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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VA Nov 27. 2023

우울할 땐 청소해!

무기력을 극복하는 가장 쉬운 방법

내가 보는 청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보이는 곳의 먼지를 쓸고 닦는 행동과 

또 다른 하나는 사용한 물건을 제자리에 두는 정리하는 행동이다. 

무엇을 먼저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지만 

내가 맘먹고 청소를 하는 날이면 나는 이렇게 한다. 

'먼저, 창문을 열어 환기하고 침대를 정리하고 

입었던 옷가지와 사용한 물건을 제자리에 두고 

다음으로 바닥의 북덕이와 먼지를 청소기와 걸레질로 제거하고 

마지막으로, 창문 닫기.'


이렇게 청소된 공간은 환기된 바깥공기로 서늘하게 청량하다. 

먼지 없이 정리된 공간을 보면 마음도 생각도 단정해진다.

내가 청소를 좋아하는 이유는 결과가 긍정적으로 백 프로 보장되기 때문이다. 


우울한 이유는 수 없이 많다. 함부로 뭉퉁그려 쉽게 말할 수 없다.

각자 삶의 맥락과 배경이 다르고 그걸 바라보는 

개인의 성향 또한 천차만별이기에 

이래서 이렇다고 현상의 원인을 함부로 이끌어 낼 수 없다. 

물론 우울증과 우울감은 무게가 다르다. 

우울증은 일종의 아픈 현상이고 우울감은 불편한 상태다. 

아프다는 것은 몸과 마음이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것이고

불편한 것은 몸은 움직여지지만 마음이 고집을 부리는 상태다. 

그렇기에 만약에 우울감이 쌓여서 몸이 아플 지경이면 

혼자 해결하지 말고 주변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 역시 우울증으로 한동안 일상을 헤쳐나가기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 

친구에게 속풀이를 하고 상담을 하면서 그 증상에서 벗어났다.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여겨지지만 

다시 돌아보니 삶이 나에게 던진 여러 경고 신호가 있었다. 

그 경고를 또다시 알아채지 못한다면 

내 발목은 우울의 늪으로 빠져 버릴 것이다.

그래서 경력자(?) 답게 경고장이 눈에 아른거릴 치라면 

나는 무조건 몸부터 움직인다.


우울감이 있을 때 몸을 움직이는 건 

거의 중력을 거스리는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우울감이 몰려올 때는 몸과 마음이 땅으로 꺼지다 못해 

땅을 파고 들어가기 때문이다. 

몸을 움직이는 것으로 가장 쉬운 방법은 산책이겠지만 

산책 또한 옷을 갈아입고 챙겨 입고 집 밖을 나가야 하는 결심을 해야 하기에 

결심까지 이르는데 쓰는 에너지를 모아 내기가 어렵다. 

그래서 내가 시작한 방법은 내 주변을 사부작사부작 정리하는 것이었다. 


책상에 앉아 있을 때는 책상 상판을 먼저 정리한다. 

팔과 손을 몇 번 움직였을 뿐이데,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결과가 매우 훌륭하다. 

깔끔하게 정리된 책상에 노트북 하나만 달랑 올라가 있으면 

잡생각과 부질없는 계획들이 삭제되어 마음이 한결 가볍고 말끔해진다.

소파에 앉아 있을 때는 소파의 쿠션을 정리하던가 

소파에 붙어 있는 머리카락을 떼어내는 것이다. 

(내 소파는 패브릭 소파라 머리카락이 잘 들러붙는다) 

식탁에 앉아 책을 읽고 있을 때면 책장을 정리한다. 


이렇게 눈에 당장 보이는 공간을 청소하다 보면 

그 결과가 정직하게 보이기에 

다른 공간을 청소하기로 결심하는데 어렵지 않다. 

그렇다고 하루에 다 청소하려고 마음먹으면 

또 그 결심의 무게 때문에 주저앉아 버릴 수도 있다. 

우울감이 있을 때는 결과가 백 프로 보장되는 것만 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책상이 있는 공간이 작업실, 

식탁이 놓인 부엌, 소파가 있는 거실 이렇게 공간 하나씩 확장하는 것이 좋다. 


우울감은 하고 싶은 것이 있고, 계획이 있고, 바라는 바가 있을 때 생긴다. 

지금 내가 하는 일에 대한 미래의 결과를 스스로 믿지 못하면 

불안이 우울감으로 다가온다. 

불안은 내가 무엇인가를 하려고 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불안이 없다. 

불안은 미래와 연결된 감정이다. 

그래서 미래 지향적인 사람에게 불안이 더 많이 생긴다. 

그러니 불안하고 우울할 때 내가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최소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내가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만 생각하면 된다. 


그렇다고 지금 현재를 늘 불만과 불안으로 버티라는 말은 아니다. 

지나친 기대와 불안이 바로 우울과 무기력을 만들기 때문이다. 

우울과 무기력을 극복하는 좋은 방법은 작은 목표를  여러 개 세워 성취하는 것이다. 

작은 목표, 내가 오늘 해 낼 수 있는 것, 그래서 나를 안정시킬 수 있는 것 

그런 행동 여러 개가 모이면 어느 날은 변해 있는 내가 보인다. 

그런 행동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바로 청소다. 

내가 하는 행동인 반드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세상 뒤집어진다 해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는 행동은 청소가 유일한 것 같다.


청소를 몸 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청소는 사물을 공통된 쓰임새로 분류하고 크기와 모양을 파악해서 

가장 사용하기 쉬운 동선을 짜서 공간을 정하는 두뇌 또한 사용하는 일이다. 

머리를 쓰지 않으면 몸이 고된 법이라고 청소도 순서를 정하지 않으면 

한번할 일을 두번 세번 하게 된다. 

일의 순서를 정하고 사물을 파악하고 분류해서 정리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학습능력이다. 

독일 유치원 킨더 가르텐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바로 물건정리다. 

그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기초 능력이며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능력인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몸과 머리를 동시에 사용하는 청소는 하는 일에 대한 

보상이 너무나도 긍정적이고 백 프로 보장되기 때문에 

잦은 실패와 좌절과 무기력을 극복하는데 아주 좋은 치료 방법이다. 


오늘, 책상에 앉아 써지지 않는 글에 한숨이 푹푹 나왔다. 

작업실은 금세 나의 좌절의 이산화 탄소로 그득했고 

머리가 몽롱하니 더 답답해졌다. 

그래서 벌떡 일어나 창문을 열고 청소하기 시작했다. 

입구의 먼지까지 싹 빨아드리고 나서 다시 책상에 앉았다. 


조롱 어린 무비판적인 댓글, 그것으로 혼자 확대해 버린 수치감,

그 반발로 더 잘하고 싶다는 이 앙 깨문 욕심, 

동시에 해도 안 될 것 같은, 한 달이 지나도, 두 달이 지나도 

달라질 것 없을 것 같은 두려움..... 

이 우울감을 청소기로 다 빨아 드리고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올린다. 


별것도 아닌데, 결국 내 뜻대로 안 되는 것에 마음을 쓴 결과로 

아침부터 괜한 에너지를 썼구나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내가 통제할 수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타인의 마음과 자판 위의 손가락이 아닌

내 마음과 내 자판 위의 손가락인 것을.... 

청소로 작업실도 내 마음도 정리가 된다. 

청소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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