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의 손을 잡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아이

by VIVA

카프카가 아기였을 때 카프카의 부모님은 카프카를 거의 돌보지 못했다. 아버지가 사업을 시작했고 어머니는 아버지의 비서 역할을 했다. 곱게 말해서 비서 역할이었지 거의 아버지의 수족 역할을 하며 늘 아버지 옆에 있어야 했다, 강압적이고 독점욕이 많았던 카프카 아버지는 어머니가 자녀들을 돌보는 것도 맘에 들어하지 않았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아이들과 살림은 하녀와 유모에게 맡기고 저녁 이후의 시간에도 카프카의 어머니는 아버지와 식탁에 앉아 카드놀이 상대가 돼 주어야 했다고 한다.

그들에게 자식보다는 일이 우선이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경제적으로 성공하고자 늘 일에 쫓겼다. 카프카의 어머니는 나약했기 때문에 남편에게 받는 스트레스와 불안이 자녀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엄마의 불안은 자녀 교육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어린 자녀들은 부모의 어두운 표정을 보고는 마치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하지는 않았나 하는 근거 없는 반성을 하거나 확대해서 자신의 존재를 부인하기까지 한다. 카프카는 이러한 불안한 가정 분위기에서 자라났고 카프카가 독립해서 성인이 될 때까지 계속되어 가정이 갖는 따듯한 분위기가 무엇인지 모른다고 카프카는 회상했다.

카프카의 아버지는 매우 권위적이었다. 아이들, 특히 장남이자 외아들이 되어버린 카프카만큼은 자기의 모습대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성장하기 바랐다. 카프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원하는지는 중요하지도 않았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자신의 기준으로 모든 것을 판단했다. 당연히 아이들의 마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헤르만이 보기에 아이들은 문제 투성이었다.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고 명령에 복종은 하지만 그 결과가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럴수록 헤르만은 더 엄격해지고 강압적으로 변했고, 아이들은 감정과 정서적으로 아버지에게서 멀어져 갔다. 아이들이 자신의 의견과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기회도 없고 그렇다 하더라도 권위에 반하는 말대꾸에 대한 응징만 있었다.

카프카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는 가족의 굴레, 독선적이고 권위적이며 이기적이었던 아버지와 그 옆에 무기력하고 나약하게 아버지에게 복종하던 심약한 어머니 그리고 남동생 둘이 어렸을 때 세상을 떠나버려 오롯이 장남이자 외아들의 역할을 해야만 했던 카프카. 그리고 유대인이지만 유대인 교육이 없어 혈통만 유대인일 뿐 정신은 유대인이 아니었고 프라하 체코어 사용권에서 살면서 다시 한번 외딴섬처럼 존재했던 독일어 학교를 다니며 자신이 겪어야 했던 수많은 어려움들 이것들이 카프카의 문학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카프카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때 즈음해서 프라하의 상류층이었던 독일계와 서민층의 체코계가 심심찮게 충돌이 일어났다. 카프카는 하녀와 등하굣길을 함께했는데 하녀 역시도 카프카에게 호의적이지는 않아서 등하굣길은 두려웠다고 회상했다.


카프카는 부모님에게 긍정적인 심리적 안정을 얻지 못했다. 가정의 분위기를 압도하는 아버지와 복종적인 어머니 그리고 일방적인 대화로 심리적인 교류와 부모와의 교감이 없었을 것입니다. 카프카의 어린 시절은 벌레가 되어 자신의 방안에 감금되어 버린 『변신』 의 그레고어의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레고어는 벌레의 몸에 갇힌 여린 영혼이었다. 어린아이들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지 못할 뿐 그들의 느낌은 어른과 다를 바 없다. 어린이들이 좀 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감정에 대한 이성적인 해석이나 맥락에 대한 이해가 없기에 감정의 기억이 오래가고 그래서 어린 시절의 추억이 어른이 되어서도 오래 지속되는 이유다. 어린 시절의 억압적이고 일방적인 소통으로 카프카는 천성적으로 내향적인 성격이 더욱더 자신의 내면으로 기울였을 가능성이 높다. 수동적 반응형에서 적극적 회피형으로 자연스럽게 변신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억압된 감정을 활자로 풀어 내려했다.

하지만 집에서 쓰는 자연스러운 체코어를 두고 독일어를 해야 했던 학창 시절은 그리 평탄해 보이지 않는다. 카프카가 다녔던 독일 학교는 라틴어에 매우 중점을 두었고, 독일어와 역사 시간은 읽기가 전부였다고 한다.

카프카에게 학교 선생님은 또 다른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권위적이고 일방적인 선생님과 학교 점수에 연연하는 아버지의 꾸중으로 카프카의 심적 압박이 컸다. 어린 카프카에게 무서운 선생님과 엄한 아버지는 카프카에게 끊임없는 스트레스를 주었고 아버지의 뜻대로 자신이 학교에서 성적을 내지 못할까 늘 불안에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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