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과 외면의 부조화

해야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의 경계

by VIVA

우리에게는 타고난 기질이 있다. 이 기질은 거의 바뀌지 않는다. 도드라지거나 옅어질 수는 있지만 기질 자체가 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이 타고난 성격과 기질을 표출하여 긍정적인 외부 반응이 온다면 자신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자연스럽게 성격이 발달된다. 하지만 카프카는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받지 못한 채 성장기를 보냈다. 강인한 아버지는 단 한 번도 카프카의 글쓰기에 대한 희망과 꿈을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카프카가 감수성이 많고 지나치게 세심하고 나약해서 모든 면에 무능력하다고 비난했다. 그의 자라온 환경을 보면 카프카의 자존감은 매우 낮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사춘기를 거치면서 가려졌던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글을 쓰고 싶었고 글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만나고 싶어 했다. 그리고 외면으로도 자신의 내적 요구를 드러내고 싶어 했요. 하지만 너무나도 강한 아버지라는 존재와 사회의 요구라는 장벽에 부딪혀 좌절한다. 아버지로 대변되는 가족과 사회가 요구하는 카프카의 모습과 카프카 자신이 바라는 모습 사이에 커다란 차이가 있었다.


자아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여러 환경과 여건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면서 적응한다. 여러 인간관계와 상황 속에서 언젠가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깊은 존재적인 질문과 마주하는 때가 온다. 이 질문은 힘든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든지 아침에 쳇바퀴 돌 듯 매일 출근하는 지하철 안에 서라든지 찰나의 순간으로 떠오르는 질문일 수도 있다. 스스로가 던지는 질문에 따라 삶의 방향이 결정된다. 이러한 질문을 하고 답을 찾는 과정이 나를 찾는 과정이며 그것이 삶의 과정이다.


아마 카프카도 매일 출퇴근길에서 그리고 자신의 작업실에서 이러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으려 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곧 문학이라고 답을 했다. 그 정도로 문학을 위해 그는 개인적인 삶을 포기하기도 했다. 누구보다도 깊은 고민과 내적 갈등을 겪었을 카프카를 생각하면 한편으로 답답하다. 왜 카프카는 성인이 되어서도 아버지에게 반항하지 않았을까? 아니 왜 못했을까?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당당하게 요구하지 않고 아버지와 사회가 원하는 것을 다 수용하고 혼자서 고민했을까? 카프카가 가고자 했던 길은 외롭고 쓸쓸했다. 스스로 선택한 삶이었지만 부모와 사회의 동의와 인정을 받지 못한 카프카는 자신의 모습을 끝없이 반문하면서 동시에 합리화하면서 자신의 고민을 글로 승화했다. 카프카의 내면과 외면의 부조화는 매우 실존적인 질문을 던진다. 끊임없이 개인의 내면으로 파고드는 그의 시선은 현대 문학에서 개인 실존의 시발점이었고 현대인의 표상이었다.


노동재해 보험 공사에서 일하면서 카프카는 수많은 노동자를 만났다. 그들의 열악한 환경과 처우에 감정적으로 매우 힘들어했다. 감정적으로는 노동자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이성적으로는 회사 소속으로 변호를 해야 했기에 중립적인 태도로 늘 균형을 잡아야 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한다. 그는 열약한 환경에 처한 이들을 돕기 위해 사비를 털어 변호사 비용을 대주기도 하고, 유리한 정보를 넘겨주기도 했다. 직업윤리에 위배하는 것은 물론 옳지 않다 말할 수 있겠지만, 이런 일화는 카프카가 얼마나 인간적이고 약자를 위해 마음을 썼는지 보여준다. 그는 사회주의에 관심이 있었지만 깊이 빠져 들지는 않고, 오히려 개인의 영역에서 인간의 삶의 조건과 사회 평등에 대한 질문은 다시 본질적인 인간 실존에 대한 글을 작성했다.


생계형 법률가인 카프카는 직장 생활과 병행하여 글쓰기에 전념을 다했지만 이러한 이중생활로 생각과 이야기의 흐름이 길게 펼쳐지는 글은 쓰기 어려워했다. 그래서 카프카는 장편보다는 단편을 많이 썼다. 장편 소설과 단편 소설은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다. 우선 분량이 다르다. 장편 소설의 특징이 이야기의 흐름 속에 나타나는 여러 등장인물들이 겪는 사건들이 어떻게 흘러가는지가 중심이 된다면 단편 소설은 소수의 등장인물이 하나 또는 두 가지의 사건을 두고 어떻게 반응하고 느끼며 생각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짧은 분량에 맞추어 이야기를 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암시와 복선 등으로 이야기를 압축한다. 한 인물의 감정이나 생각에 집중적이고 섬세한 묘사가 가능하지요. 장편 소설은 길게 이야기의 흐름을 잡아 이야기의 배경과 맥락을 유기적으로 구성해야 한다면 단편은 순간적인 감정 묘사도 자주 사용된다. 카프카의 단편은 당시까지 건드리지 못했던 인간의 심리를 모호하면서도 정확하게 전달한다. 서사 중심의 장편보다 등장인물의 내면의 갈등에 초점을 맞추는 단편의 형식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카프카는 노동자 재해 보험 공사에서 일하면서 사회주의자들의 주장에 매우 공감했다. 공감하지만 동의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사회주의자들이 제시했던 사회 구현 방법이었다. 특히 혁명에는 강력하게 반대했다. 사회주의자가 말하는 혁명은 또 다른 후유증을 남기고 사회가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후퇴하여 결과적으로 관료적인 시스템만 남는다고 생각했다. 인간의 삶이 사회조건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고민하다가 이 질문은 다시 실존과 존재에 대한 물음이 이어졌고 이러한 물음은 카프카가 고등학교 때 전혀 관심을 두지 않던 종교, 특히 중동부 유대인이 하던 신비주의적 유대교의 종교 생활로 관심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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