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웹진 기고글
2019년 12월 30일, 로이터 통신은 중국 우한 수산시장에서 미확인 폐렴 바이러스가 출몰했다는 뉴스를 처음으로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연말연시의 들뜬 분위기 속에 이 뉴스는 금방 잊혀졌습니다. 그로부터 1년 반이 넘은 오늘, 우리는 이 바이러스에 대한 뉴스를 매일 접하고 있으며, 전 세계가 이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현대 문명의 분기점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는 이 바이러스, 하지만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19는 어떤 바이러스일까요.
코로나19는 어떤 바이러스인가?
‘코로나19’는 코로나 계열 바이러스라는 의미인 ‘코로나’, 그리고 2019년에 등장한 신종이라는 의미로 ’ 19’가 합쳐진 단어입니다. 미세 침방울인 비말 형태로 공기 중 전파가 가능하기 때문에 전염력이 강하며 기관지 세포들을 일차적으로 감염시키기 때문에 급성 폐렴의 위험성이 있습니다. 2003년, 2015년의 사스(SARS)와 메르스(MERS) 역시 코로나 계열의 바이러스로 코로나19의 친척뻘입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 두 친척은 병원에 입원해야 할 정도로 심각해진 후에야 타인을 감염시킬 정도의 바이러스가 배출되었지만 코로나19는 감염 초기부터 바이러스에 오염된 비말을 배출하였고 심지어 무증상 상태에서도 바이러스들이 뿜어져 나왔습니다. 이전에 경험했던 바이러스와는 차원이 다른 전파력이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강력한 전파력은 단시간에 많은 사람을 감염시키며 병원에 과부하를 일으키기 때문에 초기 대응에 실패할 경우 의료 붕괴로 이어집니다. 작년 봄의 이탈리아가 그러한 예입니다. 따라서, 국민 차원에서는 마스크 착용으로 비말을 차단하고, 정부 차원에서는 적극적인 접촉자 추적 검사가 코로나19의 가장 적절한 초기 대응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싸움을 끝내기 위해 궁극적으로 필요한 것은 바로 백신입니다.
지금 백신이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기작의 백신들이 나와 있는지?
‘코로나(corona)’는 라틴어로 ‘왕관’이라는 뜻입니다. 삐죽삐죽한 바이러스의 외관이 왕관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바이러스 표면에 삐죽삐죽하게 튀어나와 있는 단백질을 스파이크(spike) 단백질이라고 하며 우리 세포 안으로 침투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영리하게도 이 녀석은 면역 감시망을 피할 수 있는 위장막을 덮어쓰고 있어 우리 면역 세포에게 쉽게 발각되지 않습니다. 백신은 이 스파이크 단백질을 우리 면역에게 미리 학습시킵니다. 체내에 인위적으로 스파이크 단백질(혹은 단백질을 생성할 수 있는 물질)을 주입해 바이러스가 침투한 모의훈련을 진행함으로 후에 진짜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성공적으로 바이러스를 인식해 제거할 수 있게 됩니다. 현재 사용 중인 백신들은 스파이크 단백질을 상대한다는 기본 원리는 모두 같습니다. 다만 이 스파이크 단백질을 어떻게 체내에 주입하느냐에 따라 작동 기작이 달라집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8가지 백신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미국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단백질의 설계도인 mRNA를 주입합니다. 즉, 스파이크 단백질의 mRNA를 주입하면 우리 몸이 직접 스파이크 단백질을 제작합니다.
- 영국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와 미국 존슨 앤 존슨의 얀센, 그리고 러시아 스푸닉V 백신: mRNA 대신 DNA를 주입합니다. DNA는 단백질 생성까지 한 단계를 더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훨씬 안정적이기 때문에 냉장보관이 가능합니다.
- 미국 노바벡스 백신: 완성된 스파이크 단백질을 직접 주입합니다. 독감과 간염 백신에 주로 쓰이던 방식입니다.
- 중국 시노팜과 인도 바랏 백신: 불활성화 된 바이러스를 직접 주입하는 전통적인 사백신입니다.
어떤 백신이 가장 좋은 백신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정답은 빨리 맞을 수 있는 백신이 가장 좋은 백신입니다. 국내에 도입되는 모든 백신들은 충분한 임상실험과 검토 과정을 마친 인증받은 백신이기 때문에 안심하고 맞으셔도 됩니다.
