 통증, 호흡곤란, 가슴 두근거림, 심박수 증가 같은 증상으로 나타나며 mRNA 백신 접종 후에 보고된 부작용입니다. 주로 접종 후 며칠 후에 발생하며 30세 이하 남성에게 더 빈번한 경향이 있습니다. 다행히도 이 부작용 또한 발생 확률이 100만 명당 2.2명으로 (0.00022%) 매우 낮습니다.
생리불순(비공식, 일시적) 공식적으로 부작용 리스트에 올라와 있지는 않지만 해외 접종 사례가 늘어나면서 보고가 되고 있는 부작용입니다. 주로 정혈량이 평소보다 늘고 생리주기가 바뀌며 부정출혈이 보고되기도 합니다. 다행히 이 증상은 일시적입니다. 방역 당국도 이 부작용을 모니터링 중입니다.
보고되지 않은 부작용이 있을 수도?
얼마 전 백신을 맞고 백혈병에 걸렸다는 국민 청원이 올라왔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백신을 맞은 후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백신 때문인 것 같은 느낌인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단순히 백신을 맞은 후에 일어난 일인지(시간 관계) 아니면 백신 때문에 일어난 일인지(인과관계)는 명백히 구분해야 합니다. 백혈병이 생긴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백신 때문에 백혈병이 일어났다는 것은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은 당사자의 일방적인 주장입니다 (혈액학회에서 인과관계없음으로 결론남). 이러한 일방적 주장을 검증 없이 그대로 기사화하는 행태는 ‘자폐증 유발’과 같은 동일한 불신과 공포감을 조성하기 때문에 이런 기사를 접하셨을 때는 한 발자국 떨어져 인과관계를 확인하며 기사 읽기를 권고드립니다. 아직 보고되지 않은 부작용의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3억 5천만 회의 접종을 마친 미국 CDC(질병통제예방센터) 데이터베이스를 참조해 보면 현재까지 알려진 부작용 외에는 다른 부작용은 없어 보입니다.
두려움을 잠재우는 것
백신과 자폐증을 이야기한 앤드류 웨이크필드 논문으로 돌아가 보려 합니다. 이 한 편의 논문으로 촉진된 대중의 공포를 잠재운 사람은 다름 아닌 브라이언 디어라는 기자였습니다. 그는 끈질긴 탐사보도를 통해 앤드류 웨이크필드가 논문을 사주받았다는 사실과 논문이 조작되었다는 사실을 밝혀냅니다. 결국 논문은 철회되었고 웨이크필드의 의사면허는 박탈됩니다. 그리고 영국은 다시 백신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게 됩니다.
두려움을 잠재우는 것은 믿음입니다. 그리고 그 믿음은 참된 앎에서 비롯됩니다. 짧은 지면을 통해 제가 알고 있는 백신에 대한 것을 전해드렸는데 이 지식이 담대한 믿음으로 이어지길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