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OJ, 나를 만드는 것들 - 3
장면은 우연히 다가온다
도시를 걷다 보면 특별하지도 않은 사소한 것이 마음을 붙잡는다.
햇빛이 비스듬히 스치는 건물 외벽, 바쁘게 스쳐 가는 사람들 사이에 놓인 벤치,
그리고 그 위에 무심히 내려진 커피 잔.
마케터가 도시를 경험해야 하는 이유는,
이런 순간들이 한 장씩 포개져 마치 필름처럼 이야기를 완성하기 때문이다.
장면은 홀로 존재할 때도 아름답지만, 서로 연결될 때 비로소 살아 움직이는 ‘스토리’가 된다.
한 컷 한 컷이 트렌드가 되는 곳
도시에서 마주하는 장면 하나하나는 시대의 기류를 비추는 프레임이다.
거리 위의 표정, 가게 진열, 간판의 색감이 모여 그 도시만의 영상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 영상 속에서 새로운 소비 습관과 트렌드가 태어난다.
뉴욕의 아침 커피와 베이글은 ‘속도’를,
도쿄의 편의점 진열은 ‘정확성’을,
파리의 오후 테라스는 ‘여유’를 전한다.
이 장면들은 책에서 배우는 개념이 아니라,
직접 걷고 부딪힐 때만 온전히 이해된다.
마케터에게 대도시는 매일 새로운 컷이 촬영되는 거대한 세트장이다.
경험은 전략의 재료가 된다
많은 브랜드가 “우리만의 차별화 이야기”를 말하지만,
가치는 실제로 다른 재화·서비스와의 연결 속에서 만들어진다.
새로운 캠페인을 준비할 때, 제품만이 아니라 그것이 쓰이는 환경과 경험까지 함께 봐야 한다.
소비자는 물건만 사는 것이 아니라, 그 물건을 통해 누릴 수 있는 하루의 장면을 함께 사기 때문이다.
마케터의 역할은 현장에서 얻은 장면(비정형 데이터)을 고르고 배열해,
숫자(정형 데이터)와 연결하는 일이다.
숫자와 맥락이 결합될 때 데이터는 살아 있는 전략으로 변한다.
일상을 수집하는 마케터
나는 도시를 걷는 동안 끊임없이 장면을 수집한다.
건물의 색감, 사람들의 옷차림, 간판의 타이포그래피, 골목에 번지는 조명빛까지.
이 모든 프레임이 모여 나만의 전략 아카이브가 된다.
사진 속 한 장면이 브랜드의 얼굴이 되고,
그 얼굴은 다시 도시 속에서 새로운 장면을 만든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 배우는 법
도시 경험의 밀도가 가장 짙어지는 순간은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다.
패션위크 같은 이벤트 현장은 도시 프레임의 하이라이트 장면이다.
행사장 앞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배울 수 있다.
누군가는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고, 누군가는 카메라로 장면을 기록한다.
그들이 들고 있는 쇼핑백, 이미 소비한 제품,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 속에서
현재의 소비 흐름과 문화가 한 장면씩 기록된다.
도시, 살아 있는 교과서
사진도, 마케팅도 책상 앞에서만 완성되지 않는다.
도시 한가운데를 걸으며 마주친 장면, 사람들의 움직임과 표정,
공간이 주는 공기 속에서 전략의 실마리가 나온다.
기업은 우리의 일상과 비즈니스 속에서
무언가를 더 편리하게, 더 즐겁게 만들기 위해 상품과 서비스를 판다.
그리고 그것을 구매하는 우리는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라,
먹고, 즐기고, 경험하고, 맛보는 살아 있는 사람들이다.
결국 사진도, 마케팅도 거리로 나가야 한다.
책으로는 얻을 수 없는 프레임이, 거리 위에서는 매 순간 새로 찍힌다.
그 장면들이 모여 전략이 되고, 전략은 다시 새로운 장면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