왜 변이가 생기는지, 그리고 무엇이 문제인지
바이러스의 핵심은 바이러스 안에 들어있는 유전 물질입니다. 바이러스의 설계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바이러스가 복제될 때마다 이 설계도 또한 복제가 되는데, 문제는 이 복제과정에서 종종 실수가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실수가 포함된 설계도로 만들어진 바이러스를 변이(variant) 바이러스라 부릅니다. 실제 대부분의 변이는 바이러스에 큰 영향이 없거나 오히려 해가 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시험에서 찍었는데 답을 맞히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특정 변이가 바이러스 증식이나 생존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이로운’ 변이를 가진 바이러스는 빠르게 세력을 확장하게 되고 나머지 변이들은 자연스럽게 소멸하게 됩니다.
바이러스의 입장에서 이롭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우리 입장에서는 해로운 것입니다. 면역을 더 잘 속이고, 감염력이 더 높다는 말이니까요.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러한 변이들을 ‘우려 변이 (variants of concern)’ 라 지정하고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영국(B.1.1.7), 남아프리카공화국(B.1.351), 브라질(P.1), 인도(B.1.617.2) 총 4개의 변이가 우려 변이로 지정되었고 발견된 순서별로 알파, 베타, 감마, 델타와 같이 그리스 알파벳을 붙였습니다. 즉, 영국 변이와 알파 변이는 같은 변이를 일컫는 말입니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백신의 효능을 무력화시키는 변이의 등장이지만, 다행히도 그러한 변이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오랜 기간 지속될수록 기존에 예상하지 못했던 변이가 나타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바이러스 종식은 빠를수록 좋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되어갈 것인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코로나19는 팬데믹, 즉 전 세계가 함께 싸우고 있는 바이러스입니다. 나라별로 국경과 도시를 봉쇄하기도 해 보지만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 바이러스가 남아있는 한 봉쇄를 푸는 즉시 예전과 똑같은 상황을 반복한다는 암울한 결과도 목도하고 있습니다. 전 국민 백신 접종률이 60%가 넘는 이스라엘이나 영국 같은 나라도 새로운 델타 변이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것을 보며 이 바이러스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이 애초에 가능한가 라는 회의론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길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바이러스를 종식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집단 면역을 획득하는 것입니다. 기존 코로나19 변이들은 60% 의 백신 접종률로도 가능하다 예상했지만 지금 유행하고 있는 델타 변이는 최소 70% 정도의 접종률이 되어야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0월 말까지 70% 접종률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만약 이 목표에 도달한다면 전 세계 최초로 집단 면역에 도달하는 나라가 될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이 코로나 팬데믹은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아직 백신이 턱없이 부족하여 잘 사는 나라 위주로 공급되기 때문에 여전히 코로나로 신음하고 있는 국가들이 많습니다. 이것은 악순환을 일으키는데 백신을 공급받지 못한 곳에서 더 많은 변이가 일어나고, 그 변이들이 다시 잘 사는 나라들로 들어와 백신의 효용성을 떨어뜨리고 다시 확진자 수를 증가시킵니다. 결국 다 같이 잘 살아야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단순한 원리를 바이러스를 통해 배우고 있는 것입니다.
이럴 때 그리스도인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코로나 시국은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을 실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공동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백신 접종과 정부의 방역 지침을 잘 준수하는 것은 물론,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면 먼저 코로나 검사를 받는 적극성도 필요합니다. 현재 유행하는 델타 바이러스는 무증상 전파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코로나 방역 최전선에 있는 의료진들과 과학자들, 행정직원들을 격려하며 코로나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들, 코로나가 장기화됨에 따라 우울증을 겪는 젊은이들과 연대해야 합니다. 코로나 확진자에게 손가락질하고 낙인찍는 것이 아닌 사랑으로 회복을 도와야 합니다. 나아가, 코로나로 인한 불평보다 어떻게 하면 이 기간을 함께 이겨낼 것인가에 집중하며 하나님의 지혜를 간구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방역 책임자들과 백신/치료제 개발자들에게 지혜를 주시도록 기도하며 하나님께서 이 땅을 고쳐주시도록, 은혜 베풀어 주시길 (역대하 7:14) 기도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사람과는 거리를 두고 하나님과는 거리를 좁히는 시간이 되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