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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살사댄스

댄스 편

by 봉봉주세용

대학교 4학년 1학기 때 친구가 1학점 과목인 댄스스포츠를 수강해보자고 했다. 영 내키지 않았다. 친구는 수업을 한번 들어보고 그래도 내키지 않으면 수강신청 변경 기간에 바꾸면 된다고 했다.


첫 수업을 들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수업시간에 집중적으로 배운 것은 살사댄스였다. 기본 스텝을 베이직이라고 부르는데 베이직은 LA 스타일로 불리는 온원(on 1)과 뉴욕 스타일로 불리는 온투(on 2) 살사로 구분한다.


가장 큰 차이점은 누가 먼저 스텝을 밟느냐인데 LA 스타일은 남자가 먼저 왼발을 내밀어 1을 밟고 뉴욕 스타일은 여자가 먼저 오른발을 내밀어 1을 밟는다. 강의 시간에는 뉴욕 스타일로 베이직을 배웠다. 일주일에 한번 수업이 있었는데 그 시간이 기다려졌다. 혼자 있을 땐 나도 모르게 스텝을 밟고 있었다.


원 투 쓰리 포, 파이브 식스 세븐 에잇


강의시간에 제자리에서 기본 스텝을 연습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파트너와 짝을 맞춰 연습을 했다. 그때부터는 더 신이 났다. 긴장이 되기도 했고 묘한 설레임이 있었다.


학점은 필기시험 없이 종강 전 파트너와 살사댄스를 추는 것으로 매겨졌다. 3학점 전공과목 시험공부 보다 1학점 댄스스포츠 실기 준비에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음악을 준비하고 빈 강의실에서 살사댄스를 출 때는 어떻게 시간이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였다.


나뿐 아니라 같이 댄스스포츠 수업을 들었던 친구도 비슷하다고 했다. 그렇게 신나게 연습하고 교수님과 같이 수업 듣는 학생들 앞에서 살사댄스를 췄다.


댄스스포츠 최종 학점은 B.


아쉬웠지만 파트너와 최선을 다했기에 받을 수 있었던 점수였다. 많은 연습으로 로봇같이 딱딱한 춤에서는 벗어났지만 샤인(화려한 몸 동작)이 부족했다. 함께 수강했던 친구의 점수도 B.


우리는 교수님께 C 학점을 달라고 해서 다음 학기에 재수강을 할까도 고민했다. 살사댄스를 할 때의 즐거움을 한 학기 더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즐거움은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 살사댄스 동호회 활동을 하며 느끼기로 하고 댄스스포츠 수업을 마무리했다.




한참 시간이 흘러 사회 생활을 할 때 다시 살사댄스에 도전했다. 살사댄스 동호회에 다른 친구와 같이 가입했다. 학교 다닐 때 한 학기동안 살사를 배웠지만 이미 잊어버린 지 오래였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번씩 수업을 받고 3개월 째에 발표회를 해야 했는데 이런저런 회사일 때문에 수업을 자꾸 빼먹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함께 시작했던 동기들과 호흡을 맞출 수 없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조금씩 살사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동호회에 함께 가입해서 살사를 시작했던 친구는 춤 감각이 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 그 친구는 초보자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었다. 나중에는 주말마다 전국 살사바를 돌아다니며 마음껏 살사를 즐겼다.


그리고 결국 살사바에서 인연을 만나 결혼에 골인했다.
그 친구는 지금도 와이프와 살사를 즐기고 있고 나는 언젠가 살사를 다시 하게 될 날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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